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래미학교’ 학생들 수년째 생태보존

“도심 속 농사지으며 자립정신 배워요”
대안학교 학생들 수년째 생태보존
‘래미학교’ 폐분수대 활용 벼농사
토종벼 종자 보존·추수한 쌀 기부

화정청소년문화의집 래미학교 학생들이 지난 2017년부터 텃논 모내기 교육을 통해 학교 인근 자연환경 보존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교육이 끝난 뒤 기념촬영하는 학생들. /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벼가 흙탕물 속에서 자라나듯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모두가 힘을 내 극복했으면 좋겠어요.”

지난 19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청소년문화의집 인근 근린공원. 화정청소년문화의집 래미학교 학생들 20여명은 10평(33㎡) 남짓 폐분수대 안에서 모판 나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무더운 날씨에 좁은 공간에서 반복되는 작업으로 학생들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맺혔지만, 학생들은 자신이 맡은 구역을 책임감있게 관리했다. 이윽고 래미학교 선생님이 ‘하나, 둘’ 구호를 외치자 학생들은 일제히 허리를 굽혔다 폈다를 반복하며 모내기를 했고, 일부 학생들은 지친 표정이 역력한 채 분수대 밖으로 나와 숨을 골랐다.

모내기 심기에 참여한 이현민(19)군은 “벼가 자라나 쌀이 된다고 하니 생명을 만든다는 미묘한 기분이 든다”면서 “지금 이 순간은 허리가 아프고 힘들지만 나중에 그 고생이 결실을 맺는 것처럼 코로나19도 모두가 합심해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정청소년문화의집 래미학교 학생들은 지난 2017년부터 학교 인근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생태문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뒤집어야 미래가 보인다는 의미로 지어진 래미학교는 대안학교로, 기존 정형화된 교육에서 탈피해 학생들의 자립과 예술, 문화활동을 지향하고자 세워졌다.

‘내 먹거리는 내 손으로’라는 학교 자립 방침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텃논 모내기’ 체험 교육은 광주 도심 곳곳에 위치한 근린공원 활성화와 도심 속 벼농사를 통한 생태계 다양성 등을 꾀하자는 취지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직접 손 모내기를 하고 친환경 벼농사를 광주 도심 곳곳에서 공동경작하고 있다.

동시에 학생들은 우리나라 토종벼의 종자 보존과 생물종 다양성 등에 관심을 갖고 자연환경을 되살리는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무등산 일대 150평(495㎡), 지난 2019년 북구 일곡동 한새봉농업생태공원 80평(264㎡)에서 토종벼 19종을 심고 있다. 특히 올해는 추수되는 쌀 일부분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지약 취약계층에게 기부하고 떡을 만들어 전달할 계획이다.

백기순 화정청소년문화의집 관장은 “이번 텃논 모내기는 지속 발전가능한 교육의 일환으로 도심 속에서 농사를 짓고, 일대 근린공원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학생들이 농사를 통해 생태계를 이해하고, 지역 사회의 일꾼으로 성장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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