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울리자 펼쳐진 ‘모세의 기적’
<정다움 기자의 북부소방서 길터주기 훈련 체험기>
말바우시장 등 정체구간서 훈련-상인 협조로 시장 일사천리 통과
곳곳 불법주정차에 ‘가다 서다’…“1분 1초가 소중, 양보 협조”

지난 25일 오후 2시께 광주광역시 북구 말바우시장에서 진행된 ‘소방차 길터주기 훈련’ 중 소방차가 시장 안으로 진입하자 가판대를 치우며 소방차 통행로 확보에 협조하는 상인들 모습. /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소방차 지나가는데 길 좀 터줘요…”

지난 25일 오후 1시 50분께 찾은 광주 북구 우산동 119안전센터. 소방관 20여명은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에 사용할 차량과 안전 장비를 점검하는 등 훈련 준비로 분주했다. 오후 2시가 되자 출동 명령이 떨어졌고, 소방관들은 안전장비를 착용한 채 일제히 훈련 지휘차량과 펌프차, 구급차 등 차량 4대에 올라탔다. 이윽고 차량은 사이렌을 울리며 훈련이 진행되는 말바우시장으로 향했다.

훈련 초반 시장으로 향하는 도로 위에선 차량 정체는 거의 없었다. 일부 차량은 다가오는 소방차를 피해 비상등을 켠 채 갓길로 길을 터주는가 하면 신호 대기중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주행하며 소방차의 통행로 확보에 힘쓰는 모습이었다.

본격적인 훈련은 말바우 시장 입구에서 시작됐다. 긴급 상황임을 알리는 사이렌이 시장 일대에 울려 퍼지자 상인들은 가판대 위에 놓여진 식료품 등을 황급하게 치우며 점포 내부로 들어갔고, 시장 이용객들은 다른 이용객들에게 손사래를 치면서 “소방차 지나가게 옆으로 비켜주세요”라고 연신 외쳤다. 소방차를 맞닥뜨린 일부 차량 운전자들은 혼잡스러운 시장 내에서도 차량을 옆으로 정차하며 길을 터줬다.

반면, 상인들과 이용객들의 협조에도 불구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차량들도 있었다. 소방차가 말바우시장 공영주차장 인근으로 진입하자 도로 양 옆으로는 불법주정차 차량이 행렬을 이뤘다. 이 때문에 소방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했다. 이에 지휘차량은 “불법 주차된 차량을 빼주세요”라고 방송했지만 차주는 나타나지 않았고, 소방관들은 5t 규모의 살수차에서 내려 수신호로 주행 가능을 알리며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은 북부소방서와 의용소방대, 북구청이 참가한 가운데 북부소방서~홈플러스~말바우시장 2㎞ 구간에서 재난현장 접근성 향상을 위해 진행됐다. 시민들로 구성된 의용소방대원들은 말바우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시장 도로 내 가판대 및 불법 주·정차 단속과 양보의무 위반 과태료 홍보 등 소방통로확보 캠페인도 펼쳤다.

김행모 북부소방서 119재난대응과장은 “긴급 상황에서 1분 1초는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며 “소방차 차선양보는 내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당연한 의무이므로 소방차 통행시 양보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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