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생산품 구매, 중증장애인과 더불어 살기

형광석(목포과학대 교수)
 

이번 연말연시에 중증장애인생산품을 우선 주문하면 어떨까?

한 나라의 사회복지 수준은 중증장애인의 이동범위를 보면 안다고 한다. 예컨대, 중증장애인의 이동범위가 안방이라면, 그 나라의 사회복지 수준은 안방을 벗어나지 못한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중증장애인이 백두산 천지를 보고 내려온다면, 백두산만큼이나 사회복지는 높은 수준이다.

전남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jpm.or.kr)은 보건복지부와 전라남도가 지원·운영하는 판매시설이다. 재가 장애인 및 직업재활시설 장애인이 정성 들여 생산한 질 좋은 제품을 착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판매한다. 수익금은 장애인복지증진에 활용한다.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많이 배운다. 지난 9월 25일 운영위원 회의에서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을 수행하는 직업재활시설의 기관장을 만났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귀 기울일 만하다.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로 지정된 그 시설에서 근로장애인과 직업적응훈련생은 비누 생산, 제빵, DM 발송 등을 한다. 15명이 일한다. 대부분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이다. 근로 장애인이 받는 급여와 훈련생이 받는 훈련수당 등이 소득 인정액으로 잡히기에 그들이 받는 생계급여는 줄어든다.”

칠팔년 전에 들었다.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 중 일부는 노동소득의 발생을 피하려고 한다. 자칫 수급자 지위를 잃을까 봐서이다. 그래서 그 기관장에게 물었다. 생계급여가 줄어들면 상당히 싫어하는 반응이 나오지 않는가요? 장애인 당사자를 직접 만나보지 않았기에 조심스러우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장애인과 부모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일정 시간에 출퇴근한다는 기쁨, 일한다는 즐거움, 돈을 번다는 자부심이 작지 않다. 자아 존중감이 향상됐다. 한마디로 모두 표정이 밝다.”

“…소득 인정액으로 잡히기에 그들이 받는 생계급여가 줄어든다”라는 그 기관장의 말에 나는 긴장했다.

첫째,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은 문자대로 생산적 복지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장애인의 일터와 생산을 통한 사회복지의 확충이다. 발레리나의 표정이 동작의 완성이듯이, 장애인의 밝은 표정은 장애인복지의 완성이다. 둘째, 누구든지 조금이라도 사회복지재정의 건실화와 유효성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 중증장애인이 생산한 제품을 우선 구매하면 된다. 공공기관이나 지역주민이 장애인생산품을 많이 구매할수록 장애인의 노동소득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소득 인정액의 증가는 생계급여의 감액으로 이어지기에 혹자는 불편하겠지만, 장애인의 자립과 자립생활 역량이 커지리라 짐작된다. 그만큼 더 그늘진 곳에 사회복지재정을 투입할 여력이 커진다.

전남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의 올해 들어 8월까지의 누적 판매실적은 16억여 원(전년 동월은 약 15억 원)이다. 주요 구매자별 판매실적 구성비는 국가기관 21.9%, 지방자치단체 48.8%, 교육기관 23.4%, 공공기관 1.7%, 기타 4.2% 등이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국가기관 34.0%, 지방자치단체 3.3%, 기타 40.3%, 감소율은 교육기관 0.5%, 공공기관 1.4%이다. 전남지역의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공공기관 등에서 장애인생산품을 우선 구매하는 노력은 충분하지 않다.

사회복지에서 국가의 책임도 크지만, 지역사회의 책임도 그에 못지않다.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회적 약자나 장애인의 거주지는 지역사회이다. 장애인의 지역사회중심재활사업(Community Based Rehabilitation)의 활성화에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 지역주민이, 지역사회의 여러 기관이 이번 겨우살이를 준비하면서 지역장애인생산품을 우선 구매하면 된다.

전남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의 홈페이지에서 단가표를 내려 받아봤다. 우리 일상생활용품이 대부분이다. 복사용지, 화장지, 프린터 카트리지, 쓰레기봉투, 생활 소비제품(칫솔, 비누, 수건 등), 가구류, 의류, 도자기류, 식료품(참기름, 들기름, 볶음 깨, 커피, 빵, 생일케이크), 선풍기, 전기제품 등이다.

조만간 생일을 맞이하면, 생일케이크를 전화(061-278-2461)로 주문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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