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방과후 정책의 발상 전환

<이재남 광주양산초등학교 교감>

전국의 초등학교에서는 긴급돌봄 운영을 두고 몸살을 앓고 있다. 학교도 아니고, 학원도 아니고, 탁아소도 아니고, 유치원도 아닌 이상한 체제다. 온라인 수업도 해야 하고, 돌봄도 해야 하고, 방과후도 해야 한다. 교육부는 교육감의 책무로 돌봄 업무를 부여하는 법률예고를 했다가 교사들의 반발로 주춤한 상태다. 학교에 있는 학원이자, 탁아소 이다. 방과후 과정은 중학교, 고등학교도 있다.

광주에는 약 2천여 명의 방과후 강사가 있고, 300명의 돌봄 전담인력이 있다. 방과후 돌봄 예산이 150억이고, 수익자 부담까지 하면 200억이 넘어간다. 방과후학교는 학교와 학원의 중간 정도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학원처럼 비용이 높지 않아서 프로그램에 따라서는 학원보다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컴퓨터 분야는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서, 대한민국 모든 학교 주변 컴퓨터학원이 모두 문을 닫을 정도로 위력(?)을 가지고 있다.

맞벌이 부부나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정책에서 출발했던 학교의 방과후과정과 돌봄정책이 이제 그 사이즈가 커져서 학교안의 작은 학교로서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학교의 교직원들도 기본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 보다 방과후와 돌봄을 운영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할 정도로 업무 난이도가 높다. 몇 개의 학원과 탁아소에 버금가는 기관(?)을 수요자의 요구에 맞춰서, 그것도 국가 복지정책의 마인드에 맞춰서 섬세하게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의 기본역할을 위협하고 있다.

지금까지 방과후 운영 전담인력이나 돌봄 인력을 부분적으로 투입하고 있으나, 비정규직 땜질 처방에 그치고 있다. 학교의 자원도 기본교육과정에 투입해야 함에도, 각종 돌봄이나 방과후 시설에 내주고 있다. 전국의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계 종사들은 방과후와 돌봄은 지자체나 민간이 담당해야 할 몫이라고 하고, 국가는 학교라는 공적자원을 국민복지 시스템에 동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지자체는 할일도 많고, 예산도 없고, 인력도 없으니, 다 교육영역이니 학교가 책임지라고 한다. 학부모는 학원과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시간이 갈수록 학교라는 공적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있고, 프로그램의 질을 높여줄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학교는 현상 유지 관리하기도 벅찬 상태이고, 지자체는 사회복지 영역으로 넘어올까 전전긍긍하고 있고, 교육부는 교육복지 어젠다를 유지해야 할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학부모는 공적시스템의 안정성과 저비용, 높은 질을 요구하고 있다. 방과후 강사들도 박봉임에도 자리잡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고, 처음에는 다른 직업을 갖기 위한 준비기로 설정했던 처지에서 이제 밥벌이가 되었고, 노력하기에 따라서 몇 백만 원의 수익을 내기도 한다. 방과후와 돌봄을 관리하는 비정규직 인력들도 불만이 많다. 일과가 끝난 다음에 본격적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늘 시간제 근무에 내몰리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국가는 방과후학교와 돌봄의 운영주체를 분리해야 한다. 분리방식은 교육부, 보건복지부, 지자체, 교육청, 민간영역이 함께 참여하는 공익법인형태를 제안한다. 둘째, 학교에 공익법인체 인력을 상주시켜, 학교 교육과정과 운영을 분리하고, 관련 인력을 법인으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학교는 관련 시설을 제공하되, 독립공간의 마련과 효율적인 시설과 인력운영을 위한 국가차원의 과감한 투자가 전제되어야 한다. 당연히 관리운영의 책임은 법인이 담당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들은 몇 가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동안 부실 비판을 받았던 방과후나 돌봄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둘째, 방과후 강사들과 관련 인력의 고용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셋째, 지자체 등 국가자원의 효율적인 공유체제를 확산 시킬 수 있고, 복지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넷째, 학교는 국가교육과정 운영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 다섯째, 지금도 많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에 법인 구성 주체들이 적절하게 기존 재정을 효율적으로 투입하면 초기예산이 거의 들지 않는다. 걱정되는 것은 있다. 민간학원들과 다양한 돌봄 정책들과 충돌이다. 그래서 절차상으로 국가 차원의 입법이 필요하다. 물론 그 총대를 메는 것은 교육부의 몫이다. 혹시 의욕이 있는 지자체장이 나선다면 공적일자리의 신기원을 열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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