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지키는 통로’ 소방출동로

유영한 <전남 함평소방서 대응구조과장>
 

청명한 하늘과 오색낙엽의 아름다움을 서서히 보여주는 가을이 돌아왔다. 기온이 내려갈수록 화재관련 기사가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화재를 실제로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설마 우리집에서 불이 나겠어? 우리가족이 다치진 않겠지” 라는 안전 불감증이 팽배한 상황이다.

화재 발생 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시간이다. 흔히 화재 발생 후 5~10분을 ‘골든타임’이라고 부르는데 그 이후부턴 화재 확산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므로 대처가 힘들어진다. 소방서에서 밤낮없이 24시간 대기중인 출동대는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해 신고 접수 후 30초 이내에 차고 밖으로 출동한다. 그러나 소방관이 빠르게 출발한다고 해서 화재발생 장소에 일찍 도착하는 것은 아니다.

대로변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비교적 소방차가 접근하기가 쉬우나 상가 밀집지역 및 주택가는 도로가 좁아 장애물이 있는 경우 출동에 지장을 준다. 또한 도로에 불법주차된 차량이나 출동 중인 소방차에 양보를 하지 않는 운전자들에 의해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은 점점 늦어진다.

화재 등 각종재난 발생 시 소방차의 목적지가 본인의 집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차량으로 인해 화재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소방차 양보의무 위반 및 출동에 지장을 준 경우 기존 2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서 100만원의 과태료로 상향 부과 ▲소방활동을 위해 방해되는 주정차 된 차량을 제거, 이동시킬 수 있는 기존 조항 중 불법주정차량은 손실보상에서 제외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소방차 전용구역 법제화되어 방해 행위나 훼손 등 위반 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소방용수시설 등 소방시설 5m이내 주정차 금지 조항 중 적색 노면 표시, 적색 연석 표시 등 설치 등의 여러가지 제도적 개선이 되고 있다. 또 주택 및 상가밀집지역, 아파트 단지 등 취약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소방차량 길 터주기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국민 공감대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시민들 개개인의 의식변화이다. 소방통로 확보는 남이 아닌 나를 위한 통로다. 긴급한 일이 생겼을 때 다른 사람들의 잘못된 행위로 인해 그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얼마나 남을 원망하겠는가.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은 버리자. 소방차 통행로는 시민의 생명을 살리고 재산을 지키기 위한 통로다. 나 자신뿐 아니라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작은 것부터 실천하고 관심을 갖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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