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향하는 나주 SRF 운명 어디로…
<열합병발전소>
지난 1월부터 시험가동 실시…6월께 결론 도출 기대
손실보상 방안 마련 답보·주민투표 일정도 제자리
SRF·LNG 놓고 진통 예상…또 다른 갈등 가능성도
 

나주SRF열병합발전소 전경.

‘갈등’과 ‘대립’의 상징이었던 광주·전남 SRF열병합 발전소 문제의 해답 찾기를 향한 항해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환경유해성 논란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발전소 시험운영이 진행중이고 조만간 최종 결과가 도출될 예정이다. 결과는 향후 발전소 연료를 SRF(생활폐기물 포함 가연성 폐기물을 선별해 파쇄, 건조, 성형을 거쳐 고체연료로 제조)로 할지 LNG로 할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어떤 식으로 결정이 나든 수년간 축적된 상처를 봉합하는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그동안의 과정

광주전남SRF열병합발전소 건립은 지난 2007년 4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건설과 함께 시작됐다. 사업 주체는 한국난방공사(이하 한난)다.

지난 2015년 6월 열병합발전설비 본격 공사가 시작됐고, 2017년 9월부터는 발전소 시운전도 진행했다. 그해 12월 최종 준공됐다. 본격적인 운영을 앞두고 SRF의 환경 유해성 문제가 불거지며 발전소 가동이 임시 중단됐다.

문제해결을 위해 주민이 참여하는 민관협력 거버넌스가 구성됐고, 14차 회의를 진행한 끝에 지난해 9월 26일 기본합의서가 체결됐다.‘시민참여형 환경영향조사 실시’, ‘손실보전방안 마련’, ‘주민수용성 조사 시행’ 등 3가지 합의안이 대표적이다.

이를 근거로 환경영향조사가 진행, 지난 1월 30일부터 3월 29일까지 약 3개월간 시험가동이 실시됐다. 4월 9일부터는 본가동시험(5월 8일까지 진행)도 시작됐다.

대기오염물질 대기측정 등 6개 분야 66개 항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뒤 한달 뒤(6월 8일 전후) 최종 결과를 발표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후 절차들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여부가 ‘깜깜이’란 점이다.

거버넌스위원회 산하 손실보전방안 실무위원회(정부·전남도·나주시·한국지역난방공사)는 올해 1월께 구성됐지만 회의는 지난 7일 처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날 회의를 통해 손실 규모액 산정 등 뚜렷한 결과물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 등 여파 속에 향후 일정도 불투명하다. 손실보전과 관련한 방안이 확정돼야 주민투표를 포함한 다음 단계인 주민수용성조사로 이어지는데 사실상 중간 단계부터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때문에, 발전소 주변 반경 5km이내 법정동(6개) 3만 4천여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부 투표 계획안(시간·투표방식 등)도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예상보다 협의과정이 더뎌지면서 우려 목소리도 높다. 기본합의서에 따르면 이 모든 과정을 1년 이내(오는 9월 중순)에 마무리해야 하지만 자칫 합의시점이 한참 늦춰질 수 있어서다. 물론 기간 연장을 할 수 있는 추가단서(‘부속합의를 위해 기간연장이 필요한 경우 참여기간 합의에 의해 연장’)가 마련, 규정상 문제는 없지만 길어진 협상으로 인해 쓰레기 처리 문제, 보상액 추가 증가 등 여러 부작용들을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광주·전남공동(빛가람) 혁신도시 내 11개 공동주택 입주자 대표회의 관계자들이 전남 나주시 산포면 신도산단 내 한국지역난방공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개별난방 전환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모습./독자 제공

◇SRF·LNG 선택 진퇴양난

광주전남SRF열병합발전소는 크게 두가지 형태다. 세부적으로 SRF를 연료로 하는 CHP(Combined Heat & Power Plant, 열과 전기 생산시설·열병합발전설비), LNG를 연료로 하는 PLB(Peak Load Boiler, 열 전용 생산 첨두부하보일러)로 나눠진다.

한난에 따르면 현재 광주전남SRF열병합발전소에는 시간당 21.99MW의 전력과 45Gcal/h 열을 생산할 수 있는 CHP시설 1기, 시간당 68.8Gcal을 생산할 수 있는 PLB 2기가 각각 구축돼 있다.

현재 하루 최대 444t의 SRF를 연료를 사용해야 하는 CHP를 사용할 것이냐 아니면 친환경 LNG를 연료를 하는 PLB를 사용하느냐를 두고 나주시민과 나주시 그리고 한난이 갈등을 빚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떤 식으로 결정되던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는 것이 전반적인 지역여론이다.

우선 일부 주민들이 요구하는 LNG 연료 사용으로 결정날 시 가장 큰 문제는‘쓰레기’다. 당초 발전소에서 처리될 예정이었던 광주, 순천,구례, 화순, 목포, 신안 등 지역 6개 시군에서 쏟아지는 쓰레기들이 갈곳을 잃기 때문이다. 광주, 목포 등 일부 지역들의 매립장 수명이 끝나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시설 변경으로 발생할 난방비 인상 문제도 남은 숙제다. 운영방식의 변화로 인해 야기되는 손실보전 비용 증가 문제 역시 풀기 쉽지 않다. 구체적인 액수환산은 어렵지만 SRF 운영 중단으로 인한 운영손실액 매월 200억여원(한난측 기준·전기생산으로 얻는 이익분 미포함), 시설매몰 비용 2천700억원(추정치)에 달하는 만큼 향후 누적 피해보상규모 또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SRF 연료 사용으로 결정날 경우 나타날 파장도 만만치 않다. 찬반으로 갈린 표심으로 인한 주민·지역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이고, 결과에 실망한 이들 중 일부는 나주빛가람혁신도시를 떠나 타 지역으로 이탈도 예상된다. 나주시는 쓰레기를 태우는 도시라는 프레임에 갇힐 뿐 아니라 이로인한 이미지 하락도 상당할 전망이다. 혁신도시 내 인구(3만 2천여명)유입이 사실상 정체기를 맞는 상황에서 추가 인구 유입을 막는 악재가 될 가능성도 크다. 그야말로 진퇴양난(進退兩難)인 셈이다.

나주시관계자는 “한난은 물론 범대위측 관계자들과도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도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솔직히 현재 속시원히 결정된 것은 없다. 하지만 제기된 여러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중·서부취재본부/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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