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재충전의 시간

강신중(법무법인 강율 대표변호사)

지난 연말부터 반년 넘게 코로나19로 전 지구적 재난의 시기를 겪으면서 몸과 마음에 피로가 누적되었다. 개인이나 지역의 경계를 넘어 글로벌 차원의 의료, 사회, 경제, 교육, 정치 등 삶의 전 영역에서 비대면 형태의 새로운 삶의 양식이 요구되고 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8월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이 주춤해질 거라는 과학적 예상도 있으니 휴식을 통해 잠시 삶의 여유를 되찾아 보자. 정부도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였다. 방학에 들어간 학생들과 본격적인 여름 휴가에 돌입하는 기업, 정부기관의 직장인들이 휴식과 여가의 시간을 갖게 된다.

여가(leisure)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 스콜레(scole)와 라틴어의 리케레(licere)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스콜레는 조용함, 평화, 남는 시간, 자유시간 등을 뜻하는데, 여기서 ‘남다’와 ‘자유’는 시간에 대한 개념이라기보다 의무로부터 해방된, 구속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리스인들은 현대인들이 여가, 휴가를 비노동의 상태라고 소극적으로 개념화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것으로 보았으며, 오히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창조하는 시간으로 여겼다. 스콜레는 또한 학문적 토론이 행해진 장소라는 의미도 있는데, 영어 ‘school’의 어원이기도 하다.

라틴어의 리케레는 허가받은 것(to be permitted), 혹은 자유로운 것(to be free)이라는 뜻이 있으며, 불어에서 여가를 의미하는 루아지르(loisir), 영어의 면허, 허가를 뜻하는 라이센스(licence)가 여기에서 파생되었다. 여가는 정지 상태와 평화 상태를 내포하며 시간적 의미가 부여되어 남은 시간에서 자기를 위한 시간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여가의 진정한 의미는 인간의 창조적 활동과 무위 활동이 동시에 확장되어가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세계적인 비즈니스 전략가인 빌 비숍 박사는 <관계 우선의 법칙>이라는 책에서, 어린 시절 집 근처 호수에서 배로 사람을 태워 나르던 론과 밀턴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작고 낡은 배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배는 모두 역한 기름 냄새에다가 좌석은 찢어져 있었고 엔진은 시끄러웠으며 배 바닥은 물이 스며들어와 손님들은 그저 살아서 호수를 건너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론은 쉬는 날이 없이 배를 몰았고, 밀턴은 일주일에 이틀을 쉬었다. 론은 밀턴이 쉬는 날 손님이 많아졌기 때문에 즐거웠다. 그러나 밀턴은 쉬는 날이면 더 좋은 배를 만드는 작업에 매달려 3년에 걸쳐 새로운 배를 제작하였다. 밀턴의 새 배는 낡은 배보다 더 많은 손님을 태울 수 있었고, 5배나 빨리 호수를 건널 수 있었다. 이때부터 론의 배는 파리 날리게 되었고, 밀턴의 배는 손님으로 넘쳐나게 되었다.

여가는 되돌아보고(reflection), 새롭게 하며(refreshment), 다시 창조하는(recreation) 시간이 되어 우리에게 에너지를 공급하고, 새로운 일을 구상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옥상정원을 가꾸고 있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 식물들이 아내와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준다. 겨우내 죽은 듯 움츠린 나무에서 따스한 봄기운에 다시 새순이 돋고 어느새 싱그러운 꽃과 열매를 선물하는 자연의 생명력을 보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도 머잖아 극복되는 것이 또한 자연의 이치가 아닐까.

여름 휴가를 통해 재충전하여 활력을 가지고 삶의 현장으로 복귀하시길 바란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