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골목길·재개발…

기억속에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서
광주문화예술회관 ‘온도 로드’ 기획전
달동네 골목길 등 소재로 11월 3일까지
강선호 노여운 안희정 양나희 이민 한진수 참여

광주문화예술회관은 깊어가는 가을을 맞이하여 삶의 흔적과 생활터전에 대해 살펴보는 ‘온도(溫度)로드’ 전을 11월 3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우리의 기억 속에 간직하고 싶은 혹은 이미 잊혀져버린 장소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 강선호, 노여운, 안희정, 양나희, 이민, 한진수 등 6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참여 작가들은 자신이 속한 도시의 역사와 세월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나지막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달동네와 좁은 골목길, 도시 속 재개발 지역 등 삶의 흔적이 녹여있는 장소들과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회화, 사진, 설치 작품 등 총 36점으로 구성된다.

이민 작 ‘풍경Y’

강선호 작가는 재개발과 재건축을 거치며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풍경에 주목한다. 허물어진 담장과 무질서한 공사 현장 뒤편으로 고층 아파트가 병풍처럼 서 있다. 차갑고 건조한 도시 속 풍경은 수많은 이들의 욕망이 뒤엉켜져 공허함과 쓸쓸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둘러싸여 있다. 무너져 내린 건물더미와 폐허가 된 공간은 사라지거나 떠나보내야만 하는 우리 시대의 풍경들이다.

작가 노여운 작업의 첫 발걸음은 자신의 기억, 그중에서도 어릴 적 살았던 장소에 대한 기억에서 시작한다. 기억 속에서 존재했던 동네와 다시 마주한 순간, 작가는 그 장소에서 공간의 죽음을 확인하고 되돌릴 수 없는 시간과 사라져버린 공간에 대한 허무함과 그리움을 시각화하여 보여준다. 좁은 골목길과 낡은 주택, 오랜 세월이 묻어나는 녹슨 대문. 그 집집마다 놓여 있는 작은 화단들. 소외되고 잊혀져가고 그리고 사라져가는 것들이다.

안희정 작가는 성냥갑 같은 현대 도시의 건물들 사이로 마치 유물처럼 남아있는 어떤 추억의 동네를 설치작품으로 선보인다. 이 동네의 집들은 각양각색의 뚜렷한 개성이 묻어난다. 창과 문에는 표정이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벽돌의 색깔과 창문의 형태, 대문의 크기 등 빌딩과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표정들이다.

한진수 작 ‘추억의 색깔’

양나희 작가는 재활용 폐지를 주재료로 삼아 버려진 것들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다. 골판지를 자르고 이어 붙여 만든 집이 모여서 한 동네가 되고, 그 동네는 작가의 유년의 기억과 맞닿아있다. 달동네 언덕에 빼곡히 들어선 가게와 주택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흔적을 파노라마처럼 읽어가다 보면 관람자들은 마치 보물찾기 놀이처럼 그리운 추억과 소중한 기억을 발견하게 된다.

광주를 떠나 오랜 타향살이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했던 이민 작가는 유년시절을 보낸 양림동 풍경을 자신만의 독자적인 기법으로 선보인다. 판화와 서양화가 혼합된 방식인 ‘판타블로’ 기법은 판화의 장점인 선과 면, 서양화 고유의 두터운 질감과 다채로운 색상을 섞어서 붓이 아닌 판으로 찍어내는 기법이다. 거칠고 빛바랜 느낌으로 표현된 양림동 풍경은 마치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그립고 아련한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급속한 도시화에 의해 얼마 남지 않은 오래된 동네의 모습을 담아온 사진작가 한진수는 이번 전시에서 중흥 3동의 소박한 풍경을 보여준다. 와우산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 작은 집들과 비좁은 골목 사이사이에는 도심 속에서 사라져버린 따스한 온정이 느껴진다.

문예회관측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고 있는 도시 풍경, 삶의 풍경은 개인의 기억과 역사의 흔적이 담겨있다”며 “그 기억과 흔적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담아낸 작가 6인의 작품은 이미 사라져버린 기록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사적인 경험의 연결고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관람시간은 10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다. 관람료는 무료./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양나희 작 ‘해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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