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511)

제6부 팔도부원수 1장 모문룡을 부수다(511)

“어떻게 그대가 여기를?”

모문룡은 감개가 무량했다. 그는 만백사 제하고 그녀를 자신의 전용 군막 침소로 데리고 갔다. 들어서기가 바쁘게 쇤네를 끌어안더니 옷을 벗겼다. 생각할수록 잊을 수 없는 여인이다. 삼십대의 농익은 몸은 그를 매순간 숨막히게 했다. 초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놓아줄 수 없는 여인이었다. 절륜이 이렇다는 것을 그는 그녀를 통해 알았다. 어수선하던 때 그만 그녀를 놓치고 말았는데, 지금 웬 떡이냐. 성급하게 욕구를 채운 뒤 모문룡이 누운 채로 물었다.

“어떻게 나 찾아왔나 해?”

“잊을 수가 있겠나이까. 애초에 쇤네가 고향 집으로 가지 말았어야 했디요. 집으로 돌아가자 남편에게 날마다 두둘겨 맞았댔시오.”

“왜 맞았다 해?”

“모 장군과 밤마다 사랑을 나눈 것을 생각하구, 남편이 질투한 나머지 순간순간 화를 내면서 매타작을 했댔디요.”

“고렇디. 너의 맛이 천하일미다해. 그런 당신을 나에게 빼앗겼댔시니 미치고 환장할 일이다 해. 남자 질투심은 태산을 무너뜨린다 해. 그랬더니?”

“쇤네는 매를 견디다 못하고 둥근산으루 도망을 갔댔디오.”

“둥근산?”

“철산군 동천리 서북쪽에 있는 산이야요. 알처럼 둥글게 생겼다 해서 알산이라구두 하구, 둥근산이라고도 하디요. 토구들의 소굴입네다.”

“이 산을 말한다 해. 산적 소굴이다 해. 보물이 산처럼 쌓여있다 해서 내가 왔다 해.”

“쇤네는 산적들에게 붙들려서도 한참 당했나이다.”

“또 당했다 해?”

“고놈들이 소녀를 가만두디 않았디요. 쇤네는 여러 놈에게 시달린 나머지 자진하려고 했는데, 마침 정충신 군대가 들어와 구출이 되었삽네다.”

“정충신 군대? 고 자 역시 손대지 않았나 해?”

그도 남자인지라 질투심이 나는 것이었다.

“그럴 위인은 아닙네다.”

“하면 고 자들, 산적들 보물 냄새 맡았다 해?”

“그런 것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디요. 모군하러 다녔습네다.”

“하하하, 고 자는 순진하다 해. 우리 명군을 똥 취급하면서 무얼 얻겠다고 그러나? 후금 왕자들과 친하고, 후금과의 관계를 증대하면 된다는 자 아닌가. 불사이군을 버리니 조정으로부터 욕보게 돼있다 해. 인생 좆됐다 해.”

“쇤네는 그런 건 잘 모릅네다. 다만 모 장수의 목을 노리고 있습네다.”

“내 목을?”

“그렇습네다.”

“그놈이 제 살 길을 못찾는군. 나에게 아첨해야 출세하는데 말이다. 부모국의 장수를 살해하려 한다면 지 목숨이 온전할까? 쌀 내놓으라면 쌀을 내놓고, 인삼 가져오라면 인삼 갖다 바치고 출세길을 도모하는 것이 조선 중신들인데 충성을 못할망정 감히 내 목을 달라고? 참으로 천지분간을 모르는 놈이다 해. 사대가 조선국의 근본이란 것도 모르는 쪼다다 해.”

“그 자는 군사도 없고, 무기도 없습네다.”

“그런 놈이 팔도부원수라니, 인생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 해.”

쇤네가 모문룡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쇤네의 단 몸이 단번에 모문룡을 자극했다. 그가 다시 그녀의 치마를 걷어올렸다.

“곰방 죽자하고 덤비시면 안됩네다. 나리 뼈가 녹아버리디요. 넉넉하게 먹고 원기를 회복한 뒤 질퍽하게 놀아야디요. 지금 냇가로 나가서 물놀이하구 와요.”

“그 말 잘했다. 공기 맑은 곳으로 가자. 냇가에서 나누는 정사도 상쾌하다 해.”

모문룡이 일어나 앞서고, 그녀가 뒤를 따랐다. 그들이 물소리와 함께 계곡을 따라 걷자 숲속에서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자들이 있었다.

“여기가 좋다 해. 여기서 너를 안을 수 있다 해.”

모문룡이 여인을 냇가에 세워 옷을 벗겼다. 그때 자객 둘이 숲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그들이 칼을 드는 순간, 다른 쪽에서 날아온 화살을 맞고 그 자리에 고꾸라졌다.

“모 대장, 위험하오이다!”

건너편 숲에서 활을 든 사내가 나오더니 소리쳤다. 그들은 모문룡을 지근거리에서 경호하는 모문룡 군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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