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인권상에 인도네시아 출신 벳조 운퉁

독재정권 대학살 목격 후 저항활동

5·18기념재단은 올해 광주 인권상 수상자로 인도네시아 대학살연구소(YPKP65) 설립자이자 대표인 벳조 운퉁(Bedjo Untung·사진)을 선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벳조 운퉁은 고등학생이었던 지난 1965∼66년 군사독재 정권이 좌익을 청산한다며 자행한 학살 만행을 목격하고 이를 세상에 알리다 정치범 낙인이 찍혔다. 수배자가 된 그는 지난 1970년 인도네시아 군사정보국에 붙잡혀 구금됐다. 이후 전기고문 등 가혹행위는 물론 쥐와 도마뱀을 잡아먹으며 10년 가까이 구금생활을 이겨내야 했다. 이를 국제사회가 주목해 인도네시아 정부에 압박을 가하면서 그는 1979년 10월 석방됐다.

그러나 석방 이후에도 정치범임을 의미하는 특수코드 ‘ET’가 적힌 신분증을 소지해야 했고 모든 이동 경로를 군 지휘관에게 보고해야 하는 등 박해에 시달렸다. 지난 1999년 4월 운퉁은 자신이 목격한 대학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동료들과 YPKP65를 설립했다. 이후 인도네시아 전역을 돌아다니며 피해자들과 희생자 가족을 만나 정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인 권리를 알렸다. 그는 지난 2015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국제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당시의 사건을 증언하기도 했다. 이 재판을 통해 인도네시아 대학살 범죄가 공식적으로 인정됐고, 인도네시아 정부에 치유와 배상 등 후속 조치와 인권침해 특별법정 설치 등이 권고됐다.

광주인권상 심사위원회는 “5·18정신이 이런 벳조 운퉁의 활동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며 “독재 정권에 의한 투옥과 신변 위협에도 민주 인권 운동에 투신한 운퉁의 활동이 전 세계 인권운동가들과 시민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는 사실을 높이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5월 18일 예정됐던 시상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10월께로 연기됐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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