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윤종채 남도일보 주필의 ‘무등을 바라보며’-‘남파랑길’,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로 자리매김하길
윤종채 남도일보 주필의 ‘무등을 바라보며’-‘남파랑길’,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로 자리매김하길

윤종채 주필 이미지
“여행은 걸으면서 하는 독서,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는 말이 있다. 또 작가인 다비드 르 브르통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저서 ‘걷기 예찬’에서 “걷기는 세계를 느끼는 관능에로의 초대다. 걷는다는 것은 세계를 온전하게 경험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숲 길에서부터 한적한 시골 길을 느릿느릿 이어가는 걷기에서부터 도시에서의 걷기까지를 쭉 훑어본 작가에게 가장 오래된 걷기는 순례이다. 성스러운 것을 찾아 떠나는 순례자들의 발길에 담긴 정신적 특성들이 작가의 탐구 대상인 것이다. 신들과 함께 거닐면서 깨닫는 생명의 에너지가 바로 걷기의 목적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걷기여행 코스로는 세계 최초로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기독교 신자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행자들의 인기 코스가 됐다. 프랑스의 생 장 피드포르에서 출발해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피레네 산맥을 넘는 한 달 여의 긴 여정을 거쳐야 하는 약 800㎞에 달한다. 걷기여행 코스로는 세계 두 번째로 200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일본 오사카 바로 남쪽에 붙어 있는 와카야마현의 ‘구마노고도’는 순례길의 역사가 1천200여년이나 되는 약 300㎞의 역사적인 길이다. 일본은 또 국토의 최북단 홋카이도에 약 4천585㎞에 이르는 ‘홋카이도 자연 트레일’을 운영하고 있으며, 새로운 코스가 계속 개척되고 있다. 또한 CNN에 의해 2012년 세계 10대 장거리 걷기여행길로 선정된 미국의 조지아 주에서 메인 주까지 이어지는 3천500㎞에 이르는 ‘애팔래치아 트레일(AT)’, 영국의 서머싯에 있는 마인헤드란 기이한 마을에서부터 도싯의 풀 하버에 이르는 1천16㎞의 ‘코스트 투 코스트 워크(CTC)’도 세계인들에게 안식과 평안을 선물하는 걷기여행길의 하나로 꼽힌다. 이들 장거리 걷기여행길은 많은 여행객들이 찾으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국가이미지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도 이 같은 장거리 걷기여행길로 동서남북을 잇는 총 4천500㎞의 코리아 둘레길이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코리아 둘레길은 2016년 개통한 동해안 ‘해파랑길’과 지난 달 31일 개통한 남해안 ‘남파랑길’이다.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 소리를 벗 삼아 함께 걷는 길’이라는 해파랑길은 강원도 고성부터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까지 770㎞의 50개 코스, ‘남쪽(南)의 쪽빛(藍) 바다와 함께 걷는 길’이라는 남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부터 전남 해남 땅끝마을까지 1천463㎞ 길이의 90개 코스로 구성됐다. 전남 해남 땅끝마을부터 인천 강화까지 110개 코스 1천804㎞의 서해안 ‘서해랑길’과 경기도 최북단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이어진 13개 코스 463㎞의 북쪽 ‘평화누리길’은 현재 조성 중이다.

남파랑길은 부산·경남·전남 등 광역자치단체 3곳과 광양·순천·여수·보성·고흥·장흥·강진·완도·해남 등 기초자치단체 23곳 등 10개 권역 90개 구간으로 구분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세부 구간별 특성을 고려해 5가지 주제의 길을 정했다. 영화·한류의 도시, 대도시·자연의 매력을 보유한 ‘한류길’(부산∼창원),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해안경관이 아름다운 ‘한려길’(고성~통영·거제·사천·남해), 섬진강의 꽃 경관이 펼쳐지는 ‘섬진강 꽃길’(하동∼광양), 다도해의 생태환경·낭만을 만날 수 있는 ‘남도 낭만길’(여수~순천·보성·고흥), 남도 유배문화와 다양한 순례자원을 체험할 수 있는 ‘남도 문화길’(장흥~강진·완도·해남)이다. 또한 해안길, 숲길, 마을길, 도심길 등이 어우러져 남파랑길을 걷다 보면 남해의 수려한 해안 경관과 함께 대도시의 화려함, 농어촌마을의 소박함을 모두 체험할 수 있다.

남파랑길은 남쪽바다를 끼고 있는 만큼 다양한 유형의 걷기여행 수요창출의 최적지다. 지나가는 지역의 특색을 살린 차별화된 관광콘텐츠가 더해진다면 경쟁력이 충분하다. 또한 남해안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안전하게 여행하고 지역 문화를 체험하는 체류형 여행지이자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부디 남파랑길이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같은 걷기여행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아울러 전국 지자체마다 역사·문화·경관·환경·생태·치유·여가 등을 목적으로 경쟁적으로 만들어 내는 둘레길도 내실을 기할 때가 됐다. 그냥 산길, 들길, 바닷길을 다듬어 둘레길만 만들어서는 무언가 부족하다. 스토리와 상상력을 만들어 입히는 노력이 곁들여져야 한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우울감을 겪는 국민들이 둘레길을 걸으면서 치유와 힐링으로 재충전의 시간이 됐으면 싶다.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종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