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의 남도일보 화요세평
시대는 바뀌는데 사고는 과거로
김용훈(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지난 주말 우리나라의 경제역사를 고스란히 겪으며 신화를 만들어낸 삼성그룹 회장이 타계했다. 말도 안 되는 환경에서 끊임없는 노고 끝에 세계시장에 발걸음을 딛는 그룹을 만들기 까지 삶은 끊임없는 개혁이었다. 변화를 만들려면 먼저 변해야 한다. 혹시 잘못될까 두려워 발걸음을 내딛지 않는다면 영원히 변화는 그 입가에만 머물 것이다.

기술에 근거하는 일류기업이 되지 못하면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는 마인드로 위기 속에 질주를 일삼았고 현실에 안주하면 순간 떨어질 수 있다며 스스로를 다그치는 삶이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변화를 수용하고 흐름을 따라가며 경쟁우위를 갖는 것이다. 그런데 실생활에 변화는 쉽게 따라가고 수용하지만 우리의 정치계는 변함이 없다. 입으로는 변화를 말하고 새 정치를 주장하지만 구태의연한 행태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전혀 다름이 없다. 기업들은 매출이 떨어지면 즉각 원인을 파악하고 떨어진 매출을 보완할 방법을 모색한다. 환경이 어려워지면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비상경영체를 운영하면서 살아갈 방법을 만들어 낸다. 규모가 커질수록 현재는 물론 1년 후 3년 후 10년 후의 먹거리를 생각하고 기업의 포션을 조정한다. 그런데 우리의 정치는 재정을 적자로 만들어도 전혀 긴장감이 없다. 당장 먹거리가 떨어지려고 사방에서 스톱과 경고사인을 보내는데도 부채만 만들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을 한다.

길어지는 코로나19로 인하여 경제가 말이 아니다. 재난으로 인한 재해 상황이라고 하지만 지금 무언가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상당한 충격으로 혼동상태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진행되고 서비스업종의 기업들이 무너졌다. 안 팔리는 상품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존폐에 기로에 놓이고 기술진 외의 인재들이 사업장에서 해고당하고 있다.

그러나 쏟아져 나온 근로자들이 갈 곳은 없다. 어려운 시기에 호전적으로 기업 활동을 하기가 어려우니 모두 움츠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피상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정권의 임기가 한정적이지만 무궁한 나라의 미래를 위하여 시선을 넓게 보아야 한다. 5년 후 10년 후 우리나라의 발전 동력을 꺼지게 해서는 안 된다. 문을 닫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수많은 실업자들을 생산하고 새로운 일자리보다 늘어나는 해고자가 많아지면 그 많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조치를 취해 줄 수 있겠는가. 고용 장려금, 실직수당 등의 한시적 지원이 이들을 구제해 줄 수는 없다. 이러한 일들이 번지면 나라를 운영하는 재정수입도 줄어들게 된다. 줄어든 재정에도 계속 마이너스를 심어줄 것인가.

정권의 시작에 사람이 먼저라는 말로 일자리를 챙겼고 적폐청산이란 말로 부정부패에 손절을 다짐했다. 그러나 작금의 모습은 어떠한가. 적폐청산의 이야기는 네버엔딩 스토리가 되고 있고 여전히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재정만 쏟아 붓고 있다. 스스로가 변하지 않으니 혁신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새로운 기대를 품었던 국민들도 기대했던 변화는 일어나지 못할 것임을 알아버렸다. 혁신이라고 바꿔놓은 것들이 문제꺼리로 부각되고 있음을 바라보면서 걱정만 더 늘었다. 더 살기 힘들어지는 것은 아닌가. 백년대계라는 말이 가지는 의미를 잊고 피상적인 모습으로 움직여진 정치가 에너지를 바꾸고 경제를 바꾸고 환경을 바꾸면서 과연 이래도 되는지 의구심을 품게 만드는 부작용들이 만발한다.

사업가들이 말하는 사업타당성이 전혀 안 나오는 일들에 수많은 재정을 투입했고 엄청난 태양광이 들어서고 원전이 멈춰서고 최저임금이 올라버렸다. 선두를 잡고 있던 원전기술은 국내에서 사용하지 못하여 전후방 연관 산업이 사라졌고 겨우 수출로 명맥을 이어가고 올라버린 임금에 기업들은 탈 코리아로 선회했다. 이대로 떨려나는 근로자는 어디로 가야한는가. 정부가 대기업 회장의 마인드를 알아야 한다. 살기 위해서 지금 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1년 후 3년 후 10년 후 먹거리를 위해 포션을 조정해 주어야 한다.

앞을 내다보는 능력은 그래서 중요하다. 산업기술이 과도기를 만나고 있고 세계 경제의 침체가 상당하다.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 경쟁우위를 잃어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이대로 바라만 보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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