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 해봤어?

<이재남 광주양산초등학교 교감>

온라인 수업은 모든 교사에게 당혹스러움 그 자체였다. 나이든 선배 교사들은 짐짓 이런 표정이었다. “하루아침에 이게 가능하겠어?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뭔가 방침이 나오겠지. 콘텐츠가 그렇게 뚝딱 나오나… 개인정보는 또 어쩔거야… 장비도 하나도 준비 안 되어 있는데 그게 가능하겠어?” 그러면서도 뭔가 열심히 꼼지락대는 후배들의 주위를 기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친절한 후배를 만나서 이것저것 주워 배우기 시작했고 내친김에 연수도 받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지식검색’의 유아기에서 ‘유튜브’로 갈아타서 어지간한 후배들보다 수업도 더 잘하고, 콘텐츠도 잘 만드는 교사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온라인수업에 열정을 보이던 몇몇 교사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야 그런 거 필요 없어… 어제 밤새서 ppt동영상 만들었는데 오늘 후배가 어디서 구했다고 링크를 보냈는데 대박이더라고… 세련되고, 얘들 입맛에 쩍쩍 달라붙게 잘 만들었어… 내가 만든 이 수업 창피해서 어디다 내놓겠어? 야 나도 이제 콘텐츠 만들지 말고 EBS나 유튜브 뒤져서 링크 걸어야겠어… 이쁜 드레스 입고 머리에 핀 꽂고 나오는 EBS선생님을 내가 어떻게 이기겠어… 꿈도 꾸지 마라. 앞으로 이런 것은 교육청에서 일괄해서 만들어 표준화시키면 교사들 고생안하고, 모두가 함께 사용하면서 교육력도 함께 올라가고 굿이잖아… 원래 우리나라가 잘하는 것이 그런 거 아니야?”라고 한 마디씩 더 한다. “이번에 사설업체들이 온라인 수업과정에서 뜬 스타강사 모셔가려고 혈안이 되어 있대”

온라인 수업에 명암이 있다. 교육부는 4차 교육혁명의 큰 꿈을 함께 꾸자고 한다. AI, 빅데이터, 사이버교실 등 새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투입할 기세다. 교사들은 이번 온라인 개학 과정에서 느낀 게 있다. “내가 콜 센터 직원이야? 시간되었으니 일어나서 접속하세요. 접속하는데 어려움이 있나요?” 앞으로 다가올 시대가 이런 모습이라면 학교는 불필요하게 되고 교사는 직업을 잃을 것이다. 학교의 기능과 교사의 존재이유를 심각하게 캐물어야 한다. 어쩌면 학교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온라인 업체들에게 우리의 생생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을 뿐이다.

원격의료가 대형병원의 독점을 낳을 거라는 우려는 EBS가 전국의 교사를 대체하고 있는 오늘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원격의료 기술이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소외되고 의료혜택을 받지 못한 곳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처럼 학교와 교사의 존재이유는 ‘맞춤형 피드백’에 있는 것 같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배우는 속도가 다르고 꿈도 다르다. 온라인시대는 기초기본과 소외를 극복하는 데 순기능을 하지만 곧 다양성 말살과 양극화라는 폐해를 가져올 것이다. 네트워크가 갖는 디지털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다. 건강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 교사가 꼭 해야 할 역할이 있다.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을 가장 정확하고 안정감 있게 전인적 성장을 보살피는 것이 학교와 교사의 몫이다. 학교와 교사는 취업인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미래사회를 열어갈 꼭 필요한 지식과 건강한 사회인을 기르는 것이 그 본질이기 때문이다. 이제 분필로 가르치던 시대가 가고 태블릿으로 가르치는 시대가 온 것뿐이다. 떨지 말자.

퇴직한 교직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한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얘들만 없으면 선생노릇 할 만하다” 그 얘들이 마스크를 쓰고 학교로 돌아왔다. 선생님을 힘들게 하는 말썽꾸러기들이 교사의 존재 이유를 선명(?)하게 보여주며, 3달 만에 학교로 돌아왔다. 반갑다. 이 징헌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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