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병기념관, 구국정신 함양계기 되길

광주광역시 광산구 어등산 일원에 호남의병기념관이 들어선다. 광주시는 내년부터 2024년까지 예산 377억 5천만 원을 투입, 어등산 일원에 호남의병기념관을 건립한다. 호남의병기념관은 추모시설을 비롯 전시관람시설, 문화교육시설, 편의시설 등 4개 동 5천200㎡ 규모로 꾸려진다. 시는 10일 시의회 임시회에 관련 사업계획안을 제출했다.

시가 호남의병기념관 건립 대상지로 어등산 일원을 선정한 것은 매우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을사조약을 전후로 해 대한제국 군대 군인출신과 유생, 농민 등으로 구성된 구한말 의병은 일제의 침탈에 맞서 전국 곳곳에서 일제와 싸웠다. 전남지역에서 가장 많은 547회(31.5%)의 전투가 벌어졌다. 그 중심에 있는 곳이 바로 광주 어등산이다.

어등산에서는 김태원·김율·조경환·김원범·오상열 의병장 5명과 100여 명 의병이 일제와 전투를 벌이다 순국했다. 하지만 어등산 일대 의병활동상에 대한 조명과 기념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광산구가 지난 2009년부터 조례제정을 통해 10월 25일을 ‘어등산 의병의 날’로 정하고 추모제와 기념식을 거행해 왔으나 아쉬움이 컸다.

광주 어등산은 1907년 9월 장성의 의병장 기삼연(奇參衍)이 주도한 호남창의회맹소(湖南倡義會盟所)결성과 담양 무동촌 전투를 비롯 나주·함평·영광·장성·무안·광주지역 전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어등산은 ‘의향(義鄕) 1번지’라 해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의로움과 용맹함이 가득한 곳이다. 이곳에 호남의병기념관이 들어서는 것은 의미가 깊다.

일각에서는 전남도가 추진중인 호남의병역사공원과 내용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예산의 중복투자가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몽항쟁을 벌였던 고려 삼별초와 지역민의 대몽항쟁 정신, 임진·정유재란·구한말 호남의병·민초의 구국정신, 일제강점기 전후의 광주지역 애국독립지사들의 항쟁을 기리는 시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호남의병기념관 설립을 계기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건물’을 짓는 일보다 역사현장에서 ‘정신’을 기리는 실질적인 기념사업과 추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광주에는 광주천변을 비롯 양진여·양상기부자의병장 전투지·묘역 등 한말 의병 관련 유적지가 37곳에나 있다. 그런데 이들 유적지는 거의 방치된 상태다. 내용이 충실한 기념사업이 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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