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꿈을 향해 도전하는 용기 필요”
<광주 출신 심요한 감독을 만나다>
데뷔작‘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
부천국제영화제 초청받아 ‘관객상’
짠내 나는 청춘 이야기 그려 ‘호평’
“죽기전에 영화 한편 찍고 싶다”
직장 다니다 영화계 입문 ‘샛별’

심요한 감독(사진 맨 왼쪽)

어릴적 한번쯤 ‘장래희망’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저마다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며 다양한 직업을 희망했다. 끼와 재능이 많은 사람은 가수, 연기자 등 연예인을 꿈꾸는가 하면,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큰 포부를 품은 이는 정치인·대통령 등을 희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우리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의 차이를 몸소 경험하게 되면서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대부분 ‘하고 싶은 일’은 가슴 한켠에 고이 접어두고, 안정적인 삶과 명예를 위해 ‘해야하는 일’을 택하는 것이 다반사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할 때 ‘죽기 전에 영화 한 편을 찍고 싶다’는 어릴 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영화감독’에 도전한 이가 있다. 바로 영화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의 심요한 감독이다.

심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인 영화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는 개봉 전부터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2019)’ 관객상 수상, 서울독립영화제 초청작으로 명단에 오르면서 그를 충무로의 떠오르는 ‘샛별’로 주목받게 했다. 특히 ‘광주 출신’이라는 점에서 충무로 세계에서 몇 안되는 지방출신 감독 대열에 서게 돼 눈길을 끈다.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영화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의 심요한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 스틸컷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는 어떤 작품

영화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는 서핑 게스트하우스에서 숙식 알바를 시작한 대학교 5학년 취준생 ‘준근’이 홧김에 양양 바다를 걸고 금수저 서퍼와 막무가내 서핑 배틀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청춘 영화이다. 현 세대의 청춘이 겪고 있는 취업난과 주거 문제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누구나 웃으며 가볍게 볼 수 있게 풀어냈다.

▶영화 소재로 ‘서핑’을 선택한 이유

이번 영화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 졸업 작품으로 저예산(1억원)의 장편을 제작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했다. 초기엔 큰 예산이 들어가는 시나리오만 써져 고민했는데 시나리오를 봐주시던 박은교 작가님께서 ‘개인적인 것에 집중해보라’는 팁을 주셨다. 남들은 잘 알지 못하지만 나만이 잘 알고 있는 소재, 그 순간 ‘서핑’이 떠올랐다. 이후 그동안 서핑을 하면서 몸 안에 축적된 경험과 지식들이 글로 술술 써지기 시작했고, 이와함께 ‘청춘’이라는 부소재가 더해져 이번 영화가 만들어 졌다.

‘서핑’은 익스트림 스포츠에 속하는 운동이다. 망망대해 가운데서 보드에 몸을 싣고 패들(자유형과 비슷한 팔 움직임)을 해 파도가 치지 않는 수심까지 나간 후, 자신이 탈 수 있는 파도를 고른 후 빠르게 보드 위로 일어서야만 겨우 한번 탈 수 있다. 이 같이 힘듬에도 불구하고 라이딩을 한번 맛보면 그 쾌감을 잊지 못하고 또다시 험난한 파도를 뚫고 바다로 나가게 하는 매력적인 스포츠이다. 마음대로 파도를 탈 수 없는 서핑의 이런점이 마음속 어딘가 꿈은 있지만, 몸을 가누기 힘든 현실 속에서 수차례의 고난을 겪고 있는 현대 사회의 청춘들과 비슷해 경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완성하게 됐다.
 

영화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 스틸컷

▶영화 제작의 계기와 신조

3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며 개인 생활은 꿈도 꾸지 못하고 ‘회사-집’만을 반복하는 삶에 권태로움을 느꼈게 돼 무작정 퇴사했다. 이후 못해 봤던 일들을 하나씩 해보고 공부도 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는데 이때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라고 생각해 도전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영화감독’이 떠올랐다. ‘지금이 아니면 못 한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관련 지식을 쌓기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에 지원했고 운 좋게 합격하게 됐다.

영화제작에 있어 신조가 있다면 ‘참여한 사람 모두가 뿌듯한 작품을 만들자’라는 것이다. 강압적인 분위기라던가 고성이 오가는 현장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기울였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앞으로도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볼 수 있는 독립영화를 제작해 나갈 것이다.

▶각종 영화제 수상 소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된 것만으로 영광인데 관객상까지 받게 돼 기뻤다. 무엇보다 관객과 만날 수 있다는 자체로도 기뻤는데 작품 티켓이 ‘매진’까지 돼 깜짝 놀랐다. 서울독립영화제도 마찬가지다. 영광스러운 자리에 초청된 것도 기뻤지만 영화 개봉이 요원한 상황에서 또다시 관객들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했다.

영화 개봉 첫 주부터 코로나가 터져 좌석수가 줄어들고 극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끊겼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은 물론 여름휴가까지 떠나지 못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 아직 영화가 상영 중이니 좌석 거리두기 등 안전수칙을 준수하며 스크린으로라도 바다를 보고 위안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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