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아프간 정부군 공격…평화합의 유지되나?

“폭력 감축 기간 종료”…지도부, 대원에게 공격 명령

아프간정부, 포로교환 이의…탈레반, “대원석방 없는 대회 없다 ”

美-탈레반 평화합의엔 아프간 정부 없어…정파간 협상 관심증대
 

2월 29일 미국과 평화합의 서명을 위해 카타르 도하에 도착한 탈레반 대표단. [AP=연합뉴스]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 간에 역사적인 평화합의가 지난달 29일 타결됐지만 곧이어 아프간 안팎에서 불협화음과 우려가 속출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조직 탈레반이 미국과 평화합의 서명 이틀 만에 아프간 정부군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탈레반은 일주일간의 ‘폭력감축’ 조치가 공식적으로 끝난 만큼 정상적인 작전 개시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군사 충돌이 어렵사리 진행되고 있는 아프간 평화 구축 노력에 암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일 톨로뉴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탈레반 지도부는 전날 아프간 정부군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다만 미군 등 외국군은 공격 대상에서 제외하라고 덧붙였다.

합의 타결 바로 다음 날인 지난 1일 미국의 아프간 파트너인 정부 측에서 곧바로 이의를 제기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간 정부는 5천명의 탈레반 수감자 석방에 관한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탈레반은 합의의 신뢰를 확인하기 위해 이달 10일까지 국제동맹군·아프간 정부군에 수감된 탈레반 대원 5천명과 탈레반에 포로로 잡힌 아프간군 1천명을 교환하기로 했는데 아프간 정부는 ‘모르는 일’이라고 밝힌 것이다.

가니 대통령은 “포로 교환은 미국의 권한이 아니고, 그들은 조력자에 불과하다”고 분명히 했다고 톨로뉴스 등 현지 언론과 외신은 밝혔다.

이에 탈레반은 “수감된 5천명이 풀려나지 않으면 아프간 내부 정파 간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탈레반은 지난달 29일 평화합의에 앞서 미국 측과 일주일간의 사전 폭력 감축 조치에 동의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지난 2일 “이제 폭력 감축은 공식적으로 종료됐고 정상적인 작전(normal operations)이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은 실제로 이날 발흐, 파리아브, 난가르하르, 자불 등 곳곳에서 정부군을 공격했다고 톨로뉴스는 밝혔다.

이에 대해 아프간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평화협상 과정에서 탈레반이 폭력 감축 연장에 사실상 동의했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합의에 따라 폭력 감축은 연장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정전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미국 측이 탈레반 측에 이 점을 분명히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스콧 밀러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도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폭력 수위가 계속 낮아야한다는 기대를 분명하게 밝혀왔다”며 이같은 상황에 우려를 드러냈다.

평화합의가 타결된 지 며칠 만에 아프간 안팎에서 심각한 이견이 발생한 셈이다.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의 반대로 이번 평화협상에 참여하지 못했다.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는 미국의 꼭두각시라며 그간 직접 협상을 거부해왔다.

앞으로 아프간에 평화가 완전히 구축되려면 외국군 철수와 함께 기존 정부와 탈레반 간의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프간에서 발을 빼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미국이 아프간 정부와 주변국에 책임을 떠넘긴 채 탈레반에게 성급하게 많은 것을 양보했다는 지적도 있다.

공화당 하원 지도부인 리즈 체니 의원은 이번 합의는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양보를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체니 의원은 워싱턴포스트에 “탈레반의 이행 여부를 확인할 뚜렷한 방법 없이 탈레반 대원 석방, 제재 해제, 철군 등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평화합의 선언 이틀만에 정파간 협상 개시에 암운이 드리워진 셈이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미국 CBS 방송에 출연해 “신뢰 구축 작업을 위해 모든 관련 당사자와 작업해 나갈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탈레반은 2001년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 등을 비호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침공을 받아 정권을 잃었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세력을 회복, 현재 아프간 국토의 절반 이상을 사실상 장악한 상태다.
/서정현 기자 s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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