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석 목포과학대 교수의 남도일보 화요세평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작은 것이 아름답다?
형광석(목포과학대 교수)

코로나19의 전염이 세계적 대유행 상황을 겪으면서 ‘나비효과’와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말이 머릿속을 자꾸 스친다. ‘나비효과’에 대해서는 지난 <화요세평>(2월 4일)에 썼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새삼스럽다. 영국 경제학자 슈마허(E. F. Schumacher)가 1973년에 출간한 책(Small is Beautiful: Economics as if People Mattered)의 이름이다. 문자대로 풀면, 작은 것이 아름다워지도록 경제학은 인간을 중시해야 한다. 그 말은 그 당시를 상징하는 말이었다.

우리가 사는 환경을 설명할 때 ‘대형’(Big), ‘대량’(Mass)이 빠지지 않는다. 대형 산업단지, 대형공장, 대형농장, 대형 공사판, 대형 아파트단지, 대형 유조선 등은 ‘대량생산’(mass production)의 아이콘(icon)이다. 한편 대형마트, 대형주유소, 대형카페, 대형 여행사, 대형 식당 등은 ‘대량소비’(mass consumption)의 아이콘이다. 대형 공항, 대형 항만, 대형 고속철도, 대형 고속도로 등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연결하는 대형 매개체이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는 표리관계이다. 대량생산은 대량소비를 전제한다. 소비가 없으면, 생산하려는 동물적 욕구는 떨어진다. 대량생산자는 대량소비를 실현하고자 광고와 선전에 대량의 자원을 투입한다.

도로를 따라 운전하면 유독 허리 잘린 산등성이를 자주 마주한다. 풍수지리에서는 산을 용(龍)이라 부른다. 저렇게 용의 피부에 상처를 많이 내고 제대로 치료도 하지 않는다면, 용이 분노하지 않을까. 집중 호우로 가끔 일어나는 산사태는 아마도 용의 분노이자 산을 다스림의 대상으로 보는 인간에 대한 경고일 거다.

대형 산업단지와 대형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는 광경을 보노라면 섬뜩할 때가 적지 않다. 산 하나쯤은 가볍게 없어지고, 조그만 강 하나쯤은 흔적도 없다. 더불어 마을도 사라진다. 원주민은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정든 삶의 터전을 잃는다. 그곳에서 살았던 동식물, 벌레, 미생물은 어디로 갔을까. 오갈 데 없는 난민 꼴로 보인다. 뭇 생명의 생태계는 파괴됐다. 이제 그곳은 시멘트 콘크리트 구조물이 즐비하다. 그런 곳이 전국에 널렸다. 셈하는 일은 헛짓이다.

거의 매일 하늘은 뿌옇다. 차라리 밤안개 낀 하늘이라면 대자연에 대한 상상력이라도 향상되겠다. 미세먼지가 가히 안개로까지 보인다. 미세 입자는 보이지 않는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더니, 집적된 미세먼지는 눈을 가릴 뿐만 아니라 허파꽈리에 달라붙고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다. 혈관을 따라 몸 전체를 돌아다니지 않으면 다행이겠다.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은 어떠한가? 세정용, 화장품용, 플라스틱 성형용 등과 같은 1차 미세플라스틱은 일부러 만들기에 대수롭지 않다고 쳐도 2차 미세플라스틱은 그렇지 않다. 그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폐기물이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햇빛, 햇볕, 미생물 등이 작용하여 쪼개지면서 발생한다.

나노 크기의 미세 플라스틱은 태반과 뇌를 포함한 모든 기관에 침투할 수 있다고 한다. 1nm(나노미터)는 1m를 10억 등분한 크기이다. 머리카락 굵기는 80,000nm이다. 영국의 퀸메리런던대 의대 교수는 유럽 호흡기협회 회의에서 ‘오염된 미세 입자가 엄마의 폐를 통해 들어가면 태반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증거를 찾았다’며 ‘초미세먼지 일종인 미세 탄소 입자를 태반에서 찾아냈다’고 밝혔다(동아사이언스, 2018.9.16.).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코로나19와 같은 미세한 존재가 ‘대형’과 ‘대량’으로 찌든 인간 세상에 메스(mes)를 들이댄 꼴이다. mass의 폐해는 mes로 다스려야 하는가? 미세함의 위력이 더 커지기 전에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촉구이다.

코로나19 상황을 온 세계가 극복한 이후에 생산과 소비가 지금보다 10% 정도 더 늘어난 수준에서 그친다면, 작은 것이 아름다운 세상은 지속하지 않을까. 시간이 많지 않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슈마허의 금언을 실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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