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멸,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이혜자(전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장)

국가는 인구, 영토, 주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우리나라는 1945년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비로소 대한민국의 기틀을 확립했다. 지난 75년 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른 성장을 일궈냈고, 한 때는 ‘한강의 기적’과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며 세계의 많은 개발도상국이 부러워하는 훌륭한 모델이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그 위상을 잃은 지 오래다. 과거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던 중국이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자국의 소비시장 개방을 무기로 다른 선진국들을 위협할 정도다.

중국이 이와 같은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15억 명에 달하는 인구에 있다고 확신한다. 약 78억 명의 세계 인구 중 20%를 차지하는 커다란 국내 소비시장 덕분에 중국이 어느덧 세계 경제의 중심이 돼 버린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지금 대한민국은 인구 감소에 따라 지방이 소멸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출산율 저하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1970년부터 2015년까지 우리나라 고령인구는 4.3배 증가해 같은 기간 3.9배 증가한 일본을 2004년 추월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의 도달 소요연수가 프랑스 115년, 미국 72년, 일본 24년이 걸린 반면 대한민국은 단 18년 만에 도달했고,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의 도달 기간 역시 독일 53년, 일본은 11년이 소요됐으나, 우리는 단지 8년이 필요했다. 이는 대한민국 고령인구 증가 속도가 OECD 34개 회원국 중 최고 수준으로 가까운 미래에 국가 존립의 큰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은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에서 최근 5년(2013~2018년) 간 전국 228개 시군구 및 3,463개 읍면동을 조사한 결과 저출산·고령화의 이유로 30년 내에 10곳 중 4곳이 소멸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세계 경기 불황과 국내 산업구조 개편을 이유로 정부는 자동차 및 조선업 공장이 폐쇄된 지역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고 정책을 지원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 간 이곳의 인구 유출은 3만 5천여 명에 달했으며, 특히 목포·영암에서만 1만 7천여 명이 순유출 되는 등 전남지역의 인구 감소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행정안전부 주민등록통계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전라남도 주민등록 인구수는 186만 8천 745명으로 2018년 말 188만 2천 970명 보다 1만 4천 225명이 줄어들었고, 이는 하루 평균 39명이 감소한 꼴이다.

전라남도는 2040년까지 15세부터 64세까지의 생산가능인구가 약 85만 명으로 줄어들고 고령층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 성장 잠재력이 크게 퇴보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고령층의 의료지원 등 사회적 비용 증가에 따라 지역 내 소비력 저하를 초래하고, 지역경기 침체라는 악순환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 역시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정부는 인구 밀집에 따른 주거 공간 부족, 물가 상승, 교통 체증, 범죄 증가 등 제반 사회 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야만 한다. 정부가 학업과 취업을 이유로 지역민의 수도권으로의 이주를 수수방관 한다면 종국에는 지방 소멸이라는 불행한 결말로 귀결될 것이다.

손가락의 작은 상처를 제 때에 치료하지 않으면 손 전체가 상하듯이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지방정부를 정부와 국회는 외면하지 말아야한다. 지방과 수도권의 조화로운 균형과 발전만이 다가올 미래에 대한민국의 지속 발전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이 더 이상 지역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전국가적 차원의 정책을 수립하고 그에 걸맞은 해결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이 우리의 후손들에게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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