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사피엔스’에서 ‘에코사피엔스’로

박철홍<담양군 참여소통담당관>
 

생태도시를 학문적 용어를 떠나 간단히 말하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도시’로 정의할 수 있다. 지난 2002년 민선 3기 시절, 전남 담양군은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생태도시라는 용어를 담양군 브랜드화하고 생태도시 정책을 군정지표로 삼았다.

생태도시 브랜드화는 우리나라에서 담양군이 최초였지만 세계적으로는 담양보다 훨씬 앞서 세계 많은 도시가 지향하고 있었다. 서구유럽은 생태유럽이라고 불릴 만큼 대부분 도시가 시행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모든 도시는 생태도시 정책이 일상화 되어 있다.

그러나 사실은 생태주의 원형은 동아시아 문화권에 있다.

인간과 자연을 한 생명으로 전제하는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생명사상에 그 뿌리가 있다.

불교는 만물이 모두 한 몸으로 연결됐다는 연기설을 주창했다. 노장사상은 자연흐름에 일치하는 행위를 무위자연이라 해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다. 유학 또한 자연철학인 주역의 음양론 체계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유불선 사상을 통합해 되살려낸 것이 우리 한민족의 ‘풍류사상’이다.

신라 말 사상가 최치원은 ‘난랑비서’에서 “우리나라에는 현묘한 도가 있으니 이를 풍류라고 한다. 풍류사상은 유불선 삼교를 포함하는 것으로서 군생(뭇생명)과 접촉하여 이를 교화한다”고 했다. ‘뭇생명과 접촉하여 이를 교화한다’는 이 말은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생태도시 정의에 갖다 써도 딱 들어맞는 말이다. 우리나라 생태주의는 이토록 오랜 역사와 깊은 철학이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생태주의 철학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철학으로서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인문학과는 뗄레야 뗄 수가 없다.

담양은 인문학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가사문학이나 시가문학도 아주 성행했다. 그래서 담양은 절경 곳곳에 정자들이 산재해 있다.

담양군은 그러한 정자들을 ‘시가(詩歌)문화 누정8승’ 이라 이름짓고 담양 곳곳에 산재해 있는 정자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실물 크기의 모형으로 담양읍 죽녹원 뒷자리에 죽향체험마을로 자리하게 했다.

죽향체험마을은 자연과 함께 사색에 빠지고 독서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 됐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문학은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을 이해하는 말 그대로 사람에 관한 학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폭 넓은 독서와 깊은 사색이 필수적이다.

이처럼 가사문학과 시가문학을 꽃 피웠고 담양군 전체가 멋진 정원이라고 표현되는 담양은 사색하며 독서할 수 있는 ‘인문학도시’로서 손색이 없다.

그래서 담양군은 2016년 전국 최초로 담양군을 ‘인문학 교육특구’로 지정되게 함으로서 인문학으로 미래 천년을 디자인 할 수 있는기반을 다지고 있다.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세계적인 도시는 많다. 그러나 ‘인문생태도시’를 추구하는 세계적인 도시를 나는 아직까지 들어 본 적이 없다.

더 나아가 담양군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에코사피엔스’ 라는 새로운 인류를 교육시키고 체험하고 양성하는 곳으로 거듭 나아야 한다.

최근 갈수록 심해지는 기상이변과 지진, 쓰나미와 화산폭발 등에 의한자연재해로 인류의 생존이 위태로운 상태에 이르렀다. 이렇게 지구에서 자연재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거대 지구의 변화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1972년 의 화학교수인 러브록(Lovelock)교수에 의해 제시됐는데, 이것이 지구를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이론(Gaia theory)이다.

즉 지구도 하나의 생명체로 보고 인류가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류가 호모사피엔스에서 에코사피엔스로 변해가야 한다.

또한 현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이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한 시대이다. 4차 산업혁명은 ‘급진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혁신으로 인간에게 고귀한 가치를 제공하는 사건’이다. 기술과 비즈니스를 통해 사람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사람을 위한 혁명’ 즉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사람이 필요한 시대라는 의미이다.

담양군이 인문학생태도시를 지향하면서, 인류를 ‘호모사피엔스’에서 ‘에코사피엔스’로 변화 시킨다!

이 두 가지를 범지구적으로 담양군이 선두에 설 수 있다는 것 생각만이라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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