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항구’ 목포 도시재생 실험은 성공할까?
‘손혜원 논란’ 이후 구도심권에 관광객 답지
목포근대역사관엔 올 상반기만 10만명 몰려
집값·땅값도 급등…'젠트리피케이션' 우려도
땅값 오르면서 공공 매입도 지체 ‘해법 고심’

올해 초 손혜원 논란 이후 목포 구도심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목포의 도시재생사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집값과 땅값도 배 가까이 오르면서 ‘젠트리피케이션’ 등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목포 근대역사문화거리 일대.

올해 초 ‘손혜원 논란’ 이후 낭만항구 목포의 구도심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는 등 목포 도시재생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유달산과 근대건축물, 지역 예술가들이 어우러진 목포의 도시재생 실험이 과연 성공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목원동과 서산동, 목포항 등 크게 3곳에서 추진되고 있는 목포 도시재생사업의 추진 과정과 앞으로의 과제 등을 짚어봤다.

◇손혜원이 띄운 목포 구도심 = 현지인들 마저 발길을 끊었던 목포 근대역사문화거리는 올해부터 전국 각지에서 외지인들이 몰려오는 이른바 ‘핫플레이스’가 됐다. 지난 1월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한 이곳은 때아닌 특수를 노리고 있다.

손 의원의 조카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창성장’에서 300m 인근에 위치한 목포근대문화역사관에는 올 상반기에만 10만여명이 찾았을 정도다. 지난해 같은 기간 5만여명이 찾았던 것과 비교하면 방문객이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목포시는 올해 20만명이 방문객이 이곳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 의원을 통해 이름을 널리 알린 목포 근대역사문화거리는 최근 ‘극일’ 정세와 맞물려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일제시대 개항도시로서 적산가옥과 옛 일본영사관 등 일제 침략 역사를 간직한 목포를 찾은 관광객들이 수탈의 역사 현장 곳곳을 누비며 역사 의식일 되새기곤 한다.

이처럼 목포 구도심이 관광지로 떠오르면서 거리도 활기를 되찾았다. 도로를 따라 카페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리모델링을 하는 건물도 늘었다.

목포근대역사문화거리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박모(46)씨는 “손혜원 의원 논란 이후 이곳을 찾는 외지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오랜만에 거리에 활기가 가득차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10만여명이 방문한 목포근대역사관 전경.

◇땅값, 집값도 함께 올라 = 문제는 목포 구도심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땅값과 집값도 크게 올랐다는 점이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손 의원 논란 전 평당 200만원 이하였던 목포 원도심의 땅값은 현재 평당 400만원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 20~30만원 선이던 임대료도 올라 최근엔 50만원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근대역사문화공간 조성사업을 추진중인 목포시도 치솟는 땅값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갖추려면 부지 매입이 필수적인데, 높은 땅값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도새재생사업을 위해 목원동과 유달동, 만호동 등 일대 1천여채가 넘는 빈집 정리도 시 입장에선 고민거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임대료나 땅값이 급등하면서 원주민이나 기존 상인들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목포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임 모(54)씨는 “원주민 입장에선 상승세인 임대료를 부담하는 게 쉽진 않을 것”이라며 “목포 원도심이 모처럼 전성기를 맞았지만 원주민들은 이런 분위기가 마냥 반갑지 만은 않을것”이라고 밝혔다.
 

목포근대역사거리를 찾은 지역 학생들.

◇ “도시재생 기회 안놓칠것”= 땅값 급등 등 각종 우려에도 목포시는 모처럼 잡은 도시재생의 적기를 놓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목포시는 지난해 원도심에서 성공리에 개최한 ‘문화재 야행(夜行)’ 및 ‘생생문화재(옥단이와 함께 하는 목포근대역사여행)’ 등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한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원도심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을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목포 원도심 골목, 골목을 풍성하게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목포 목원동 주민들은 주민들은 목포의 자존심과 정체성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골목길 사람들, 북교골’이란 단체를 만들었다. 이들은 9일 목원동 옛 신안군청뒷골목에서 ‘옥단이 골목길 들썩들썩’ 축제를 열고 골목길 사람들의 추억 이야기 아카이브, 달성동 할머니들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 그림전 등을 개최하기도 했다. ‘옥단이’는 일제강점기 목포에 살았던 실존인물로 유달산 자락 달동네 골목길을 누비며 물을 길어다주고, 허드렛일을 했으나 춤 잘추고 노래 잘하는 순박한 처녀로 알려져 있다.

목포시 관계자는 “앞으로 근대역사관 경관조명 정비, 전시물 확충 등으로 목포 원도심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면서 “도시재생 사업과 연계해 목포를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근대역사문화도시로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중·서부취재본부/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목포/김정길 기자 kj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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