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 전남과학대 교수의 남도일보 월요아침
불안과 공포사이의 불편함
김은성(전남과학대 교수)

“친언니와 함께 마트에 들렀는데 면 마스크 몇 개가 남아있어 미리 구매하자며 매대 쪽으로 가까이 가는데 옆에서 미리 물건을 살펴보고 있던 모녀가 흠칫 놀라며 딸이 엄마에게 ‘엄마, 마스크 제대로 쓰셨어요?’하며 우리 자매를 멀찌감치 피해 얼른 물건만 들고 가는 모습에 씁쓸함을 느꼈어요”.

퇴근길 라디오 사연에서 흘러나온 이야기가 비단 사연을 보낸 청취자의 경험만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필자도 상가 건물에서 모르는 사람과 엘리베이터라도 타면 안쪽 구석으로 들어가 최대한 접촉을 피하고자 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트의 자매도, 엘리베이터 안의 사람도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나 의심자가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 내면의 불안이 이러한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불안이란 광범위하게 매우 불쾌하고 막연히 불안한 느낌으로, 관련된 신체증상과 행동증상(과민성)을 동반하며 당면한 위험에 대한 경고신호로서 그 위협에 대처하게 해준다(최신정신의학, 민성길). 이에 반해 공포는 불안과는 조금 다른데, 알려진 외부의 실존하는 위협에 대한 반응이다. 반면 불안은 알 수 없는 내적, 막연한 위협에 대한 반응이다. 이러한 불안이나 공포 의 적응적인 반응은 위협으로부터 생명을 지키고 상처받는 것을 피하게 해 준다.

지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폐렴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대부분 나라들이 공황상태에 놓여있다. 중국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는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사스나 메르스와 같은 바이러스에 의해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다. 이번에도 메르스보다 빠른 회복률을 보이면서 치사율은 낮지만 보다 더 강한 전염력을 보이고 있어 대한민국은 코로나 바이러스 폐렴 공포에 떨고 있는 상태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폐렴에 대한 공포증은 분명 과민한 반응일 수 있겠지만 문제는 코로나 바이러스 폐렴 문제가 더 진행될수록 이러한 과민 반응들이 더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공포감이 커지거나 무엇인가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면 사람들 마음속에는 불편한 무엇인가가 생긴다. 그것이 바로 분노이다. 마음속에 분노가 쌓이면 이를 해결해야 한다. 분노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원인 자체를 해결하는 것이지만 해결할 능력이 없을 대에는 다른 방식으로 분노를 해결하려는 행동이 나타나는데 종종 분노심을 해결하기 위한 행동이 엉뚱하게 표출되기도 한다.

중국 사람이 가까이 오는 것을 꺼리는 것을 넘어 중국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혐오감을 가지게 되는 것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점, 아직 명확한 치료제가 없다는 점, 그리고 신뢰성이 높지 않은 중국의 통계 자료 등은 사람들에게 불안을 심고 누구나 죽을 수 있다는 공포심을 강하게 유발한다. 아침에 눈 뜨면 자연스럽게 확진자 수를 확인하게 되는 요즘, 우후죽순 늘어나는 확진자에 구하기 힘든 마스크 공급 부족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은 더욱 커져만 간다. 불안감이 커질수록 자신감을 잃게 되면서 남들을 믿지 못하는 풍조가 나타나고 남의 말에 예민해진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날아드는 SNS상의 많은 정보는 어느 것이 팩트이고, 거짓인지 가늠하기 힘들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안감이 집단 내에서 널리 퍼지게 되면 서로 믿지 못하게 되고 공식적 보도나 자료보다 유언비어에 쉽게 동화되어 타인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이런 행동들은 우리 사이에서 돌고 돌아 결국 나 자신에게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코로나 감염 숫자가 늘어나는 속도와 숫자만큼 우리의 불안감도 커져간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정부의 발표와 전문가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면서 서로 의지해야한다.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은 되도록 피하고, 밀폐된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필히 착용하자. 구하기도 힘들고 막상 구해서 하루 종일 쓰고 생활하는 것도 불편하지만, 마스크 미착용으로 타인에게 주는 불편함은 더 크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특히, 야외 외출 후 귀가시에는 손 세척 및 소독에 각별히 신경 써야겠다. 이런 개인위생에 신경 쓰며 서로를 더 배려하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국가는 방역에 힘을 쓴다면 이 위기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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