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시대 지자체의 공적인 역할

김덕모(호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앱 이슈가 사회적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언택트 소비문화의 확산과 비대면 소비시장이 확대되면서 민간배달앱의 독과점 횡포와 폐해의 대안으로 지자체 차원의 공공배달앱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월 16일 (사) 광주전남발전정책 포럼이 광주광역시 차원의 공공배달앱 개발 필요성과 그 대안을 제기한 이후 장연주 광주광역시의원도 지난 9월 11일 시의회 5분 발언을 통해 광주시가 자영업자들과 시민들을 위해 공공배달앱을 개발, 운영해 고정비용이 된 배달앱 이용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주장을 펼침으로써 광주시의 정책 행보를 촉구했다.

22일 광주시는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공공배달앱을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운용방안 등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시는 최근 군산을 비롯해 인천 서구, 서울 등을 찾아 운영 및 준비 실태 파악에 나섰으며, 광주시가 직접 개발해 운영할지, 입찰을 통해 선정된 사업자에게 운영을 맡길 지를 검토하고 있고 가맹점과 이용자 수수료 부담경감, 개발·운영 등에 들어갈 비용도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광주시는 다른 지자체 선행 사례분석 등을 토대로 광주상생카드 가맹점과 연계하는 등 지역 특성을 고려한 운용방안을 마련할 계획임도 밝혔다.

이러한 광주시의 공공배달앱사업 추진 발표는 조금 늦은 감도 없진 않지만 보다 다양하게 검토하여 진행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정책적 사업에 대한 착오를 피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어진 시장환경에 대응한 공공배달앱 사업의 성공을 기대하면서 몇 가지 고려해야 할 문제를 제기해 본다.

그동안 공적인 목적을 가지고 각 지자체가 시작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공공배달앱 사업은 독과점 민간배달앱의 폐해를 막기 위해 지자체가 시장에 개입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공공배달앱 서비스 운영에 따른 주민 혈세의 투입 문제, 공공 영역의 민간시장 개입 문제, 공공배달앱의 서비스 품질이 민간앱보다 나을 것인가 하는 서비스 품질 문제, 주문앱과 배달체계의 시스템화와 지역 화폐 연계전략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우선 운영 주체의 문제이다. 지자체가 심판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직접 선수로 뛸 것인가의 문제이다. IT산업 분야에서도 전문적이고 특화된 O2O 비지니스 영역의 사업에 해당하는 배달앱 사업에 비전문가인 공무원들이 직접 선수로 뛰는 것은 다소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독과점 문제로 야기된 공공앱의 필요성이라는 명분은 살리고 실제 개발은 민간영역의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공정경쟁의 기회를 부여하는 심판자의 역할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수수료 문제는 공공배달앱 필요성이 제기된 근본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민감한 사안인데 가맹점들이 최소한도의 적정 수수료(2% 정도)를 내는 방식으로 개발됐으면 한다. 최근 일부 지자체가 수수료 없는 공공배달앱을 홍보하고 있지만 그 이면을 보면 시민들의 세금으로 매년 운영비를 충당해야 한다는 맹점이 있다.

공공배달앱의 서비스 품질문제도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공공배달앱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는 군산의 ‘배달의 명수’ 의 경우 최근 언론에 MAU 수가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며 아직도 영수증 출력기능이 없어 가맹점 사용자들도 불편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기본적인 기능부분도 완성되지 않은 채 시작된 사업의 단점을 보여주고 있다. 인천에서 운영 중인 ‘배달의 서구’의 경우도 포스와의 연동이나 기본적 편의 기능들조차 없이 서둘러 출시하고 직접 서비스에 힘을 쏟는 모양새이다. 이는 민간의 일반업체들은 시장진입조차 검토되지 않을 단계에서 서비스를 무리하게 진행한 경우라 볼 수 있다.

기왕에 광주시가 공공배달앱을 추진하기로 하고 다른 지자체의 개발, 운영 사례 파악에 나서 여러 문제점을 파악했을 줄로 알지만 경기도처럼 대기업 계열사 1개 회사에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는 방식보다는 서울시의 사례처럼 공적 기준을 갖춘 여러 민간 업체들이 다수 참여하게 하고 시의 예산을 업체에게 지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준비된 업체들이 공정경쟁을 통하여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주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서비스의 영역도 음식 배달앱에서 출발했지만 언택트 시대 시민들의 소비수요는 마트와 전통시장의 장보기 그리고 다양한 업종의 생활편의 플랫폼 요구로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광주시는 서비스 영역의 문제도 고민하는 공정한 심판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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