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품귀현상…환자들 ‘약 찾아 삼만리’ 행보

‘개 구충제 암 치료 효과’ 논란 속 지역사회 곳곳 혼란
<펜벤다졸 >
약 품귀현상…환자들 ‘약 찾아 삼만리’ 행보
“죽느니 먹겠다”vs“효과 입증 안돼” 의견 팽팽

유튜브에서 시작된 ‘개 구충제(펜벤다졸) 암치료 효능’ 논란이 광주 지역 사회 곳곳에서 갑론을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치료법이 없어 손 놓고 있을 바엔 개 구충제라도 먹고 싶다는 의견과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충돌하고 있다.

29일 지역 의료계와 약사회 등에 따르면 펜벤다졸(fenbendazole)은 주로 개 등에게 사용되는 동물용 구충제다.

이 동물용 구충제가 암 환자들 사이에서 암치료의 마지막 대안으로 떠오른데는 폐암에 걸린 뒤 펜벤다졸을 복용한 이후 완치된 미국인 남성이 지난달 자신의 투병 후기를 담은 10분 40초짜리 영상을 제작, 유튜브에 올린 것이 단초가 됐다. 영상은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 한국에까지 이슈가 됐다.

암 환자와 가족들이 보인 반응은 실로 엄청났다. 인터넷과 커뮤니티에는 펜벤다졸 판매처 판매금액 등 관련 문의가 쏟아졌다. 오프라인도 사정은 마찬가지. 펜벤다졸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진 약국과 동물병원에는 구매를 문의하는 고객들의 방문과 전화로 눈코뜰새 없을 정도였다는 것이 한 관계자 설명이다. 광주와 전남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역 한 동물병원의 경우 펜벤다졸을 찾는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하루 평균 최고 5~7건씩 접수됐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동물병원 관계자는 “서울에서 온 한 고객이 펜벤다졸을 사러 온 적이 있었다”며 경험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펜벤다졸 품귀 현상속에 약 판매가 사실상 중단된 현재까지도 지역 일부 동물병원 등에는 일주일에 최소 2~3건 이상 꾸준하게 펜벤다졸 구매 관련 문의전화가 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진시황이 불로장생을 위해 불로초를 찾아 헤맸다는 구전이 21세기에 한국에서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최근 말기암에 걸린 일부 유명 연예인까지 펜벤다졸 복용 소식을 전하면서 이러한 분위기에 기름을 끼 얹은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펜벤다졸을 생산하는 업체들의 주가가 급상승 하는 기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펜벤다졸이 일으킨 작은 바람이 태풍으로 발달, 국내 사회·경제 전반에 휘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펜벤다졸에 대한 관심이 국내 의료계 및 의약계를 향한 불신과 혼란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점이다. 복용을 중지하라는 이들의 발표가 현실과 맞지 않다는 것이 환자들의 목소리다.

실제 식약처는 종양 치료 효능이 입증된 적이 없고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펜벤다졸 복용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현철 광주시약사회 회장도 “펜벤다졸이 제도권 안에 포함된 약이 아닌데다 암 치료 효능도 명확히 입증 안됐다”며 “의약품은 안전성이 가장 중요한데 어느 것 하나 확인된 사실이 없다”며 식약처 발표에 힘을 실었다.

반면 환자들은 “그냥 죽을 바엔 이거(펜벤다졸)라도 먹겠다”는 입장이다.

식도암 3기 환자인 김모씨(82)는 “현재 암이 식도에서 폐까지 전이됐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지만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내가 나이는 많아도 살고 싶은 욕망은 젊은이들 못지 않다. 뭐든지 효과가 있다면 복용하고 싶은 것이 환자 마음이다”고 밝혔다. 이어 “펜벤다졸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연구를 통해 명확하게 밝히면 되는데 정부 기관들은 무조건 먹지 말라고만 한다”며 “이는 암환자들을 위한 진정성 있는 태도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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