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는 관재, 미래를 대비하는 치수정책이 필요한 때
김나윤(광주광역시의회 교육문화위원장·변호사)

한여름의 무더위가 시작되며 높고 맑은 하늘을 보게 되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조용한 하늘이지만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늦은 장마에 태풍까지 더해 많은 비가 내렸고 전국적으로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우리 지역 역시 기록적인 강수량으로 인해 지역민의 생활 터전은 아수라장이 돼버린 곳이 많다. 총 390세대 632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아직 150여명 넘게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실종을 비롯한 인명 피해와 1500억이 넘는 재산피해가 있었다. 특히 구 도심권과 하천주변 지역은 피해가 막심해 복구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이례적으로 길었던 장마와 집중호우의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하여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같은 온난화가 이상 기후변화를 일으켜 세계 곳곳에 이상 기후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도 2017∼2019년 국내 홍수피해 상황조사 보고서에서 ‘기후 변화로 인한 강우 패턴의 변화’ 등을 주요 피해 요인으로 꼽았다.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지적되어 온 ‘고탄소 사회’가 지속될 경우 이상기후로 인한 홍수와 피해 등 자연재해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해년마다 경중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는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매해 반복해 왔으며 철저한 대비 없이는 앞으로도 크게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매년 홍수 예방사업 및 수해 복구에 수천억 원에서 1조원 이상, 평균적으로 연간 3200억여 원의 예산을 들이지만 홍수 피해는 재발하고 관련 예산은 계속 투입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마찬가지 상황으로 침수피해가 잦은 천안시의 경우 13억을 투입해 하수도정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충남도는 공공하수도 시설 확충으로 3450억을 투입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지름 7.5미터의 거대 배수관을 설치하기도 했다. 광주시도 최근 3년 동안 1500억 이상의 예산을 들여 우수 관거 개량사업이나 배수로정비 등 여러 수해예방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배수관 교체공사가 홍수피해의 근본적 대비책이 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현재 국내 배수관은 10년에서 30년 단위 최고 강수량을 기준으로 설계를 함에도 이것마저 부족하다는 결론이다. 2018년 환경부 보고서 ‘배수분구의 설계빈도 수문분석’ 결과에 따르면 설계빈도 상향을 통해 강우강도를 크게 증가시킬 수 있는 구간은 10~30년 구간이고 설계빈도 추가 상향을 통해 비용대비 큰 통수능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되어있다. 또, 설계빈도를 지선 30년, 간선 50년으로 상향 시 평균 19.62%의 개략공사비 상승이 발생하며 각 지방자치단체가 현재의 설계빈도 10~30년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공사도 이미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점과 현실적 사유를 고려할 때 설계빈도 상향은 지자체의 수용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한 바 있다. 즉, 하수도 배관의 크기를 키우는 공사는 비용대비 큰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여건으로는 공사 자체가 힘들다는 결론이다.

이상기후 변화로 인해 우리는 앞으로도 도시의 침수를 겪게 될 것이 예상되며 하수도 규격만을 늘리는 것으로는 도시지역 침수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우리는 강제배수나 저류지 조성 등 우리지역 특성을 고려한 환경에 적합한 여러 가지 맞춤형 치수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물을 저장한다는 뜻의 저류지는 집중호우가 내렸을 때 빗물을 일시적으로 저류시킴으로써 하천의 수위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막아 홍수를 예방하고 주택이나 도로 및 농경지가 침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한다. 대규모의 개발 사업이나 도로 개설 및 배수 개선사업 등에서도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저류지를 설치하기도 한다. 이처럼 빗물을 지하에 보관했다가 나중에 배출하거나 현재의 아스팔트 포장을 빗물이 땅에 흡수 될 수 있도록 투수포장으로 교체하는 것, 꾸준한 도심 녹지화 사업 등으로 도시의 물순환 체계를 바꿔 나가야 할 것이다.

이상기후변화가 자명한 이 때, 원론적인 대비책으로 낭패를 보기 전에 미래를 대비하는 치수정책으로 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관(官)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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