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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옥 변호사의 호남정맥 종주기 (30)‘무남이재-천치고개’ 구간

강행옥 변호사의 호남정맥 종주기
(30)‘무남이재-천치고개’ 구간(2019. 7. 27)

잡풀에 걸리고 벌에 쏘이고…구름걷힌 존제산에 아픔이‘싹’

장대비 속 홀로 보성 운제림 도착하자 거짓말처럼 비 멎어
광대코봉 출발 산행길 산딸기칡넝쿨 가로막아…생굴 뚫는 듯
몸에 반점까지 가장 짧은 구간서 갖은 고생…‘잊지 못할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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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제산. 비구름이 걷혀가면서 멋진 산세를 드러내고 있다.

큰 장마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친구도 산행을 포기하여 혼자서 단독산행 길에 나섰다.

화순을 지나는데 장대비가 내려서 다시 차를 돌릴까 하다가 그대로 갔는데 보성 윤제림에 도착할 때쯤 거짓말처럼 비가 멎었다. 펜션이 잘 조성되어 있는 윤제림을 지나 주월산으로 오르는 길까지 올라가니 윤제림 표지판과 함께 지난번에 택시를 탄 주차장이 나타났다. 산행준비를 마치고 산길로 5분여를 올라가니 철쭉으로 유명한 초암산 등산로가 나온다. 여기서 200여미터를 가서 오른쪽에 있는 정맥 길로 가야 하는데, 지난번에 내린 비와 바람에 리본들이 쓰러져 있어서 입구를 놓친 채 임도를 따라 1.5km정도를 진행해 버렸다.

나중에 트랭글을 켜보니 초암산 등산로 입구에서 200m 남은 지점까지 와버렸다. 할 수없이 뒤로 돌아서 1km이상을 걸었더니 왼쪽에 쓰러진 나뭇가지에 리본들이 보인다. 이미 임도에 난 풀잎에서 떨어진 빗물로 등산화 속의 양말까지 젖어버린 상태에서 겨우 등산로에 접어들었다.

오늘 걸어야 할 길이 23km쯤인데 초입부터 2km이상 알바를 하고 나니 산을 오르기도 전에 힘이 팔린다. 30여분 가까이를 힘을 써서 광대코봉(610m)에 도착하였다. 나중에 보니 초암산 정상으로 그대로 올라가서 능선을 타고 이쪽으로 오는 것이 더 나았을 뻔하였다.


잠시 광대코봉에서 휴식을 취하고 575봉 쪽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길이 없어지고 산딸기와 칡넝쿨이 앞을 가로 막는다. 이곳은 도대체 정맥 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길이 막혀 있는데, 온 몸으로 돌파하는 방법밖에 없다. 칡넝쿨 사이에 산딸기 가시나무가 숨어 있어서 밀림을 헤치고 나가는데 자꾸만 허벅지 사이로 따끔따끔한 침이 들어온다. 1km가 넘는 길을 거의 생굴을 뚫은 산행을 하다 보니 포기하고 뒤돌아가고 싶은 생각까지 든다. 천신만고 끝에 11시가 넘어서 천치고개로 내려가는 갈림길에 접어들었다. 오늘 산행은 천치고개에서 끝내기로 마음먹고,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데 직진하는 길은 ‘모후지맥’이라고 ‘준·희’가 쓴 팻말이 알려주고 있다.
 

무남이재
무남이재 표지.

당연히 그곳에서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마침 안개가 덮여서 코앞에 보여야 할 존제산이 보이지 않는다. 10여m를 내려가다가 갑자기 착각이 일어나면서 모후지맥 쪽으로 다시 올라가고 말았다. 또다시 험한 산길을 헤치고 오르막길을 가다가 나무가 쓰러져 있길래 물도 마실 겸 나무 위에 앉아서 쉬는데 갑자기 머리 위가 따끔 하더니 벌 두 마리가 침을 놓는다. 비 내리는 우중에 벌이 있는 것도 이상하고 큰 나무 밑이고 물만 마셨을 뿐 벌을 자극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벌에 쏘이다니.

급이 현장을 벗어나 쉰 곳을 살펴보아도 어디에서 벌이 나타났는지 알 수가 없다. 거기에서 트랭글을 확인했더라면 될 것을. 벌에 쏘여 혼미한 정신에 무려 2km 가까이를 산을 넘어 모후지맥 쪽으로 가고 말았다. 한참 만에 길이 끊어지고 차 소리가 들려 트랭글을 켜 보니 엄청나게 다른 곳으로 와 버렸다. 마음을 가다듬고 비를 쫄딱 맞아가며 다시 산을 오르는데 30분 이상 내려온 산길이라 다시 오르는데도 한 시간 가까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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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적지맥 분기점.

가지고 온 식수를 거의 다 마시고 575봉 근처에 오는데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가 안 따라 오기를 잘했다. 길도 없고 벌에도 쏘이고 최악이다”라고 말하고 10여 걸음을 더 걸으니 아까 잘못 온 삼거리가 나타난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잡풀 사이로 난 길로 나서니 그제서야 안개가 개여 존제산이 정면으로 보인다. 알바만 안했으면 이미 존제산을 넘어 주릿재로 향하고 있을 정도 거리를 헤맨 셈이다. 비가 오락가락하고 이미 등산화 안에 물이 고여서 더 걸을 수가 없어서 모암재에서 산행을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모암재까지는 내리막길이라 길은 험하지만 불과 30분 만에 하산이 완료된다.
 

광코대봉
광대코대봉 표지판. 광대토대봉부터 이어진 정맥길은 잡풀이 우거져 마치 생굴을 연상케 한다.

선암생태통로라고 쓰여진 곳에 다다르니 벌써 1시가 넘었다. 지난번에 겸백택시에 전화를 하니 보성읍에 와 있다면서 기다리라고 하신다. 등산화를 벗고 양말의 물기를 짠 다음 벌에 쏘여 화끈거리는 머리에 길가에 퍼질러 있자니 참으로 내가 한심하다. 결국 두시쯤 차를 회수하여 광주로 와서 법원 근처에 있는 목욕탕까지 와서 피로를 풀었다. 탕에서 박연재 선배님을 만나 1시간 이상을 수다를 떨었더니 벌에 쏘인 머리도 조금은 가라앉은 것 같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왼쪽 눈 위와 얼굴이 엄청 부어올라 미래로21병원 응급실로 가서 주사까지 맞는 사태를 맞이하였다. 저녁 때는 다리까지 붉은 반점과 두드러기가 나타난다. 제일 짧은 구간에서 갖은 고생을 한 잊지 못할 산행이었다.

미국인들이 왜 “against a rainy day”라고 표현하는 지를 뼈저리게 느끼면서, 나에게 주어진 모든 상황을 감사하면서 살기로 굳게 마음먹었으니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은 산행이었다. 글·사진/강행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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