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고-담양 사계절 특색 가로수길 사라질 위기
<나도팔 전남자연사랑연합 이사장>
 

나도팔 전남자연사랑연합 이사장

우리지역 담양에는 병풍산과 삼인산을 아우르는 사계절 명품 가로수길이 있다

전남 담양군 수북면에서 국제청소년수련원으로 향하는 도로변에는 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색 가로수가 식제되어 이 길을 오가는 연 5만명의 청소년, 병풍산을 찾는 전국의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볼거리와 자연유산의 소중함을 일꿰워주는 산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병풍산 명품 가로수길에는 봄이면 벚꽃, 목련이 만개하고 여름이면 벽오동, 양버즘나무, 무궁화가 화려한 자태를 자아낸다. 또한 가을이면 캐나다 단풍 , 플라타너스, 느티나무, 메타세쿼이아가 운치를 뽐내고 겨울이면 히말라야시다, 측백나무, 황금소나무 등이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이곳은 4계절에 걸쳐 다양한 수종의 가로수가 빼어난 자태를 뽐내며 자연의 경의로움을 느끼게 해 준다. 특히 여름에는 더위를 식혀주는 청량제 역할을 하는 전국 유일의 특색가로수길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차도와 인도가 분리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이 가로수길을 걷는다. 새벽이면 시민들이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조깅하는 산책길로 쓰이고 있다. 40년 전에 식제된 나무들이 이제는 아름드리 가로수로 성장하여 이 지역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병풍산과 삼인산을 찾는 전국의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또한 선각자들이 그들의 미래 후계 새대를 위해 향하던 마음까지 읽을 수 있는 산교육의 장이 되고 있는 명품 가로수길인 것이다.

명품특색 가로수길은 담양군 수북면에서 국제청소년 수련원까지 4㎞ 구간 100m 간격으로 20여종의 다양한 가로수가 식제되어 마치 가로수 박물관을 연출하고 있다. 명품 특색 가로수길은 1980년 암울했던 시절 우리지역 선각자였던 지역원로들인 이대순, 홍승민, 오병문씨 등의 열정과 얼이 다분히 담겨 있다. 그분들은 국제청소년수련원을 건립하면서 미래 후계 세대의 청소년들에게 세계인다운 국제 감각을 갖추도록 전국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다종의 가로수를 심어 특별한 가로수길로 만들어 주신 것이다.

그러나 이 명품 가로수길은 언제부터인지 지역민의 무관심과 지자체의 관리 소홀로 아름드리 가로수는 1그루, 2그루 사라지고 심지어는 고사되고 훼손되어 왔다. 무분별한 논두렁 태우기, 농업인 영농작업, 자전거도로 설치, 도로변 주차장 만들기, 공사 등으로 명품가로수는 점차 빛을 잃어갔으며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담양의 자랑이던 그 명성마저 사라질 것이다.

가로수가 불타고 있을 때 119에 신고하면 소방차는 다녀가지만 불탄 가로수는 대책도 없이 베어져 나가고 가로수가 서있던 자리는 잘려나간 밑둥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자전거도로 공사를 하면서 나무뿌리 1∼2m 숨쉴 곳도 만들어 주지 않아 고사되고, 주차장 공사를 하면서 가로수 몸통에 대못까지 박아 거푸집을 고정 시킨 후 레미콘차량은 훌훌 떠나 버린다. 영농작업이 불편하다며 신고도 없이 아름드리 가로수를 베어버리기까지 한다. 나무뿌리가 아스팔트 위로 뚫고 나와 있는 것은 허다하다.

이러한 참상은 시민들에게 참으로 민망함을 느끼게 한다. 이 추세라면 머지않아 명품 특색가로수길은 명성을 잃게 될 것이며 볼품없는 가로수길로 변하여 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공사를 하면서 40년된 명품 가로수 나무뿌리에 숨구멍을 막아버리는 시공사, 지자체 신고도 없이 아름드리 가로수를 베어버리는 시민, 영농작업에 불편하니 가로수를 태워버리는 농민, 자연유산이 사라져도 지켜보는 국민과 정부,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이 천박하게 변해버린 우리들의 시민정신인 것을! 이 지역의 주인은 누구이며, 이 아름다운 명품 가로수는 누가 지켜줄 것인가? 비전없는 우리들의 모습이 참으로 부끄럽다.

이 가로수길을 지날 때면 상념에 잠기곤 한다. 과거 선각자들은 앞으로를 내다보며 가로수 한 그루까지도 미래 후계 세대를 위해 준비해주셨건만 오늘을 사는 우리는 명품으로 만들어주신 가로수 한 그루도 관리하지 못한 채 방치한 시민정신이라니! 우리지역 병풍산 특색가 로수길, 메타세쿼이아길, 관방천 숲길 등은 우리나라 최고의 명품 특색가로수길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광역자치단체가 ‘전남 행복숲 조성’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아무리 좋은 시책이라도 시민정신이 빈약하고 지자체의 자연문화유산의 소중함의 철학이 없다면 좋은 시책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 자연유산은 한번 훼손되면 수십년 수백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선각자적인 주인정신으로, 장인정신으로, 시민정신의 발로가 필요할 때다. 우리지역 명품 자연문화유산이 사라지기 전에 시민과 지자체가 나서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우린 특색 가로수길에 이정표와 이름표를 붙이고, 가꾸고, 관리해야만 한다. 또한 가로수가 더욱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적합한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할 것이다. 고사 되거나 빠져있는 부분은 동일수종으로 보식하여 원상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 광역자치단체는 지자체와 지역주민이 솔선수범해서 ‘전남 행복숲 조성’’에 온 힘을 쏟을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야 한다. 또한 적극적인 방안으로 가로수 감시원 제도를 도입하고 명품가로수길 조성사업 및 전남 명품숲 조성사업 등 다양한 시책을 추진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자연유산 지킴이 포상제도도 도입한다면 우리지역 환경이 탈바꿈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맞이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전국 유일의 명품 특색 가로수길이 더욱 사랑 받는 지역명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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