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지역 공동화 해결에 주민들 직접 나섰다
행안부 지역자산화 사업 ‘목포 건맥1897조합’ 등 3곳 선정
도심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타파…주민 공동체 형성 ‘바람’
수익 창출·경제활성화 등 ‘1석2조’새로운 소득모델 주목

전남에서 지역 자산화 지원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주도한 마을공동체를 형성, 새로운 소득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최근 행정안전부의 ‘지역자산화 지원사업’에 선정된 목포시 건맥1897.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비교적 빈곤 계층이 많이 사는 정체 지역에 진입해 낙후된 구도심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기존의 저소득층 주민을 몰아내는 현상을 이르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1964년 영국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가 런던 도심의 황폐한 노동자들의 거주지에 중산층이 이주를 해오면서 지역 전체의 구성과 성격이 변하자 이를 설명하면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예외가 아니다. 가난하지만 개성 있는 화가, 조각가, 의상 디자이너, 액세서리 디자이너, 목수, 사진작가, 인디밴드 등이 모여 독특하고 예술적인 공동체 문화를 만들었던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과 망원동, 상수동, 삼청동, 신사동 가로수길, 경복궁 옆 서촌, 경리단길, 성수동 등 ‘핫 플레스’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만 누릴 수 있었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던 카페 등이 유명해져 유동 인구가 늘어나자 가맹점을 앞세운 기업형 자본들이 물밀듯이 들어와 임대료를 높여 가난한 예술가나 기존 거주자들을 몰아내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이러한 도심의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남지역 농촌에서 작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역 자산화 지원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주도한 마을공동체를 형성, 새로운 소득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영광군 묘량면에 자리잡은 동락점빵.

◇수익창출·경제 활성화 ‘1석 2조’

시민자산화는 지역 주민들이 토지와 건물 등 지역사회에 필요한 자산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사용하는 대안적인 소유 방식이다. 공동 소유 자산의 관리와 운영에 주민들이 민주적으로 참여하며, 자산 운영을 통해 발생한 이익도 지역 공동체와 나눈다.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원도심이나 농어촌 지역 공동화 등의 문제를 풀 대안으로 꼽힌다. 지역자산화, 공동체자산화, 사회적 부동산 등으로도 불린다.

지역주민, 지역활성화 관련 기업 및 단체 등이 공동으로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의 법인을 구성해 지역 내 건물을 매입하고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면서 수익도 창출하고 지역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사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의 ‘지역자산화 지원사업’에 전남 사회적경제조직 3개소가 예비대상지로 선정됐다.

이번 공모에는 전국 61개 사회적경제조직이 참여해 20개소가 예비대상지로 선정됐으며, 이중 전남도는 목포시 건맥1897협동조합과 장흥군 정남진아카데미, 영광군 동락점빵 등 3개소가 선정됐다.

이번에 선정된 사회적경제조직들은 신용보증재단의 보증심사와 농협 대출심사를 거쳐 유휴자산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최대 5억 원까지 융자받게 되며, 금리 3.5%중 1% 지자체 분담, 맞춤형 컨설팅 등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염성열 전라남도 사회적경제과장은 “지역 자산화 지원사업은 도심의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고 농어촌지역의 유휴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다”며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밝혔다.

지역 폐교를 활용해 유기농생태학교로 운영중인 정남진 아카데미.

◇농촌의 활력소 자리매김

지역자산화 지원사업에 선정된 3곳은 농촌지역의 새로운 소득 창출 모델로 환영을 받고 있다.

영광군 묘량면의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찾아가는 마을가게, 동락점빵’은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1t트럭을 몰고 이 지역 42개 마을을 돌며 마을주민 2천여 명을 찾는다. 또한 마을주민들에게 생필품을 팔고 주문받은 물건은 배달도 해준다.

동락점빵은 2011년 8월 탄생했다. 시골마을 면 소재지에 그나마 하나 있던 구멍가게가 ‘돈이 되지 않는다’고 문을 닫자 마을주민들은 막걸리 한병이나 담배 한갑을 구입하기 위해 읍내까지 나가야 했다. 이를 지켜 본 여민동락공동체가 묘량면에 동락점빵이라는 마을가게를 차리고 같은 해 11월 중고탑차도 구입하면서 ‘이동식 동락점빵’까지 갖추게 됐다. 여민동락공동체는 2007년 ‘더불어 행복한 농촌(여민동락)’을 만들기 위해 귀농인들이 만든 공동체 마을이다.

‘이동식 동락점빵’은 마을공동체 회복에도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친구의 안부를 전하고 잔심부름도 하며 나이든 주민에게는 손자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건맥1897협동조합 창립은 최근 목포시 만호동 건해산물거리일대에서 펼쳐진 건맥1897축제의 성공에서 시작됐다. 건맥축제는 1897개항문화거리 도시재생뉴딜 사업 차원에서 지역주민과 상인회가 함께 건해산물 거리 활성화를 위한 목적으로 개최돼 2천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해 다양한 문화행사와 건맥을 즐기며 큰 호응을 얻었다.

만호동 주민들은 건맥축제의 흥행을 이어 건해산물 거리 중심부에 건어물로 특화된 안주를 맥주와 함께 즐기는 마을호프집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건맥1897협동조합’을 창립하고 나섰다. 특히 협동조합방식을 통해 지역민들로 구성된 조합원이 마을펍(PUB)의 자주적, 자립적, 자치적인 운영에 나선다.

장흥군 정남진아카데는 지역의 폐교자원을 활용해 유기농생태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용산초등학교를 활용한 생태체험학습장을 개소,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자연순환의 체험을 통해 그 가치를 접해 볼 기회를 제공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5천평의 학교부지에서 동물놀이체험, 수확체험, 퇴비체험, 숲밥체험 등을 통해 즐거운 놀이처럼 생태농업을 경험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한 지역일자리 창출과 사회적경제 네트워크 구축에도 기여하고 있다. 관내 9개 사회적경제기업이 연합해 기획재정부 인가 ‘장흥지역경제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 설립했다. 농촌기반 사회적 귀농·귀촌 교육프로그램 운영하면서 건축학교 및 귀농학교 운영을 통한 지역사회 정착 지원, 사회적경제기업 창업교육을 통한 사회적경제활동 지원 등을 통한 농촌의 활력소로 자리잡고 있다. 중·서부취재본부/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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