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의 배려, 소방차 길 터주기”

윤성상 서부소방서 119재난대응과장

“소방차 길 터주기”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왜 이렇게 강조할까?

화재 발생 후 5분 이상 경과하면 화재의 연소 확산 속도와 피해 면적이 급격히 증가해 인명구조를 위한 소방관의 내부진입이 곤란해진다. 또한 구급현장에서 심정지 응급환자의 경우 5분 이내 적절한 응급조치가 시작되지 않을 경우 생존율이 25% 미만으로 급감한다. 이와 같이 화재 및 구조·구급현장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간인 5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소방출동로 확보가 필수적이다.

소방차를 포함한 일련의 긴급자동차들이 빠른 출동을 요하는 것은 그 주된 임무가 인명의 구조 내지는 국민의 재산 보호와 같은 중대한 일이기 때문에 제한된 도로 여건에서 그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고 현장에 빨리 도착해야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소방청에 따르면 소방차 출동에 미치는 장애 요소 중 차량 정체(48.7%)와 불법 주정차(28.1%)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 자동차 보유 대수가 2천344만 대에 육박하고자동차 보유수는 인구 2.2명당 1대에 달할 만큼 자동차는 이동수단을 넘어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늘어난 자동차 수에 비해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인해 소방차량의 신속한 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소방관서에서는 소방 출동로 확보 관련 법령 개선과 불법 주정차 등에 대한 단속 강화 등 제도적 정착을 위해 노력 중이다. 서부 소방서의 경우 관내 호남권 최대 재래시장인 양동시장을 비롯해 아파트 및 다중이용시설 인근에서 소방 출동로 확보 훈련을 지속적으로 진행, 신속한 대응과 시민에게 소방 출동로 확보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홍보 활동을 추진하는 등 공감대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시민 개개인의 의식 변화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과 같이 입장을 바꿔서 한 번쯤은 생각해보자. 갑작스러운 사고 등 119의 도움이 필요한 상대방을 위해 신호 한 번 더 기다려주는 여유로운 마음자세로 긴급출동 중인 소방차에 양보해주는 미덕을 발휘하면 우리 사회의 안전이 보다 굳건해지고, 갈수록 각박해져가는 현실에 한줄기 희망을 다음 세대로 이어주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소방차 길 터주기는 내 가족,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사랑의 실천이며, 위급 상황에서의 1분 1초가 내 가족과 이웃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다가올 때 먼저 비켜주고 양보하는 등 지역 사회의 안전망 형성과 대한민국 안전을 위해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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