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천 ㈜KFC 대표이사의 남도일보 화요세평
여론과 공양의 공통점
최형천( ㈜KFC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여론이 급락하였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집계에 의하면 8월 2주차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4년여 간 유지해 온 1위 자리를 잠시지만 미래통합당에 내주기도 하였습니다. 모처럼 당의 강령에 따라 ‘서민과 중산층의 권리 향상’을 위해 부동산임대차 3법을 처리한 후 오히려 역풍을 맞은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개혁의 속도를 조절하여 야당과 협치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반대로 느린 개혁 속도가 답답해서 속이 터지는 여당 지지자들도 많아 보입니다. 하지만 여당이 중심을 잡아 민생을 위한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것이 집권당으로서 할 일이라는 목소리가 대세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불가에서는 부처님 시절부터 공양하는 방법으로 차제걸이(次第乞已)라고 하여 구별 없이 차례로 일곱 집을 걸식하도록 하여왔습니다. 이는 밥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일곱 집 이상은 다니지 않도록 하는 지침이 되었습니다. 만약 일곱 집을 돌았는데도 공양을 받지 못했다면,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어 먹을 것이 없는 궁핍한 때이거나, 아니면 비구들의 수행이 부족하여 사람들이 공양을 기피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수행자도 마땅히 대중들과 함께 굶어야 하며, 후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수행을 돌아보고 반성하도록 불가에서는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번에 여당에게 여론 공양이 안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 이유일까요? 두 번째 이유일까요? 아니면 둘 다 일까요?

사실 차제걸이 예화에는 앞부분이 있습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제자들과 공양을 들면서 보니 아난다와 마하가섭의 공양물이 차이가 났습니다. 아난다의 발우에는 기름진 쌀밥과 좋은 반찬이 담겨있는데, 마하가섭의 것은 형편없는 밥과 반찬뿐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조용히 물었습니다. “아난다여, 그대는 어떻게 걸식하였는가?” “저는 부잣집으로 걸식을 나갑니다. 가난한 집은 그 사람들도 먹을 것이 부족해 나누기 어렵고, 그렇다고 시주를 안하면 업을 짓게 되니까요. 그래서 넉넉한 집을 찾아가 걸식을 합니다.”

또한 부처님은 마하가섭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였습니다. “저는 가난한 집만을 골라서 걸식을 합니다. 그들은 가난해서 시주하기가 어렵지만, 그렇다고 시주를 하지 않으면 다음 생에도 가난해집니다. 비록 이생에서는 가난하지만 복을 지어야 다음 생에서는 복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복을 위해 가난한 집에 가서 발탁을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두 제자 모두를 칭찬하시고, 시비분별을 떠나 무심으로 구별 없이 일곱 집을 차례로 걸식하라 이르셨습니다.(법륜, <금강경 강의>, 2013)

불교의 수행자에게는 공양도 수행의 한 과정이었습니다. 부처님은 가난한 사람에게 밥을 빌어 그들을 높였고, 왕과 부자에게 굽히지 않음으로써 그들을 낮추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보다 낮고, 가장 높은 자보다 높은 이가 되어 일체중생이 평등함을 보였던 것입니다. 부처님에게는 가난한 사람도 권세와 부를 가진 사람도 모두 구제의 대상이었으므로 차별 없이 대우하시고 모두를 높였습니다.

대부분의 국가의 일이란 함께 사는 공동체를 위하여 국부를 키우고 그것을 나누는 문제로 귀결됩니다. 이를 통해 국가는 국민 전체가 보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부담을 하여야 하는 것은 경제적인 논리에 합당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소유의 다과와 관계없이 생활할 수 있는 기본권을 보장하면서, 가진 사람들 또한 주어진 부담을 기꺼이 수용하도록 설득하여 국민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 생각됩니다. 요즘 여론 공양의 부족으로 배가 고픈 정치인들은 부처님에게서 그 지혜를 배우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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