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시집 발매금지’ 日 정부 비판 문서 발굴

마쓰다 도키코 ‘저항의지’ 복각판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 공개

시집 표지 앞면과 뒷면. 뒷면에는 발매금지 검열 삭제 복자의 문자가 선명하다.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 제공
일본의 근현대 역사상 시집 발매금지처분을 당한 유일한 여성시인 마쓰다 도키코가 직접 자신의 시집을 발매금지시킨 일본제국주의 정부를 비판한 문서가 발견됐다.

19일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에 따르면 마쓰다 도키코는 1935년 도진샤(同人社)에서 출간해 발매금지를 당한 그녀의 시집 ‘참을성 강한 자에게’의 복각판을 항의의 의미를 담아 1995년 후지(不二出版)에서 출간했다.

마쓰다 도키코는 복각판 저자 후기에 ‘지금 어째서 발매금지 시집일까’라는 제목을 붙여 발매금지 처분을 당한 당시의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서두에서 “내가 일본제국주의 시대에 쓴 시집 ‘참을성 강하게’의 복각을 결심한 것은 발매금지된 시집이었기 때문이다”고 밝히며 발매금지 후 60년이 지난 시점에서 당시 문화적 탄압을 일삼았던 일본정부를 비판했다.

치안유지법 대탄압모임에서 강연하는 마쓰다 도키코.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 제공
그는 복각판을 간행한 또 한가지 이유로 “이것이 저의 최초의 시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정부가 발매금지시켰다는 것에 저는 지금도 연연하고 있다.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며 “이 시집이 나왔을 당시(1935년) 이렇게 세심하게 시의 한 자 한 구절까지 일본의 군국주의적 정부는 트집을 잡았다”고 일본정부의 탄압양상을 지적했다.

이어 “더욱 날카롭고 더욱 훌륭한 시대비판을 담은 많은 문학작품이 장르와 상관없이 ‘××’ 복자표시로 더렵혀졌고 발매금지 대상이 됐다”며 당시 문학작품 전반에 대해 감시의 잣대를 들이대고 억압을 가한 사실도 고발했다.

이에 대해 김정훈 교수는 “1935년 당시는 오카다 게스케(岡田啓介) 정부가 집권하고 있었다”면서 “마쓰다는 치안유지법을 구실로 삼아 권력이 문화적 폭거을 자행하는 일이 두 번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한 셈이다”고 평가했다.

또 “복각판은 1935년 당시 일본정부의 검열로 5~6페이지 삭제된 부분과 ‘××’ 복자 표시의 모든 부분이 복원돼 간행됐다”며 “마쓰다 도키코는 99세 나이로 세상을 뜨기 3일전 자택에서 진행한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일본시민들에게 헌법 9조를 지켜줄 것을 강력히 호소했고 투철한 작가정신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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