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하늘을…마음을 비추는 ‘희망의 빛’
전남 바다를 지키는 ‘등대’ 4곳
다도해국립공원 속 하조도 등대
낭만·젊음 함께하는 하멜 등대
동백숲길 지나 거문도 등대로
다도해 경관 만끽…목포구등대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하다가도 나 홀로 기분이 축 가라앉는 날이 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마음이 상하는 날도 있다. 사랑과 관심이 그리워 눈물이 날 때, 불투명한 미래에 한숨을 쉴 때. 그런 날들엔 문득,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무언의 담담한 위로를 건네며, 지친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곳이 필요하다. 몸가는 대로 마음가는 대로 향하다 보면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바다가 보인다. 그 한가운데 등대가 오롯이 홀로 서 있다.

등대는 ‘등불을 밝히는 대’다. 배가 밤중에 제 항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설치한 시설물이다. 하지만 손바닥 만한 소형 선박까지도 위성항법장치(GPS)를 설치해 사실상 배가 길을 잃을 일은 많지 않다. 등대는 실제 필요보다 심리적인 위로를 건네는 관광 목적으로 변하고 있다.

등대는 길을 잃은 배들을 인도한다는 점에서 한줄기 빛과 희망을 상징한다. 홀로 지키는 외로움, 누군가를 기다리는 애뜻함 등 등대는 희망적 이미지와 서정적인 느낌으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인다. 괜시리 울적해질 때 삶이 고단하고 퍽퍽하게 느껴질 때 등대를 떠 올리면 위로가 된다. 휴식과 위로를 얻을 수 있는 등대로 마음을 달래보는 건 어떨까. 전남 지역 등대 4곳을 소개한다.

1909년 처음 점등해 100년 넘게 뱃길을 밝혀온 진도 조도면에 위치한 ‘하조도 등대’는 새떼들과 함께 돌고래가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진도군 제공

■돌고래가 뛰노는 절경

진도 조도면 일대는 섬들이 새떼처럼 펼쳐진 곳이다. 조도군도의 170여개 섬 중 하조도는 ‘어미 새’ 같은 품새를 자랑한다. 조도라는 섬 이름도 새의 형상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자리한 ‘하조도등대’는 주변의 수려한 풍광으로도 유명하다. 바다와 연결된 등대 주변은 온통 기암괴석이다. 절벽 위에 세워진 등대의 높이는 해수면 기점 48m, 등탑 14m에 이른다. 등대에서 내려다보면 조도군도 일대의 섬들이 절벽 바위와 어우러져 아득한 모습을 연출한다.

하조도등대는 1909년 처음 점등해 100년 넘게 뱃길을 밝혀왔다. 흰 탑에 붉은 지붕이 도드라진 등대는 맑은 날이면 약 42㎞까지 그 빛을 전한다. 등대 입구의 세로로 새겨진 태극 문양은 등대의 오랜 역사를 짐작하게 한다. 등대 앞마당에는 종, 사이렌, 점멸기 등 옛 길잡이 역할을 한 기구가 전시돼 있다. 등대 앞에는 돌고래 조형물이 있는데, 실제로 하조도등대에서는 종종 돌고래가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등대를 다녀온 뒤 들르기 좋은 하조도 남쪽의 신전마을은 아늑한 어촌 풍경과 솔숲, 모래 해변을 갖춘 곳이다. 섬 언덕에 조성된 한옥마을에서 민박도 할 수 있으며, 이곳 대청마루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일품이다

조도에서 갔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절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도리산 전망대다. 나무 덱으로 연결된 전망대에 서면 남쪽으로 관매도, 서거차도, 모도, 나배도 등이 모습을 드러내고 북쪽으로 옥도, 성남도, 내병도 등이 이어진다. 시계가 좋은 날이라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전망이 훌륭하다. 하조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는 남쪽의 신전마을 해변과 섬 서쪽의 모래개 해변에 있다.

여수구항에 조성된 하멜등대는 ‘하멜표류기’로 유명한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을 기리기 위해 2004년 12월에 건립됐다. 하멜 등대 인근에는 거북선대교와 낭만포차거리 등이 있어 여수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여수시 제공

■네온불빛 반짝이는 여수 랜드마크

하멜등대는 여수구항에 조성된 하멜 수변공원의 방파제 끄트머리에 있는 무인등대다. 하멜등대는 ‘하멜표류기’로 유명한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이 여수 지역에 머물렀던 것을 기리기 위해 2004년 12월 23일 건립했다.

하멜표류기는 우리나라를 유럽에 최초로 소개한만큼 역사적 의미가 깊은 책이다.

1653년 하멜은 동인도회사 소속 선원으로 스페르웨르호와 함께 바닷길을 거닐던 중 제주도 부근에서 태풍을 만나 난파됐다. 하멜은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 당시 유럽에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한국에서 왕명에 의하여 13년 동안 억류됐었는데, 그가 마지막으로 한국땅에 머물렀던곳이 바로 이곳 여수다. 하멜은 1663년부터 1666년까지 4년간 이곳 여수의 전라좌수영에 억류되어 있다가, 1666년 9월에 일본으로 탈출하여, 고향으로 돌아 갔다. 여수에서는 하멜기념사업과 연계하여 2004년 하멜의 근로 현장으로 알려진 동문동 일대를 ‘하멜로’로 지정했다. 이 하멜로의 끝에 위치한 여수구항에 세워진 등대가 하멜등대다.

하멜 등대는 빨간색의 표체와 불빛을 이용해 광양항과 여수항을 입,출항하는 선박의 안전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해가 지면 자동으로 불을 밝혀 8㎞ 정도를 비춘다.

건너편으로 거북선대교의 웅장한 모습이 보이고, 안쪽의 포구에는 나란히 정박한 어선들이 한가롭게 정렬돼있다.

빨간색 하멜 등대를 둘러싸고 있는 벤치에 앉으면, 푸른 하늘과, 바다와 빨간색 등대가 더없이 잘 어울린다. 바다 풍경에 어울리는 소품을 배경으로 한 이국적인 정취마저 물씬 느껴진다. 등대 인근에 여수 관광코스로도 유명한 낭만포차거리가 있어 젊음 또한 만끽 할 수 있다. 또한 지난 2016년 하멜등대에 LED 경관 조명을 설치해 화려한 변신도 이뤄냈다. 하멜등대는 명실상부 여수 관광의 랜드마크로 거듭났다.

1905년 4월 남해안에서 최초로 건립된 ‘거문도 등대’는 높이 33m 백색 육각형 등대 약 50㎞ 떨어진 바다까지 불빛을 비추며 뱃길을 안내한다. /여수시 제공

■뒤로는 숲길·앞으로 남해바다

지난 1905년 4월 남해안에서 최초로 건립된 ‘거문도 등대’는 높이 33m 백색 육각형 등대다. 매일 밤 약 50㎞ 떨어진 바다까지 불빛을 비추며 뱃길을 안내한다. 또 안개가 끼거나 폭우가 쏟아질 때에는 50초에 한 번씩 ‘무신호’(안개가 끼거나 많은 비나 눈이 올 때 빛 대신 소리로 선박에게 등대의 위치를 알려주는 장치)를 울린다.

거문도 등대로 가는 길은 ‘치유의 길’이다. 태풍이 올 때 바닷물이 넘나들어 ‘목넘어’라고 불리는 갯바위 지대를 지나면 약 1.2㎞ 길이의 동백나무 숲길 산책로가 펼쳐진다. 숲길 중간에는 전망대도 설치돼 있어 드넓게 펼쳐진 푸른 남해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거문도까지 가서 ‘백도’를 보지 못했다면 가지 않은 것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거문도 절경의 절반 이상이 ‘다도해 해금강’이라 불리는 백도에 있기 때문이다. 백도를 일주하는 유람선을 타고 서방바위, 각시바위, 부처바위 등 독특한 형상의 기암괴석들이 에메랄드빛 청정해역에 비치는 모습은 장관이다.

‘갈치조림정식’도 일품이다. 여름철 거문도에서 잡히는 갈치는 감칠맛이 좋아 미식가들에게는 별미 중의 별미로 손꼽힌다. 갈치는 구이, 회, 조림 등 다양한 요리로 맛볼 수 있다. 그 중 바닥에 무를 깔고 그 위에 갈치를 올린 뒤 매콤한 양념장을 올려 푹 끓여낸 갈치조림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음식이다.

해남군 화원반도 북쪽 끝자락에 있는 목포구 등대는위치는 해남이지만 목포항 어귀에 설치돼 ‘입구 구(口)’자를 써서 ‘목포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908년 7.2m 높이의 등대를 설치했지만, 대형 선박들의 통항이 잦고 등대가 노후 됨에 따라 2003년 36.5m 높이의 등대를 옆에 새로 건립했다. /해남군 제공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

목포구 등대는 해남군 화원반도 북쪽 끝자락에 있는 등대로 위치는 해남이지만 목포항 어귀에 설치돼 ‘입구 구(口)’자를 써서 ‘목포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등대가 있는 화원반도와 달리도라는 섬 사이의 좁고 굴곡진 항로는 지형의 영향으로 물살이 거세 목포항을 이용하는 선박에게는 매우 위험한 항로다. 1908년 7.2m 높이의 등대를 설치했지만, 대형 선박들의 통항이 잦고 등대가 노후 됨에 따라 2003년 36.5m 높이의 등대를 옆에 새로 건립했다.

95년 동안 선박의 길잡이 역할을 해왔던 옛 목포구등대는 현재까지도 원형 그대로 잘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한제국시대 건축양식 연구를 위한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인정돼 2008년 7월 ‘등록문화재 제379호’로 지정, 보존되고 있다.

새롭게 건립된 등대는 ‘힘차게 항해하는 범선을 형상화’한 독특한 모양으로 서해바다의 환상적인 낙조와 함께 등대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 등대관련 장비용품, 국내외 등대모형, 선박조종체험시설 등을 설치해 등대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전남지방에서 전승되어온 민속놀이를 역동적인 모습으로 표현한 ‘강강술래’, 목포의 상징인 세 마리의 학을 표현한 ‘삼학도’ 등의 조형물도 설치해 지역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대흥사’, 다도해 경관을 만끽할 수 있는 ‘두륜산 케이블카’, 400여점의 공룡화석이 전시된 국내 최대 ‘공룡박물관’ 등 유명관광지가 등대 주변에 위치하고 있다. 오는 9월27일부터는 우수영 일대에서 임진왜란 명량대첩 승전을 기념하는 ‘2019 명량대첩축제’가 열려 명량대첩 재현, 만가행진, 북 놀이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질 예정이므로 여행을 즐기기에는 좋은 기회이다.
/ 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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