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서 희망을 읽는다
최형천(㈜ KFC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얼마 전 지인이 마스크를 살려고 약국에 들려 딱 열 개 남은 것을 모두 사들고 나오다가 다섯 개를 반납했다고 합니다. 급하게 마스크를 구하려고 온 사람을 위해서였습니다. 또 다른 지인은 단체 대화방을 탈퇴하였다는데, 한 회원이 지속적으로 코로나19 관련 가짜 뉴스를 올리는 것이 몹시 불편해서 그랬다고 합니다. 평범한 일상에 갑작스럽게 위기가 닥치다보니 그에 대처하는 양상이 다양합니다.

카뮈의 소설 ‘페스트’는 극한상황에 대응하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면면을 보여줍니다. 알제리의 평범한 해안도시 ‘오랑’에 페스트가 번지고 정부는 확산을 막기 위해 이 도시를 봉쇄합니다. 무방비 상태로 고립된 도시에 페스트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면서 시민들은 공포의 도가니에 빠져들고 맙니다. 이들은 병마와 싸우기 위해 미신에 의지하기도 하고, 박하사탕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헛소문에 휘둘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은 시시각각 덮쳐오는 페스트 공격에도 주저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고자 나섭니다. 무언가 해야 한다고 먼저 행동하는 사람, 이럴 때 일수록 사랑과 행복이 소중하다고 주장하는 사람, 인류의 재앙과 구원을 성찰하고자 하는 사제 그리고 이 상황을 침착하게 관찰하고 묵묵히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그 주인공들입니다. 마침내 이런 사람들의 노력으로 도시는 조금씩 조금씩 변해갑니다.

까뮈는 눈에 띄지 않지만 조용히 미덕을 실천하는 평범한 시청 직원인 ‘조제프 그랑’에게 주목합니다. 그는 사태를 파악할 수 있는 재주를 갖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 처참한 도시와 시민들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행동으로 옮기는 착한 소시민입니다. 카뮈가 이 소설에서 보여주려는 것은 비록 절망적인 운명에 갇히더라도 절대 긍정의 사고로 연대하여 대처한다면 반드시 끝이 보인다는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그리고 선한 의지를 실행하는 평범한 소시민이 주역이라는 사실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1개월을 넘긴 지금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집단들의 속내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일은 과도한 공포심을 조장하여 국민들을 불안케 하는 행동들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가짜뉴스를 살포하고 혐오발언을 하는 사람들, 또한 근거가 희박한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를 주장하는 일부 정치권의 행태는 그 저의가 의심스러울 뿐입니다. 과거 우리의 메르스사태 때 중국은 국경을 막지 않았고 오히려 여행객을 보내주었습니다. 지금 코로나19를 퇴치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국가의 미래까지 고려한 신중한 언행을 권고하고 싶습니다.

다음으로 방역당국의 조처에 대한 일부 종교단체의 비협조적인 태도는 국민을 불안케 합니다. 감염병의 특성상 누구도 예외 없이 방역당국의 지시를 이행해야만 세균의 번식을 차단하고 퇴치가 가능합니다. 종교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국민 전체의 안위보다 우선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코로나19를 통해 희망을 읽습니다. 묵묵히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질병당국의 무한한 헌신, 힘들어 하는 대구와 경북을 위로하는 전 국민의 온정의 물결, 병원 문을 닫고 대구로 달려간 의료의병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합니다. 세계의 전문가들은 한국이 놀랄만하게 잘 대처하고 있다고 칭찬합니다. 특히 수준 높은 의료전문가, 민주적 절차, 국가가 모두 책임지는 의료제도, 투명한 정보공개 원칙을 장점으로 꼽고 있습니다. 우리국민들은 자부심을 가질 만합니다. 우리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며, 역시 힘을 모아 경제도 다시 세울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 사태가 잦아들고 방역당국의 외출자제 권고가 종료되면 그동안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식당을 찾아가 위로하고 지인들과 함께 이렇게 축배의 잔을 들겠습니다. 자랑스런 대한민국 만세!!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