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42% ‘지붕 없는 승강장’, 의자 따로 없고 노선 안내판만

광주 시내버스 승강장, 폭염·장맛비에 ‘무방비’
전체 42% ‘지붕 없는 승강장’, 의자 따로 없고 노선 안내판만
설치기준 없어 외곽지역 소외 “광주다움 입힌 정류장 증설”
 

15일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지붕이 없는 ‘무개승강장’에서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15일 오전 찾은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조선대병원 앞 시내버스 정류장. 출근길에 나선 20~30대부터 70대 어르신들까지 시민 10여명이 줄지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짧은 소매의 옷과 모자를 착용한 이들은 내리쬐는 햇볕을 피하기 위해 양산을 펼치는가 하면 정류장 인근 건물에 생긴 그늘로 이동해 연신 부채질을 하며 숨을 골랐다.

일부 시민들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아예 인근 점포로 들어가 에어컨 바람을 쐬며 무더위를 피하기도 했다. 이날 낮 최고기온이 30℃ 이상으로 치솟으며 한여름 날씨를 보인 광주는 최근 내린 비로 습도 마저 오르면서 체감온도는 이보다 더 높게 느껴졌다.

같은날 오전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 앞 버스정류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해당 정류장도 그늘막이 따로 없고, 차도 위 버스노선 안내 표지판이 건물 옆에 덩그러니 위치해 시민들은 내리쬐는 햇볕을 피할 길이 없었다.

조선대병원과 광주지법 앞 버스정류장은 지붕이 없는 이른바 ‘무개승강장’으로 이같은 정류장은 광주시 전체 2천379개 버스정류장 중 1천5곳으로 42%에 이른다.

광주 동구 지산동에 사는 박모(33·여)씨는 “광주 도심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의자나 그늘막 없이 안내판만 있다는 게 믿기질 않는다”면서 “다음주부터 폭염에 장마까지 시작한다고 하는데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 해마다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붕이 있는 승강장인 ‘유개승강장’ 설치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어 도심 외곽지역 승강장 대부분이 무개승강장이라는 점이다. 지자체들이 버스 이용률이 비교적 높은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유개승강장을 도입하다 보니 외곽 지역 주민들은 소외를 받는 실정이다. 외곽 지역 주민들은 버스 이용률은 도심에 비해 적지만, 시내버스 배차시간이 도심에 비해 길어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긴 만큼 유개승강장 도입이 도심 지역보다 더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서구 벽진동에 사는 서모(29)씨는 “외곽 지역 버스정류장은 배차간격이 길어 시민들이 정류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도심 지역에 비해 길다”면서 “이용률 자체는 도심 지역 버스정류장이 높지만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외곽 지역이 훨씬 더 길다. 외곽 지역에도 유개승강장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무개승강장 61곳을 대상으로 시설 개선을 진행할 계획이다”면서 “버스 표지판만 세워진 정류장과 지붕이 부식되고 파손된 정류장 등 23곳에도 다가오는 여름철 더위와 비를 피할 수 있도록 개·폐식문을 설치해 지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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