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채 남도일보 주필의 ‘무등을 바라보며’-‘호남 필패론’을 넘어서는 이낙연 대표의 ‘호남 대망론’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오는 2022년 3월 9일 치러진다. 2일로부터 역산하면 554일 남았다. 1년 반이 남았지만 이미 정치권의 시선은 차기 대선을 향해 있다. 현재의 대세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마의 60%를 넘는 압도적 지지로 당 대표에 선출됨으로써 ‘대권 고지’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호남 대선주자는 필패한다’는 민주당의 불문율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호남 대망론’이 꿈틀거린다. 최근 잠시 2위로 밀리기는 했으나 1년 넘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이낙연 대표의 대세론이 호남 필패론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낙연 대표의 약점으로 거론되는 것은 호남 출신이라는 지역적 한계다. 영남권 유권자수 등을 고려할 때 확장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15일 실시된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기준으로 부산ㆍ울산ㆍ경남(PK)과 대구ㆍ경북(TK)을 합친 영남 유권자는 1천300만 명이었고, 광주ㆍ전남ㆍ전북을 포함한 호남 유권자는 512만 명이었다. 영남 유권자가 호남보다 2.5배나 많은 ‘수의 힘’으로는 호남 대선 주자가 독자 생존할 수 없는 구조다. 그래서 ‘87년 체제’ 이후 7명의 대통령 가운데 호남 출신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유일하고 그 외 노태우(대구)·김영삼(경남 거제)·노무현(경남 김해)·이명박(일본·경북 포항)·박근혜(대구) 전 대통령과 문재인(경남 거제) 대통령은 모두 영남 출신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충청 맹주인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와 손잡은 DJP연합에다 이인제 후보가 한나라당 경선에 불복해 신당을 창당해 500만 표 이상 보수표를 가져갔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계열 정당들은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영남 후보를 내세워 대선 승리를 꾀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PK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그와 같은 방식으로 당선됐다.

그렇다면 20대 대선에서 호남 필패론은 유효할까.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21대 총선 결과와 이낙연 대표가 호남 출신임에도 여론조사 1위를 지키고 있는 상황을 보더라도 호남 대선후보 필패론은 이제 구시대적 사고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이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대선주자의 비전과 정책 어젠다가 승부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선택하는 일에 호남 인구가 적어 호남 후보는 안 된다는 논리는 너무 천박하다. 적어도 민주당만은 지역이 아닌 정책과 능력에 따라 대권후보를 뽑는 자질론이 우선돼야 한다. 비단 호남뿐 아니라 그 후보가 영남이든 강원, 충청, 경기 그 어떤 지역이든 단순히 지역 인구 규모 혹은 지역 색을 들어 특정지역 출신을 배제하려는 억지 논리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우리는 결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광주 경선에서 이겨 후보로 결정된, 말하자면 ‘호남이 지지하는 영남 후보’였다면, 이번엔 ‘영남이 지지하는 호남 후보’가 나오는 것이 민주당 정치가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것이다.

이낙연 대표가 민주당의 중심을 잘 잡고 좌중을 휘어잡는 특유의 리더십으로 책임정치의 시범을 보여주면 내년 보궐선거는 물론 대권도 걱정할 게 없다. 이 대표의 대권 성공은 중요한 시대적 의미가 있다. 호남 사람들이 지역적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지역연합을 하지 않고도 집권할 수 있는 선례를 보여주게 돼 진정한 의미의 지역주의 타파가 될 수 있다.

현재 이낙연 대세를 꺾을 대선주자는 없다. 이 대표가 호남 출신이라서가 아니다. 호남은 영남주자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도 밀었다. 지금은 이낙연이 대세다. 민심이 천심과도 같이 그에게 모아지는 것이다. 이낙연 대표가 많은 험산을 넘어 대권을 거머쥐는 호남 대망론이 현실화 되기를 지역민과 함께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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