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파트는 소방차 진입이 가능하신가요?
임근술 광산소방서장

요즘 긴급차량이 출동할 때 도로 위의 차량이 길을 터주는 모습을 생활 속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각 지역 소방서에서 지속적으로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 홍보활동 및 불법 주정차 단속 등을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긴급차량 출동 시 도로 위에서의 진로 양보는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파트에서 화재가 나면 소방차 진입은 가능할까?

지난 24일 창원시 한 아파트 11층에서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13명이 부상을 입었다. 소방서의 빠른 출동으로 불길은 일찍 잡혔으나 현장에 도착한 소방용 사다리차가 접근하지 못해 소방대원이 호스를 들고 직접 11층에 올라 불을 껐다. 이처럼 최근 아파트·주택화재가 늘고 있으나 아파트 내 소방차량의 진입이 쉽지 않아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동주택에 사는 주민이라면 한번은 노란색 바탕에 흰색 글자, 또는 노란색 글자로 된 ‘소방차 전용구역’이란 표시를 봤을 것이다. 이 구역은 화재 등의 상황 발생 시 소방차가 출동해 화재진압과 인명구조를 위한 ‘생명의 공간’이다. 그러나 2중 주차 등으로 때문에 소방용 사다리차뿐만 아니라 소방펌프차가 아예 처음부터 못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소방용 사다리차는 고층 빌딩의 근접 거리에서 불길을 잡고, 불길에서 대피한 인명을 직접 구조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고층 화재에 필수적으로 출동한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 내 빽빽이 주차된 차량과 불법 주정차 차량들 때문에 이러한 아파트 출동에서는 진입부터 어려움이 따른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2018년 8월 10일 아파트 단지 내 소방차 전용구역 확보가 의무화됐다.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공동주택 중 100세대 이상 아파트와 3층 이상의 기숙사는 가로 6m 세로 12m 크기로 각 동별 전면 또는 후면에 1개소 이상의 소방차 전용구역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또한 누구든지 소방차 전용구역에 주차하거나 진입을 가로막는 등의 방해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위반할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아파트의 경우 부족한 주차 공간, 협소한 단지 내 도로 여건과 편의를 생각하는 일부 주민 때문에 아파트 안을 소방차로 오가기란 쉽지 않다. 살려 달라는 외침을 바로 앞에 두고 비좁은 길과 갓길 주차된 차 때문에 진입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각종 재난사고 발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현장 출동이다. 초기 진화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인명 피해를 동반한 대형 화재로 이어지기 때문에 불법 주·정차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소방차 전용구역 확보는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기존의 공동주택은 제외되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지만, 기존 공동주택도 자발적으로 소방차 전용구역을 확보하여 재산과 생명을 지켜야 하겠다.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에 소방차량의 진입이 늦어지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며, 한순간의 편안함보다는 나와 내 이웃 그리고 우리 가족의 안전을 위해 소방차 전용구역 확보에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기대해 본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