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제일정보중·고교생 474명 졸업장

“배움에 나이가 있나요…”
늦깎이 중·고교생들의 특별한 졸업식
목포제일정보중·고교생 474명 졸업장
‘못다한 배움의 恨’ 사연도 가지가지
졸업생 122명은 꿈에 그리던 대학 진학도
 

전남지역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로 만학도들의 배움터인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의 제32회 졸업식이 지난 8일 열렸다. 이날 중학교 졸업장을 받은 최병모(77·왼쪽)씨가 졸업앨범을 펼쳐보고 있다. /전남도교육청 제공

전남에서 배우지 못한 한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늦깎이 중·고교 학생들의 특별한 졸업식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지난 8일 열린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의 제32회 졸업식. 배움의 한을 가진 늦깎이 중·고교 학생 474명(초등교육과정 47명·중학교 157명·고등학교 270명)이 졸업장을 받았다.

꿈에도 그리던 졸업장을 가슴에 안은 만학도들은 여느 중·고생과 다르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꺼내 학우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동년배인 스승에게 그동안의 베풀어준 배움에 감사하며 인사를 올렸다.

배움에 대한 이들의 사연도 각별했다.

먼저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중학교 졸업장을 받은 최병모(77)씨는 일찍이 할아버지 밑에 한자를 배웠다. 어린시절 중학교 공부를 했지만 아쉽게도 학력이 인정되지 않은 학교였다. 서울에서 자녀 1남 4녀의 교육을 마친 뒤 고향으로 돌아온지 벌써 20년이 지났다.

최씨는 몇해 전 한글을 배우고 싶다는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고 치매예방에 도움이 될까 싶어 중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무안군 현경면에서 매일 승용차로 아내와 두명의 동료와 함께 학교를 다녔다. 중학교를 다니면서 한자검정회 3급 시험에 합격한 최씨는 고등학교 진학 후에는 한자 2급에 도전할 예정이다.

최씨는 “지금 이 순간 배울 수 있음을 생각하면 학교가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장 받은 만학도 김옥희(60)씨.

경기도 성남에서 50년을 살다가 목포로 이사온 김옥희(60·여)씨도 올해 대학 새내기 꿈을 이뤘다.

김씨가 목포로 이사온 뒤 가장 먼저 듣고 기뻤던 것은 어르신들이 공부할 수 있는 학교가 있다는 것이었다. 항상 가슴 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못다한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싶었던 그는 학교 입학을 위해 초등학교 졸업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졸업장 명부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육성회비를 내지 못한 채 6학년 졸업 전 성남에 있는 공단에서 돈벌이를 시작하는 바람에 졸업처리가 되지 않았던 것. 억울했지만 초등교육과정부터 다시 시작했다. 해남군 고도리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김씨는 밤늦게까지 일하고 목포로 돌아와 공부하는 일과를 반복했다. 너무나 배우고 싶었기에 견뎌낼 수 있었다. 김씨는 1년만에 초등과정을 마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각각 2년만에 졸업한 뒤 올 해에는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목포제일정보중·고는 최근 법인화과정 중 진통을 겪었지만 만학도들의 배움터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에도 4년제 대학 21명과 2년제 101명 등 모두 122명이 대학에 진학해 배움을 이어가는 기염을 토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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