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빚은 삶 50년…뜨거운 예술혼 오롯이

■최규철 작품집
최규철 전남대 명예교수의
조각가·교수·행정가 족적
시기별 주요 작품들 수록
광주예총 재임시 성과도
예술인 자세·각오 피력

최규철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의 한자락, 삶의 자양을 채우는 데 중견작가의 예술혼을 마주하는 시간 만큼 요긴한 게 또 있을까. 손으로 빚은 50년 예술인생을 오롯이 담아낸 예술 작품집을 만날 수 있어 한결 넉넉하다.

최규철(67) 전남대 명예교수는 조각가로서, 대학교수로서, 행정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해온 예술인이다. 전남대 사범대학·예술대학에서 40여년간 재임하며 광주와 전남, 나아가서 전국의 문화예술인재 양성에 이바지했다. 또 광주지역 미술전공인들의 활발한 작품 활동과 예술가로서 시민들의 문화향유를 위해 많은 활약을 해왔다. 특히 오랜기간 광주예술총연합회(광주예총) 회장을 역임하며 광주지역 예술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최규철 작 ‘함께가는 길’

이 작품집에선 최 교수가 살아온 삶의 발자취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조각가 답게 예술인로서의 족적을 먼저 소개된다.

그는 1989년 11월 제1회 개인전을 문턱높은 현대화랑에서 열면서 용기를 얻고 프로 작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개인전 뒤 대학 교수로 사실적·구상적인 세계를 작품에 투영해오다가 중년과 장년에는 작품을 조금 더 간소화해 추상세계로 넘어갔다. 생명과 삶을 작품의 테마로 근래에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을 탈피해 주변의 편안한 소재를 작품에 반영하는 예술세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가 50여년 동안 해왔던 주요 작품들은 시기별로 수록돼 있다. 조각 작업의 근간이 되는 ‘인체의 형태와 가능성’을 탐구한 1981년 작품부터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천착했던 2004년-2010년 작품들, 아이콘과 아이돌에 대해 심취했던 2010년-2014년 작품들을 시대 순으로 정리했다.

2015년-2018년 사랑·화합·조화와 삶에 대해 작업했던 것들과, 인간의 얼굴 표정을 다룬 현재의 작품까지 감상할 수 있다. 작품들을 감상하다보면 그의 작품 재료가 시대 흐름에 따라 돌과 흙에서 금속 등으로 변화된 점도 발견하다.

최규철 작 ‘정상에 올라’

그의 작품정신은 ‘나의 작업’이란 글에서 엿보인다. 그는 “아름다운 대상이란 무엇이며 미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이런한 원초적이고 진부한 질문이 항상 나의 작업에 걸림돌이 되어왔다. 나에게 있어 예술의 행위는 구태여 심미적인 관조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대상이 미적이기에 앞서 진실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무로 나는 대상들이 내재하고 있는 진실된 모습을 통하여 미의 가치를 추구하고자 한다.(이하 생략)”고 적었다.

작품집에는 광주예총 회장직을 맡아 이뤄냈던 성과들도 사진과 함께 수록돼 있다. 최 교수는 작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할 50대 나이에 광주예총 회장을 맡아 12년간 이끌었다. 재임기간 광주예총 아트페스티벌, 시민예술대학, 아시아창작스튜디어지역예술가 육성프로그램 운용, 달빛동맹 예술교류, 광주예총회관 건립 등 광주예술발전에 남다른 족적을 남겼다.

최규철 작 ‘FACE-외쳐’

그는 “인생의 한 단계를 정리하면서 작품만으로는 내가 걸어온 길을 보여주기에는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과 달리 나에겐 조각가로서의 삶과 함께 광주예총에 소속된 예술가들과 부대끼면서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삶을 살아온 12년, 예술과 경영의 길을 걸어오며 어려운 예술가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노력한 세월이 있다”고 적었다.

작품집에는 성장과정에서 그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함께 동고동락 해왔던 사람들, 스승과 제자, 친구,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작가들이 작품집을 만들때 일반적으로 작품세계만을 보여주는 것과는 다른 구성이다.

최규철 작품집 표지.

그는 이번 작품집 발간을 제2의 삶을 시작하는 다짐으로 여긴다. 최근 광주 우산중 후문에 전시·연구 기능이 더해진 작업실에 머물며 작업에 매진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실행할 수 없었던 제자들과의 정년기념전도 여건이 되면 열 생각이다.

“예술계에 몸 담으면서 교육자와 조각가, 예술단체를 이끄는 단체장을 수행하며 참으로 바쁘게 살아왔죠. 2007년부터 12년 동안 지역의 예술행정과 예술단체의 발전을 위해 장기간 봉사도 했지요. 정년을 기점으로 도록을 출간하게 된 겁니다. 이 작품집을 펴내다 보니 새로운 각오가 생기고, 마음가짐 역시 다지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남은 노후 동안 작품을 진지하게, 더 열심히 펼쳐 후배들에 귀감이 되고 싶은 꿈이 있네요.” 인생 2막을 시작했다는 최 교수의 삶이 어떤 향기로 다가올 지 궁금하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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