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손·유가족들이 힘 모아 단죄할 것”

“후손·유가족들이 힘 모아 단죄할 것”
일제 강제동원 재판 15개월 만에 열려
미쓰비시, 궐석 재판 직전 변호사 선임
생존자 없어 기억과 사료에 의존 한계
“시간 끌기 안돼” 재판 지연 전략 비판

23일 광주지법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재판이 열린 가운데 원고 측 변호인단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광주·전남지역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들을 상대로 집단 소송이 소송 제기 15개월 만에 열렸다.

23일 광주지법 민사14부(이기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는 미쓰비시 측 법률대리인인 김용출 변호사가 출석했다.

지난해 11월부터 그동안 열린 4차례 기일에 모두 불참했던 미쓰비시 측이 궐석재판기일을 3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소송대리인을 선임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4월 소송이 제기된 이후 국제송달로 소송 서류를 보냈으나 일본 기업에 전달됐는지 확인되지 않자 공시송달 절차를 거쳐 궐석재판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궐석재판의 경우 원고가 제출한 근거 자료를 입증해 재판부가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여부를 판단하고 있어 아무 대응을 하지 않는 피고가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

미쓰비시 측 변호사는 “불법행위의 객관적 증거가 없고 1965년 한·일 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도 소멸했다”며 “청구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소멸 시효도 지났다”고 주장했다.

김정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장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모두 고인이 돼 증언과 경험 등으로는 동원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유족들 역시 피해 사실을 직접 입증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기록과 사료를 중심으로 피해를 증명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공동대표는 “피고 측은 궐석재판기일을 3일 앞두고 패소를 피하기 위해서 전격적으로 소송대리인을 선임했다”며 “이미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1년이 넘도록 의도적으로 소송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을 지연시켰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또 “미쓰비시가 시간을 끄는 사이 원고 12명 중 ‘유일한 강제 노역 피해 당사자’인 이영숙 할머니가 지난해 7월 숨졌다”며 “한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 재판 결과가 조속히 내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나주지역 징용 피해자인 고 김금천 씨의 손자인 김성원씨는 “할아버지가 징용 당시 폭격에 의해 청력과 손가락 일부를 잃는 등 후유증을 겪고 힘든 생활을 했다”며 “이제 당사자는 없지만 후손들과 유가족이 힘을 모아 이번 재판을 통해 전범기업의 만행을 단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쓰비시 측을 상대로 한 다음 재판은 오는 11월 12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스미세키홀딩스 측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광장 소속 변호사들은 서류를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9월 10일로 재판을 연기했다.
/이은창·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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