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용 광주제일교회 담임목사의 남도일보 월요아침

소유보다 관계

문민용(광주제일교회 담임목사)

세상은 창고를 지어 많이 쌓아두라고 유혹한다. 그래서 재산, 지식, 지위, 권력이라는 소유 중심의 삶이 행복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음과 관계 중심의 단순하고 자유로운 삶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요즘은 집도, 차도, 가전제품도 필요할 때만 렌트한다. 소유를 줄여야 좀 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어서다. 때가 되면 젊음도 사라지고, 건강도 사라지고, 재산도 사라진다. 그래서 창조주에게서 받은 모든 것을 그의 뜻에 따라 잘 사용하고 반납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소유에 집착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관계가 내 삶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사람이 나에게 관심을 집중하는 것은 오직 나만이 나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관계를 맺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으면 불안해할 필요가 없고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어느 날 한 농부가 왕에게 엄청난 제안을 받았다. “하루 동안 네 발로 밟는 땅은 모두 다 주겠다.” 농부는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뛰기 시작했다. 좀 더 많은 땅을 차지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힘을 다하여 밤늦게까지 전력을 다해서 뛰었다. 그런데 모든 힘을 다 쏟아 버린 나머지 자신이 시작했던 출발점에 도달했을 때 쓰려져 죽고 말았다. 소유에 대한 욕심이 지나쳤기 때문이다.

과학이 놀라운 것들을 만들어도 심장이라는 작은 덩어리를 대신하지 못한다. 심장은 우리 몸의 피를 구석구석까지 순환하게 하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영리한 장기다. 더 많이 피를 뿜어내야 할 때 더 많은 심장의 작동과 혈액순환을 해야 할 때 이를 감지하고 펌프질을 더 빠르게 한다. 이식됐을 때도 심장은 말없이 새로운 환경에 순응한다.

한국인의 사망 1순위는 암이다. 암은 인체의 세포가 있는 곳이라면 머리카락, 각막이나 혀, 어디든 발생하는 무서운 존재다. 한데 암세포가 붙지 못하는 한 곳이 있다. 바로 심장이다. 이유는 심장이 따뜻한 피를 늘 뿜어대기 때문이다. 뜨거운 곳에서는 암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 한가지 심장은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절대로 쉬지 않고 일하기 때문이다. 정상인의 심장은 일 분의 60~100번 한 시간에 3천600번 하루면 8만6천400번 뛴다. 70세를 산다면 22억 번을 넘게 뛴다. 그렇게 쉴 틈 없이 일하므로 심장에는 암세포가 발생하지 않아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아있는 것이다. 작지만 나를 위해주는 절대적인 존재에게 ‘심장아. 정말 고마워.’라고 몇 번이나 감사해서 하며 좋은 관계를 맺어보았는가?

어린 자녀들과 신나게 놀던 아빠가 갑자기 아들을 홱 던져버리고 냉정하게 돌아서는 유대인들의 육아법이 있다. 어린 아들로서는 처음 당하는 엄청난 충격으로 헤어나기가 어렵다. 감당하기 어려운 절망과 배신을 딛고 다시 아빠 품으로 돌아오면 자기를 사랑하고 믿음직스러웠던 아빠가 다시 한번 호되게 밀쳐내 버린다. 어린 아들에게 아빠는 사랑의 대상이요, 친구요, 자신을 송두리째 책임지고 있는 하나님과 같은 존재다.

그러므로 알 수 없는 배신의 아픔은 소화하기 힘겨운 과제다. 그들은 이런 경험을 통해 인간에게는 까닭 없는 배신이 있다는 것과 인간은 이렇게 변화무쌍한 존재라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이럴 때 아빠는

“아들아 이 아빠까지도 너를 배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영원히 믿을 수 있는 대상은 창조주라고 가르친다.

매정해 보이는 유대인 아버지들은 예상치 못한 변화에 대한 수용과 창조주와의 관계를 아이들에게 바로 가르치기 위하여 아픔을 참으며 이런 방법으로 교육한다. 유대인들이 자기 날라 없이 세상을 부평초처럼 떠돌아다니면서도 2천 수백 년 동안 민족성을 지키고 오늘의 세계를 이끌어 가는 힘의 상당 부분은 이와 같은 육아법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탐욕은 불의한 방법으로 가지는 것이다. 소유할 권리가 없는데도 남의 것을 소유하려고 눈을 돌리는 잘못된 마음이다. 당시 세상의 90%를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이 금욕과 반문명적 생활을 하며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당대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찾아갔다. “당신이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뭐든지 말해 보시오.” 그때 디오게네스는 “조금만 비켜주시오. 당신 때문에 햇빛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 일화는 많은 사람에게 교훈을 남겼다. 알렉산더 대왕도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알렉산더 대왕은 죽을 때 관에 구멍을 내어 자기 손을 밖으로 내어 보였다. 사람은 결국 빈손으로 간다는 교훈이었다. 욕심을 비운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사람은 살아서 흙을 밟고 다니지만 죽으면 흙이 전신을 덮는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비우는 게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소유할 때 보다 비우면 아름다운 관계가 형성되는 선물이 도착하게 될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남편이 아내를 소유하는 것도 더욱 아니다. 내 몸에 있는 장기 하나, 어느 것도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생명과 행복이 소유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고백하면서 대신 더 사랑하고 더 양보하고 더 감사하게 사는 우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과 아름다운 관계를 형성해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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