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현관 해남군수의 남도일보 자치단체장 칼럼
화사한 봄? 야속한 봄? 그래도 희망의 봄!
명현관(해남군수)

올 봄은 유래없이 화창합니다. 만화방창(萬化方暢), 그 흔한 봄비 한번 내리지 않아서인지 며칠째 화사한 벚꽃은 어느해보다 눈부신 자태를 자랑합니다. 그러나 어쩌랴, 야속한 봄입니다.

코로나19의 여파는 땅끝마을 해남이라고 해서 비껴가지는 않습니다. 다행히 해남은 확진자나 의심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습니다. 고령자가 많은 지역 특성상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어르신들이 이용하던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노인회관 같은 시설들이 벌써 두달 가까이 운영이 중단되면서 가뜩이나 외로우신 어르신들을 더 외롭게 만드는 게 아닌지 걱정이 쌓여갑니다.

지금쯤이면 관광객들로 붐비었을 해남 명소들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었습니다. 제발 오지 말아달라고 현수막을 내걸고, 꽃밭을 갈아엎고, 가로수길을 막아버리는 지역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오는 손님을 마냥 막을수도 없는 노릇이라 아예 문을 열지 않고 있는 우리군의 관광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꽃은 내년에도 핍니다, 그때 만나는 꽃은 지금보다 훨씬 더 아름다울 것입니다.

국난이 닥치면 오히려 똘똘 뭉치고, 앞다투어 희생한다는 우리 국민만의 독특한 DNA가 이어져 온다는 말이 한동안 회자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우리 군민들을 뵐때면 이 말이 새삼 와 닿습니다.

너나없이 어렵고, 힘든 시기임에도 이웃과 공동체를 위해 헌신해 주시고 계시는 여러분께 특별히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모두가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직접 재배한 농수산물을 대구경북으로 보내어 해남의 진심을 전달해 주신 농어민 여러분, 한땀한땀 정성들인 면마스크를 지역의 어르신들에게 기부해주신 여성봉사단체 회원님들, 무료 급식시설이 문을 닫자 어르신과 결식 아동들에게 날마다 도시락을 배달해 주시고 안부를 살펴주시는 복지시설 종사자와 읍면의 자원봉사자 여러분, 그리고 하루도 쉬지 못하고 방역의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용소방대를 비롯한 유관기관의 관계자분들.

무엇보다 경로당과 관광지, 각종 운영 시설들이 전면 폐쇄돼고, 지역경제가 얼어붙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해 주고 계시는 군민 여러분, 여러분의 하나된 힘이 코로나19를 이겨내는 최고의 백신이라 믿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지금껏 잘 버티어 주시고, 협조해 주신 덕분에 우리 해남은 큰 사건사고없이 코로나19의 험난한 파도를 넘어오고 있습니다. 지금의 상황을 낙관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노력이 조만간 성과로 나타나리라 희망을 가져봅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일상의 불편함을 넘어 경기 침체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은 장기간에 걸쳐 더 크게 다가올 것입니다.

저 또한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군민들의 생활안정과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해남형 민생지원대책이 빠르게 가동되고 있습니다. 조금이나마 힘을 드릴 수 있고, 희망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모두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추신: 인적이 끊긴 동물원의 동물들이 모처럼 휴식의 시간을 갖고 있다지요? 해남의 자연도 날마다 초록을 살찌우며, 재충전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땅끝해남의 좋은 기운이 여러분께 전달되기를, 코로나19가 종식되는 날, 반갑게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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