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정유재란 日장수 동상 설치계획 결국 철회
조선 침략 선봉장 ‘소서행장’ 동상 건립 추진
“혈세 들여 적장 동상 절대 안 돼” 국민공분
 

순천왜성 안내판/최연수 기자

순천시가 ‘한·중·일 평화정원’을 조성하며 임진왜란 당시 조선 침공 선봉장인 일본 장수의 동상 건립을 추진했지만 국민적 공분이 높아지자 결국 철회했다.

순천시는 순천왜성 인근에 조성하는 한·중·일 평화정원에 3개국 장군 동상을 설치하는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고 20일 밝혔다.

시는 420여년 전 정유재란 때 조선과 명나라가 손잡고 일본군을 상대로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순천시 해룡면 순천왜성 인근 8만㎡ 규모의 한·중·일 평화정원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5년까지 총사업비 350억원을 들여 정유재란과 관련된 교육관과 체험관, 둘레길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논란은 평화광장에 이순신, 권율 장군, 명나라 진린, 등자룡 장군 뿐만 아니라 일본의 고니시유키나가(小西行長) 등 3국의 장군 5명의 동상을 설치하기 위해 시민의견 수렴을 하면서 불거졌다.

소서행장은 사위인 대마도주 소 요시토시(宗 義智)와 함께 병력 1만8000명을 이끌고 부산을 침공해 일본군 선봉장으로 활약하며 평양성까지 함락시킨 인물이다.

무자비한 약탈과 방화, 살육을 서슴지 않았으며, 조선인이라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코와 귀를 베어 소금에 절인 후 통에 담아 일본으로 보내는 만행을 저질렀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특급 전범인 셈이다.

순천시가 평화정원 조성 공감대 형성을 위해 지난달 14일까지 진행한 바닥 판석(바닥돌) 분양독려 포스터의 공원 조감도에도 소서행장의 동상 모형도가 담겨 있다.

이 같은 소식에 시민들은 평화정원 조성 취지는 이해하지만 우리나라에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준 원흉의 동상을 건립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무도(無道)한 짓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순천시청은 조선침략 선봉장 고니시 유키나가 동상을 세금으로 만들지 말라’는 글이 올라와 청원이 진행 중이다.

청원자는 “평화정원 조성에는 찬성하지만 세금을 들여 왜군 장수의 동상을 세운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평화라는 단어가 쓰인 정원에 임진왜란 전범 동상을 건립한다는 것은 일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위장일 뿐이다”고 주장했다.

SNS에서도 순천지역 한 인문학자는 “필설로 다 할 수 없는 피해와 고통을 준 침략군 장수 소서행장의 동상을 그것도 순천 신성리 이순신 장군의 혼이 깃든 충무사 부근에 세워 기념하는 계획을 남들이 알까 두렵다”며 “동상이란 자기 공동체에 큰 공을 세운 사람을 기리기 위해 세우는 것인데, 지구상에 침략군 장수 동상을 세워 기념하는 나라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결국 순천시는 평화정원에 동상을 세우는 대신 이름 없이 죽어간 민초와 무명용사들의 넋을 기리는 기념물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판석만 조성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순천시 관계자는 “당초 평정원에는 평화광장, 역사체험 학습장, 역사관 등을 조성할 계획으로, 동아시아 3국의 7년 전쟁을 추모하고 평화공존의 장으로 승화하기 위해 한중일 삼국의 장군 동상 설치를 계획했었다”며 “국민 정서를 감안해 동상설치에 대한 시민 의견수렴을 실시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최근 순천시가 일본 장수 동상 설치를 확정한 것처럼 SNS 및 언론에 보도되고 오해와 논란이 가중된 만큼 3개국 장군 동상 설치 자체를 전면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동부취재본부/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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