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표 무안 백제고 교장의 남도일보 월요아침

다 함께 새해 결심!

김용표(무안 백제고 교장)
 

TV뉴스를 보지 않은지 꽤 되었다. 뉴스가 시작되면 가슴이 답답하고 혈압이 오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마치 분노와 증오의 용광로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아서 차라리 외면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신문은 그나마 선택적으로 기사를 접할 수 있어서 조금 낫지만 그것도 크게 나을 것은 없다.

분노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분노하는 자의 고통만 커질 뿐이다. 과거를 기억 못하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기억보다 중요한 것은 아픈 과거를 재생산하지 않는 일일 것이다.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의 가장 큰 비극은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그렇지 않은가! 역사를 기억하면서도 더 이상의 반복을 막기 위한 근원적인 개선과 치열한 자기반성은 없었다. 생각해보자. 1994, 1995, 2003, 2014. 이 숫자들은 무엇인가.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세월호 침몰. 전형적인 후진국형 초대형 인재(人災)가 일어난 해이다. 우리 모두 기억은 하고 있지만 재발되지 않을 만큼 지금의 우리는 안전해졌을까? 일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일본은 이 땅을 두 번이나 침략하여 우리 민족을 그토록 참혹하게 짓밟았지만 우리는 다만 공포와 증오의 기억만 가졌을 뿐이다. 일본을 이겨보겠다고 단 한번이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시스템과 정신문화를 재정비하려는 똘똘한 노력을 했는가. 아쉽게도 그런 역사가 없다. 이제는 한번 이겨볼만한 수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냉정하게 일본을 연구하고 준비해서 우리의 문화, 경제, 과학, 국방이 그들보다 앞서고, 그래서 그들이 우리를 두려워 할 수준이 되면 안 될까? 일본에 대한 증오와 성토로는 역사가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미워한다고 그들이 변할 리가 없다. 그들이 우리에게 선한 이웃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순진무구한 착각이다. 우리가 훨씬 우월해져 물리적이든 경제적이든 압도할 수 있을 때, 그때 일본은 변할 것이고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후진국형 재난이든 일본이든 사회전반에 그것들을 극복할 의식과 결기를 갖자고 말하고 싶다.

지금 우리는 선진국 문턱 앞에서 성장의 동력을 잃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각고의 고통 속에서 산업화와 민주화의 틀을 만들어 왔고 세계가 놀랄 만큼 잘 성장해 왔지만 이제 마지막 고비에서 멈춰 있다. 새로운 선진사회로 전환해야 함에도 방향을 잃은 채 서 있는 것이다. 이 절체절명의 시기에 온 국민이 서로 나뉘어 투쟁과 갈등의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들과 일부 언론은 여전히 이데올로기와 자신들만의 정의를 위해 수십 년째 대립을 위한 대립만 재생산하고 있다. 그들이 직업윤리를 잃은 지는 오래 되었다. 국민들은 답답하고 불안한 심정으로 미래를 바라만 보고 있고, 전문가들은 문제점만 그저 지적할 뿐이다. 함께 해결할 방안은 찾지 않고 시간만 보내고 있다. 이제라도 보수와 진보라는 웃기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서로에 대한 증오의 삿대질을 멈추고 선진문화와 규범을 논의하고 만들어야 한다. 산업혁명이후 후진국이 선진국이 된 사례가 몇이나 될까.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선진 사회로 도약하려면 지금이야말로 최적의 시기이다. 지금이 문턱을 뛰어 넘어야 할 바로 그 때이다.

부정을 통해서 역사는 창조된다고 하지만 ‘부정적 감정’을 부추겨서 ‘긍정적 창조’를 이룰 수는 없다.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뉴스를 자꾸 퍼 나르고, 타협하고 조정하려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격려해야 한다. 타협 없이 목소리만 큰 자는 우리의 영혼을 갉아 먹는 자들이다. 배려와 겸손만이 세상을 변화시켜 왔다. 힘과 영웅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영화‘어벤져스’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나아닌 남을 바꾸려는 기대만큼 실망스러운 것도 없다. 친절과 배려의 습관을 학교와 가정에서 교육하고, 지적질만 할 것이 아니라 선플을 시작하고, 어떤 직장이든 직업윤리부터 지키고, 언론과 사회단체들은 날마다 이런 ‘새문화운동’을 캠페인하고 부스터하면 어떨까. 다 함께 새해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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