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징계는 폭력이다!
최영태(전남대 교수)

전남대학교에서 교무처장을 맡은 적이 있다. 교무처장의 업무 중 가장 힘든 게 징계업무였다. 내가 교무처장을 맡기 직전, 대학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교수를 바로 해임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그 교수는 1심, 2심, 대법원 최종심 모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해당교수는 복직을 위해 다시 학교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해야 했다.

그 교수에 대한 주변의 평은 좋았다. 학문적 능력도 인정받고 있었다. 대학의 성급한 징계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교수였지만 도와주고 싶었다. 1심 행정재판에 승소한 그는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2심 재판 때 증언을 서 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생전 처음으로 재판정 증인석에 섰다. 그에 대한 징계는 너무 성급했다고 증언했다. 징계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의 책임자로서 문제가 있는 발언일 수 있었지만 잘못된 행정을 인정하고 향후 교훈으로 삼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그는 2심 재판에서도 이겼다. 학교는 그를 복직시켰다.

그런데 학교로 돌아온 그는 더 이상 과거의 그가 아닌 것 같았다. 그는 너무 지쳐 있었고 자존감도 많이 상실한 상태였다. 과도한 징계가 좋은 교수 한 사람을 희생시킨 것이 분명했다. ‘과도한 징계는 폭력이다!’ 이것이 이 사건을 경험하면서 내가 결린 결론이었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이 모 중학교 도덕 교사를 직위해제한 사건을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사연인즉 해당 교사는 성윤리 수업시간에 ‘억압받는 다수’라는 다큐 영화를 보여주었다. 한 학생(학부모)이 다큐영화와 수업내용이 성적 불쾌함을 느끼게 했다는 진정서를 국민신문고에 제출했다. 교육청은 해당 교사를 성비위교사로 분류했고, 경찰서에 신고했으며, 직위해제 시켰다. 해당 교사는 경찰서의 조사를 받았고, 현재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이다.

해당 교사 배이상헌 선생은 당당하게 실명을 밝히고 교육청의 조치에 항의했다. 전교조, 전국 도덕교사 모임, 다양한 시민사회가 교육청의 행위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이 비판의 근거로 삼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그가 상영한 영화는 여성단체와 전교조 등에서 성교육용 교재로 추천한 우수 교재이다. 둘째, 해당 교사에게 단 한 번의 해명기회도 주지 않고 민원인의 주장만 들은 채 직위해제를 시킨 것은 절차상의 위법이다. 셋째, 그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의 성고충심의위원회에서 “이 사안은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정했다.

교육청은 교육부의 매뉴얼대로 시행했으며, 그 매뉴얼은 성비위사건이 신고되면 자동적으로 경찰에 고발하고 직위해제를 시키도록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청의 설명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교육 현장에서 교사의 인권과 수업권이 이렇게 심하게 무시당할 수 있단 말인가? 죽을죄를 지은 사람조차도 법적 조치를 취하기 전에 자기 해명의 기회를 갖는데 말이다. 이것은 매뉴얼을 뛰어넘는 상식의 문제가 아닌가?

교육청은 진정서를 낸 학생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옳은 말이다. 그런데 만약 그 학생의 목적이 해당 교사의 교육 방식과 내용에 대한 단순한 시정 혹은 학습권에 대한 토론이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진정서를 낸 학생이 혹시라도 해당 교사의 수난에 당혹해하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해당 중학교의 성고충심의위원회는 오래 전 이 사건을 심의한 후 “이 사안은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그 심의결과보고서는 추가 사항으로 해당 교사에게 “향후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20시간 이상 받으라고” 권고했다. 또 “향후 학생의 발달 정도를 고려하여 교재 개발 및 수업 운영”을 하도록 권장했다. 학습권과 수업권을 잘 조화시킨 결정이라고 본다. 일선 학교가 내린 결정이 교육청의 조치보다 훨씬 성숙하고 합리적이다.

진보 교육감으로 널리 알려진 김승환 전북 교육감은 이 사태와 관련하여 “교육 과정 속에서 발생한 일이라면 일단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옳은 말이다. 공교육의 복원은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수업권이 함께 존중받는 곳에서만 가능하다. 배이상헌 선생 문제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교권과 학생 인권의 조화, 그리고 수업권과 학습권의 공존이라는 차원에서 생산적 토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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