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시대 전남 도시계획 방향 소고
조진상(동신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작년말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한국의 지방소멸위험지수 2019’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이 97곳(42.5%)에 달했다. 2013년 75곳에서 6년 새 22곳이나 더 늘어났다. 지방소멸 위기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자리는 물론 교육·문화·의료·교통 등이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돼 있는 것이 주원인이다. 실제 국토면적의 11.5%에 불과한 수도권에 100대 기업 본사의 91%, 전국 상위 20개 대학의 80%, 전체 의료기관의 51%가 몰려 있다.

전라남도는 광역 지자체 기준 전국 유일의 ‘소멸위험지역’에 속한다. 고용정보원의 2019년 시·도별 지방소멸위험지수(20~39세의 가임여성의 수를 65세 이상 노령인구로 나눈 값)는 전남이 0.44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시·도별 통계를 몇가지 추가하면 상황은 더 분명해진다. 2017년 기준 전남의 고령인구비율은 21.4%로 전국 1위다. 9년 연속 인구 감소 시·군 40개중에서 전남이 7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2017년 3월까지 폐교 수는 전남이 806개로 이 또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전남은 2013년부터 인구 자연 감소가 시작되었는데 전국 최초다. 주택노후도도 전국 1위다.

국토균형개발측면에서 보았을 때 지방소멸 문제는 심각한 국가 현안중 하나다. 특히 전국 유일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 전남의 입장에서 볼 때 이는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혁신도시 시즌 2 공공기관 추가이전과 같은 국토균형정책이나 재정분권강화 정책 추진시 수도권과 지방만의 격차 뿐만 아니라 지방과 지방간의 격차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심화되어서는 안된다.

중앙정부 정책은 정책대로 적극 추진되어야겠지만 지방소멸시대에 대응한 전라남도의 도시계획·개발정책의 방향은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쉬운 문제는 아니겠지만 주어진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70~80년대식 개발·성장의 사고로 도시를 계획하고 개발하는 것은 이제 맞지 않다. 낙후된 구시가지가 즐비하게 널려 있는데 도시 외곽에 시가지를 새로 계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구리 뜀뛰기식 (leapfrogging)의 외곽 개발은 억제해야 한다. 기존 도시를 재생하고 정비하는 방향으로 도시계획을 재정립해야 한다. 새 건물 보다는 기존 건물의 리모델링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기존 시가지를 채워 나가는 방식 (infilled development)으로 도시를 정비하고 축소 지향형 압축도시 (compact city)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고층아파트 단지 등 단일 기능의 고밀도시는 지양하되 여러 기능이 뒤섞인 비빔밥 도시 (mixed landuse)를 지향해야 한다.

지방소멸시대의 도시계획은 지구온난화 위기 이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계획 (sustainable urban planning)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뉴어버니즘 (new urbanism), 스마트 성장 (smart growth), 대중교통지향형 도시개발 (TOD) 등 새로운 형태의 도시계획과 맥을 같이해야 한다.

몇 년 전 어떤 군에서 기존 시가지를 벗어나 논 한가운데 면사무소 건물을 신축해 논란이 있었다. 개구리 뜀뛰기식 개발이다. 어떤 도시에서는 도시의 랜드마크격인 산을 대부분 가리는 고층아파트 위주의 전면철거 재개발을 추진하다 문화재 보호를 이유로 제동이 걸렸다. 여러 도시에서 종상향 지구단위계획 의제 처리에 의해 나홀로 고층아파트 단지가 자주 건설되고 있다. 이웃 대도시에서는 건축사선제한 폐지에 따라 상업지역내 40층 내외 초고층 아파트 건설도 잇따르고 있다. 지방소멸시대의 도시계획 방향에 맞지 않는 사례들이다.

어떤 도시에서 한옥 신축을 위해 세대당 1억원 보조, 1억원 저리 융자의 대폭 지원을 하고 있다. 기존 시가지내 수백채 가량의 노후된 한옥에 대해서 리모델링 지원을 한다면 지방소멸시대 지속가능한 도시만들기에 더 부합하지 않을까?

기존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역 맞춤형 정책 (예 : 노인이 많은 지역에 노인 일자리 창출, 노인 맞춤형 교통정책이나 사회복지프로그램 시행 등)을 적극 추진하는 것도 새로운 인구 유입 정책 못지 않게 지방소멸시대에 대비한 중요한 행정 과제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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