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자현장 - 쪽빛에 거는 기대

송민섭(뉴미디어부 기자)

청출어람. 푸른색은 쪽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고 얼음은 물이 이뤘지만 물보다도 더 차갑다. 푸른색이 쪽빛보다 푸르듯, 얼음이 물보다 차갑듯이 끊임 없이 노력하면 스승보다 깊이있는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로서 맹자의 성선설에 대해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가 자신의 사상을 집록한 권학편에서 처음 쓴 말이다.

지난 19일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전국의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상 공모전이 열렸다. 전국 14개 시도에서 총 189편의 영상과 라디오 작품이 접수됐다. 본선에는 13개 작품이 진출해 자웅을 겨뤘다.

이날 센터에 상영된 영상들은 높은 수준의 퀄리티를 자랑했다. 학생들은 실제 영화의 제작콘티를 참고해 기획을 짰고, 성인들도 다루기 힘든 편집프로그램들을 배워 사용해 작품을 만들어냈다. 연기력 또한 수준급이었다. 작품을 위해 발성을 연습 하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같은 표정을 지었다.

본 기자 또한 중학생 시절 친구들과 팀을 꾸려 영상공모전에 출품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지금 중학생들 처럼 전문적이고 깊이있지 못했다. 제대로 된 영상제작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핑계가 있지만 당시만 해도 UCC공모전은 단순 추억거리 만들기에 불과했다. 나를 포함한 모두의 인식 속에 영상제작은 딱 그정도였다.

반면 지금은 미디어의 역할이 다양해지고 중요해지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미디어 감수성 교육 등을 바탕으로 그 중요성이 강조돼 미디어에 대한 사회전반의 인식이 달라졌다.

영화제 심사를 맡은 윤석년 광주대 교수는 “중학교 자유학기제의 미디어 교육 효과가 이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미디어 재단들은 그만큼 많은 교육과 관련 행사들을 통해 학생들의 영상제작 실력 뿐 아니라 미디어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을 바꿔냈다. 불과 10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이같은 변화를 이뤘다. 청출어람은 제자가 노력하면 스승을 넘을 수 있다의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쪽빛과 같은 스승이 있었기에 더 영롱한 푸른색의 제자가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앞으로 더 중요해질 미디어 전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교육을 주최하고 실행하는 기관들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강한 미디어 문화를 위해 쪽빛에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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