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절로 응원하는 후배·닫힌 교문 쉽사리 못 떠나는 학부모들

수능 이모저모
“갈고 닦은 실력 맘껏 발휘하길…”
큰절로 응원하는 후배·닫힌 교문 쉽사리 못 떠나는 학부모들
교통 안전 나선 녹색어머니부터 동창생 응원 나온 군인 ‘눈길’
 

‘수능 대박’을 기원하며 살레시오고 1~2학년 학생들이 시험장을 향해 ‘큰 절’을 올리고 있다. /김영창 기자 seo@namdonews.com

◇“선배님 큰 절 올리겠습니다…시험 잘 보십쇼”

선배들의 ‘수능 대박’을 기원하며 후배들이 시험장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 14일 오전 8시 10분, 모든 수험생들의 입실이 완료되자 광주 동신고등학교 교문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무릎을 꿇고 시험장을 향해 큰 목소리로 “선배님 3년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대박 나십쇼”라고 외쳤다. 주인공은 살레시오고등학교 1~2학년 학생들로,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이날 오전 7시부터 동신고 교문에 자리를 잡았다.

후배들은 시험을 보는 선배들을 위해 초코파이와 따뜻한 음료를 손에 하나씩 건네줬다. 후배들은 “살레시오고 화이팅! 선배님 사랑합니다. 최선을 다하십쇼”라고 우렁찬 목소리로 응원했다.

이들은 수험생뿐 아니라 경찰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수험생을 데려다 준 경찰에게 “경찰 화이팅”이라고 외치는 등 훈훈한 장면도 눈에 띄었다.

살레시오고 최현민(17)군은 “선배님들이 수능 대박나기를 기원한다”며 “우리 선배들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신 경찰분들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시험장을 착오해 다른 학교로 갔던 수험생이 경찰의 도움으로 본래의 시험장에 들어가는 모습을 경찰이 바라보고 있다. /김영창 기자 seo@namdonews.com

◇“빨리 교문 열어주세요…우리 학생 시험봐야 합니다”

“여기요! 여기요! 빨리 문좀 열어주세요. 우리 학생 시험 봐야돼요.”

교문이 굳게 닫힌 8시 18분. 동신고 일대에는 경찰차의 싸이렌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경찰차에 내리자마자 경찰은 굳게 닫힌 교문을 힘껏 두드렸다. 경찰은 다급한 목소리로 “빨리 문좀 열어주세요. 여기 학생 시험봐야 합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학교 관계자가 문을 열어주자 경찰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수험생보다는 오히려 경찰이 간절한 목소리로 교문을 열어달라고 한 것이다.

사연은 이렇다. 시험장을 착각해 다른 학교로 갔던 학생은 경찰의 도움을 받고 본래의 시험장을 온 것이다. 광주 남구에 있는 동성고등학교에서 북구에 있는 동신고까지, 통상적으로 30여분 소요되는 거리를 경찰의 도움으로 13분여만에 도착한 것이다.

특히 경찰은 끝까지 학생이 시험장을 들어서는 뒷모습을 지켜보며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광주 남부경찰서 효덕지구대 한상회·김형우 경위는 “학생이 시험을 봐야하는데 시험장소를 잘 못 왔다고 하더라…내가 더 심장이 떨릴 정도로 긴박함 속에 왔다”면서 “비록 조금 늦긴 했지만 학생이 시험을 잘 봤으면 한다. 이 학생뿐 아니라 모든 수험생들이 시험을 잘 봤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입실 마감시간이 훌쩍 지나 도착한 지각생이 뛰어 들어가고 있는 모습.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같은날 광주시교육청 26지구 제3시험장인 금호고등학교와 제24시험장인 금호중앙여자고등학교에서도 입실 마감시간인 8시10분이 다가오면서 헐레벌떡 뛰어 들어가는 지각생들이 속속 등장했다. 수험생들은 경찰과 경비아저씨의 안내를 받으며 교실을 향해 전력질주했다. 입실 마감시간이 훌쩍 지나 도착한 학생도 눈에 띄었다. 교문에 들어선 학생은 곧 울음을 터뜨릴 듯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다행히도 교실입실은 8시40분까지 가능해 무사히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시험장 정문 앞에서 수험생 아들이 차에 두고 내린 슬리퍼를 건네는 아버지의 모습.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아들아~슬리퍼 챙겨야지”

이날 오전 8시께, 수능이 치러지는 학교 앞 정문에선 아들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아버지의 모습이 발견됐다. 한 손엔 회색 슬리퍼를 들고 학교 정문이 경계선이라도 되는 듯 쉽사리 넘지 못하고 그 앞에서 연신 아들의 이름만 불렀다. 잠시 후 학교 안쪽에서 한 학생이 다급히 달려오더니 아버지의 손에 들린 회색 슬리퍼를 들고 교실을 향해 황급히 뛰어갔다.

학부모는 “아이가 시험을 앞두고 긴장을 했는지 차에 슬리퍼를 두고 내렸다. 가뜩이나 긴장될 텐데 평소 학교에서의 차림과 편안해야 조금이나마 집중력을 발휘할까 싶어 얼른 가지고 왔다”며 “그동안 고생한 만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잘 이겨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교 동창생 김동현씨를 응원나온 제1전투비행단 소속 문재윤 상병.

◇동창생 응원 나온 군인 ‘눈길’

“군필 1학년 24세 김동현 파이팅!” 광주광역시 교육청 26지구 제20시험장 앞. 응원 팻말을 든 군인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제1전투비행단 소속 문재윤 상병은 이날 고교 동창생인 김동현씨를 응원하기 위해 휴가까지 내고 시험장을 찾은 것이다.

이날 수능을 치르는 김동현씨 역시 군 복무 중인 군인이다. 강원도 화천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는 김씨는 이틀 전 말년휴가를 내고 광주로 내려와 수험 준비를 마쳤다.

문 상병 역시 동창인 김씨를 응원하기 위해 2박3일 휴가를 내고 아침 일찍 수험장을 찾았다.

문재윤 상병은 “동현이는 군 복무기간 동안 훈련과 함께 매일 빠지지 않고 수험 준비를 했다고 들었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삼수’라는 어려운 결정을 한 친구가 자랑스럽다”며 “이번 시험을 꼭 잘 봐서 희망하는 의대에 입학했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각 시험장 주변에서 수험생들의 안전을 위해 교통경찰을 비롯해 모범운전자회와 녹색어머니회 등이 교통정리에 나섰다. 사진은 전남고등학교 앞에서 교통 안전을 위해 활동하는 녹색어머니회와 교통 경찰의 모습.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수험생 안전 입실 책임진다”

광주시교육청 26지구 제7시험장 앞. 수능이 치러지는 시험장 주변은 수험생들을 데려다 주는 학부모들의 차량들로 극심한 교통체증을 겪었다. 그러나 교통정리에 나선 교통경찰을 비롯해 녹색어머니회, 서부경찰서 모범운전자회 회원들의 노고 덕분에 순조롭게 차량 통행이 진행됐다. 서구 녹색어머니회와 서부서 모범운전자회는 지역 내 각 시험장에 각 3~4명의 회원들을 배치해 교통 정리에 나섰다.

이들은 원활한 교통진행을 위해 수신호를 자처하는가 하면 고사장 정문에서 하차하는 수험생들의 안전을 위해 직접 문도 열어주는 친절함까지 보였다.

이은아 녹색어미니회장은 “인생에 중요한 고비인 수능날 학생들이 사고없이 무사히 입실할 수 있도록 매년 활동하고 있다”며 “조금이나마 수험생들의 안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추위도 모르고 기쁘게 일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가 시험장을 바라보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다. /김영창 기자 seo@namdonews.com

◇“우리 딸 고생했어…엄마는 너를 믿는다”

입실 마감시간이 지나자 교문이 서서히 닫혔지만 자리를 떠나지 않고 교문 밖에서 시험이 시작될 때까지 지켜보며 자녀들을 응원하며 기도하는 학부모들도 많았다. 학부모들은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격려의 마음을 전했다.

학부모 김선영(50·여)씨는 “차분한 마음으로 평소 실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며 “그동안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박주연(54·여)씨는 “아이가 좋아하는 소시지와 브로콜리를 도시락으로 싸줬다”며 “긴장하지 말고 집중해서 시험을 잘 치렀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교문 한켠에서 자녀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학부모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동신고에서 수능을 보는 자녀를 둔 최모씨는 “수년간 공부하느라 힘들었을 우리 딸이 대견하다”며 “수능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이어 “우리 딸뿐 아니라 수능을 보는 모든 아들, 딸들이 무사히 시험을 봤으면 한다”며 “수능을 잘 볼 수 있게 도와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한시간여 동안 교문을 바라보다 자리를 떠났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김영창 기자 seo@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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