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채 남도일보 주필의 ‘무등을 바라보며’-오만한 민주당 초선이냐, 무기력한 민생당 다선이냐
 

내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고민이 많아진다. 권모술수와 협잡의 정치판을 보며 꼭 찍어야 하는 정당도, 꼭 찍고 싶은 후보자도 찾기가 쉽지 않아서이다. 물론 호남지역에서는 오만한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과 무기력한 기호 3번 민생당의 경쟁체제, 즉 1대1 맞대결 구도로 선거판이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오만과 독선의 진영논리에만 갇혀있고, 민생당은 덩치를 키웠지만 ‘한 지붕 세 가족’으로 사분오열이다.

그럼 유권자들은 어떠한 기준과 관점을 갖고 투표를 해야 할 것인가? 실질과 명분을 고려해서 투표하기를 권한다. 실질을 고려한다면 올바른 정치문화와 전통을 지닌 정당을 보고 투표해야 신뢰할만한 후보자를 선출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명분을 고려한다면 후보자의 됨됨이를 살펴보고, 인물투표를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훌륭한 후보자가 많이 당선돼야 소속 정당은 물론 국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실질적이면서도 명분을 살릴 수 있는 투표, 즉 정당과 인물을 두루 살펴서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회에 들어오면 선수(選數)가 깡패라선지 몇 선이냐에 따라 서열과 자리가 정해지게 마련이다. 초선 모임, 재선 모임, 중진연석회의 등 선수별로 이합집산을 하고 있다. 선수가 올라갈수록 무게감을 더해 보통 3선 이상을 다선 중진의원이라고 한다. 원내 대표나 상임위원장은 대부분 3∼4선이다. 4∼5선은 국회부의장에 도전한다. 국회의장의 경우 제1당 최다선이 하는 게 관례다.

국회의원은 재선 문턱서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많아 재선이 가장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따라서 3∼4선, 그 이상의 선수를 기록했다는 것은 그에 상응한 노력과 능력이 있어서다. 우선 지역구 관리를 비교적 잘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수를 쌓을 수 없다. 유권자들이 줏대없이 당선시켜 준 게 아니라 지역과 국가발전을 위해 더 일해 달라고 붙들어 놓은 것이다. 하지만 다선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그리 좋지 않다. 욕심만 많고 후배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기득권 정치인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원내활동 경험이 축적된 다선들을 무조건 배척할 일은 아니다. 물론 젊은이가 나이 많은 사람보다 더 활기차고 창의성을 갖고 의정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젊은이 못지않게 왕성하게 활동하는 다선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도 무시해선 안된다.

국회라는 곳은 절대 어설퍼서는 안되고, 어설픈 사람들이 구성원으로 많아서는 안 되는 곳이다. 참신하고 다양한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열혈 초선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각 정책분야별 전문성과 경륜을 갖춘 다선들도 많아야 한다. 의원 개개인은 모두가 입법기관이다. 이들이 만드는 법과 정책은 국민들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절대 어설퍼서는 안 되는 자리이다.

초선이 국회에 적응하는 데에는 1∼2년이 소요된다. 4년 동안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하는 것은 1∼2년에 불과하다. 1∼2년 만으로 정책적 노하우가 쌓이기는 쉽지 않다. 초선이라도 좋은 의정활동을 보이지 못하면 물갈이 대상이 될 수 있고 다선이라도 지역을 위해 헌신하고 지역주민의 민원 해결,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에 능하다면 4선, 5선이 아닌 10선이라도 무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선수를 쌓아온 호남 다선들의 정치적인 무게감에 의심의 눈초리를 던지는 시민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호남 다선 중에도 국회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괜찮은 정치인들이 여럿 있다. 특히 호남의 경우 다선들이 초선으로 대폭 물갈이 된다면 가뜩이나 중앙정치에서 밀리는 정치력 약화 현상을 가속화 시킬 것이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이상 다선의 몫과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국회에도 초선·재선·다선의 조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제 좀 비켜줘야 할 다선도 많다. 의정활동이 시원치 않았거나 빛바랜 과거의 훈장 이외에는 내세울 게 없는 다선들은 당연히 물갈이 돼야 한다. 당사자들은 억울하겠지만 때가 되면 물러나야 하는 게 세상의 이치다.

분열과 갈등에 휩싸여 있는 한국 정치의 변화와 희망을 견인하기 위해 다시 한번 호남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요구되고 있다. 21대 국회도 정당 구도로 흐르겠지만, 적어도 정치공학적으로 정당 간판에만 의존하는 함량 미달의 후보는 걸러져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호남의 전략적 선택이 또 다시 민주당의 오만함을 촉발하게 된다면 제2의 기회는 없을 수 있다. 호남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특정 정당 몰표 보다는 선택적 표심이 필요하다. 그 어느 때 보다 한 표가 절실하고 중요하다. 코로나19 위기속에서도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임해야 하는 이유다. 한 표 한 표가 미래를 결정짓고 세상을 바꾼다. 최종 선택은 시민들의 몫이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