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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506)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506)

제6부 팔도부원수 1장 모문룡을 부수다(506)

“장수 나리, 저는 억울하게 죽습네다.”

여인이 이렇게 말하고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여인의 다리 밑으로 선연하게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정충신이 시선을 피했다. 여인의 음부가 흉기로 흉칙하게 난자당해 있었다.

“빨리 응급처치반을 투입하고, 군교는 군복이라도 걸치도록 하라.”

군사들이 바삐 움직이며 여인에게 옷을 걸치고, 밑을 처치하려 했으나 여인은 기진맥진한 채 이들을 거부했다.

“쇤네는 가망이 없습네다. 다만 소원 하나 들어주시라요.”

“그래, 무슨 사연이고?”

“쇤네가 거부했더니 이렇게 칼로 막 하체를 헤집었습니다.”

“뭣이?”

“그자들이 쇤네를 이렇게 망쳤사옵니다.”

“그자들? 어떤 놈들이냐?”

“모(毛) 군사보다 지방 현령과 찰방이 더 나쁜 자들이옵니다.”

“지방 현령과 찰방?”

“그러하옵니다. 모군(毛軍) 막료장들에게 바친다고 고을 여자들을 잡아갔나이다.”

“잡아가?”

“현령과 찰방과 비장들이요. 그러면서 함께 즐기며 히히덕거렸나이다.”

“함께 놀아났다고?”

“그렇사옵니다. 쇤네는 현령과 모군에게 당했사옵네다.”

여인은 인과관계를 분명히 짚고 있었다. 명나라 군사가 아니라 모문룡의 군사들에게 당했다는 것이다. 여인이 숨을 가쁘게 몰아쉬더니 잠시 후 이내 잠잠해졌다. 숨을 거둔 것이다.

“죽일 놈들. 관아의 현감과 찰방들을 잡아들이라. 그리고 군사를 풀어서 모군 뒤를 쫓으라.”

군사가 흩어지고, 잠시 후 현령과 찰방을 잡아왔다. 종6품의 외관직인 현령(혹은 현감)은 작은 고을의 원님이었으나 절대적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역참을 관장하던 기관장인 찰방과 비장, 이방을 거느린 말단 지방수령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지역에서는 백성의 생사여탈권까지 쥐고 있었다.

군사들이 압송해온 현령과 찰방을 진영의 뜰에 무릎 꿇려놓고 정충신이 호령했다.

“이놈들, 백성들은 불쌍한 자식과 같은데, 한 지아비의 아녀자이자 아이들의 어머니를 빼앗아 오랑캐에게 바쳤다고? 그것이 말이 되느냐.”

“금시초문입니다. 누가 그런 일을 했답디까?”

당장에 현감이 부정했다.

“죽은 자가 거짓말하겠느냐? 사실대로 말하렸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목을 칠 것이다.”

“빚을 탕감하는 조건으로 후금군을 위로하도록 하였소이다. 그들을 잘 접대해야만 고을이 안정되고, 군량도 덜 수 있으니까요.”

찰방이 곁눈질로 정충신의 동정을 살피며 말했다.

“나라의 자존심이 있지. 연약한 아녀자들을 갖다 바쳐? 그것이 군자의 나라 도리냐?”

그때 그들을 잡아온 군교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 새끼들, 흉악한 짓을 고을을 돌며 샅샅이 알아왔습니다. 장군 나리, 용서못할 놈들입니다. 사대가 몸에 밴 자들로서 명나라나 후금의 비위를 맞춘다는 이름아래 여성을 잡아 함께 즐기고, 되놈들에게 금은냥깨나 받았다고 합니다. 고을 사람들의 얘기를 들은즉슨 이렇게 해서 인근 마을 다섯 집의 여인들이 잡혀가 농락당했습니다. 농민의 부인도 있으나 미천한 노비 계급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때 낫을 든 한 장정이 관아 뜰로 달려오더니 현감을 보자마자 그의 등짝을 대번에 낫으로 내리찍었다. 현감이 쓰러지자 그의 얼굴을 낫으로 마구 난자했다. 현감이 몸을 파르르 떨더니 숨을 거두었다. 그가 찰방에게도 달려들어 낫을 휘두르자 정충신이 재빨리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저 자를 잡아 포박하라.”

그러나 그가 눈이 까뒤집힌 채 낫을 휘두르더니 하혈한 채 숨을 거둔 여인을 부여안더니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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