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적벽에서의 행복한 하루
양성관(동강대학교 교수)

화순 적벽…얼마만인가? 아마도 1970년대 후반 정도로 기억되는 대학생 초반에 친구들과 기타를 들고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부 친구들은 적벽 아래 물가에서 놀고 어떤 친구들은 물속에 들어가 물놀이를 했던 기억이 아련한데, 적벽을 감돌아 흐르는 물줄기는 그 모습 그대로 고즈넉함을 간직한 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대학생 시절에는 여름에 갔었고, 이번에는 가을에 갔기에 산천의 색깔만 바뀌었을 뿐 적벽은 적벽 그대로였다. ‘광주시티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화순 적벽과 환벽당, 소쇄원 등 무등산 자락의 가을 정취에 흠뻑 젖은 행복한 하루를 마치고, 좋은 추억을 제공해준 투어 프로그램에 더 많은 광주시민이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해본다.

첫째는, 맞춤식 여행으로 프로그램이 다양화되었으면 좋겠다. 금년 한해는 코로나로 인해 유치원생부터 어르신들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집에 있는 시간들이 많았다. 그런데 코로나가 어느 정도 기세가 꺾여 1단계에 접어든 최근 들어 사람들이 콧바람을 쐬고 싶어 한다. ‘광주시티투어 프로그램’은 일반 성인들에게는 너무 좋았다. 그러나 일반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에게도 이 프로그램의 혜택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주중에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그들에게 적합한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체험(도자기 만들기 등)학습을 포함한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어르신들에게는 너무 많이 걷는 것보다 적당한 볼거리와 국악공연, 먹을거리 등의 프로그램이어도 좋겠다. 주최 측에서는 이왕에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면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구의 수요자에 부응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국악공연이 ‘환벽당’이라는 좁은 공간보다는 보다 넓고 편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면 좋겠다. 대금과 가야금, 장구, 판소리 등으로 구성된 환벽당의 공연은 수준 높은 공연이었다. 그러나 언덕 위의 좁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연주는 장애인이나 걷기 힘든 어르신들에게는 접근성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또한 가을이 지나 추워지게 되면 환벽당에서 공연이 가능할 지 염려된다. 이처럼 좋은 공연이라면 좀 더 넓은 장소(가사문학관 같은)에서 이루어진다면 좋을 것 같다. 공연장소가 넓으면 짤막한 마당극도 가능하리라 생각이 들어, 연주자와 관객과 하나 되는 더욱 멋진 공연이 될 것이다. 장소가 더욱 넓은 곳으로 옮겨진다면 당연히 음향장비도 장소에 맞추어 풍성해 질 것으로 기대한다.

세 번째는, 프로그램을 양보다는 질에 맞추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이번에 다녀온 ‘무등산 유네스코 세계지질명소’ 코스는 화순 적벽과 광주호수생태원, 환벽당, 소쇄원을 아우르는 코스였다. 정해진 시간에 많은 코스를 소화시키려다 보니 정작 머물고 싶었던 적벽에서의 시간은 오전 10시반경에 도착하여 1시간 정도 머물다가 사진 몇 컷 찍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적벽에서 머물렀던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 또한 환벽당 공연은 관광객 세 팀이 모이다보니 서로 간의 시간적 제약을 받는 것 같았다. 버겁게 프로그램을 소화시키기 보다는 여유와 낭만을 함께할 수 있는 알찬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으면 좋겠다.

네 번째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문화 투어프로그램이 기획되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된 금년 2월부터 약 10개월 가까이 사회적 거리를 두어야하는 제약으로 인해 관광객뿐만 아니라 관련된 공연자, 관광업계 등도 모두 멈추어버린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보다 더욱 강력한 변종(RNA)바이러스가 나타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광주시와 관광 관련자들은 이에 대비한 관광프로그램 개발을 하여야 할 것이다. 무등산을 중심으로 주변 군(郡)들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주제별로 특성을 살린 관광코스와 상시 운영되는 문화공연을 대면과 비대면 상황에 대비하여 관광 상품을 개발해 놓아야 할 것이다.

이번 투어는 화순 적벽의 아름다운 가을단풍을 만끽하기에 최고의 추억이었다. 환벽당에서는 우리 일행과 대구에서 온 팀, 그리고 장애인단체까지 세 팀이 하나 되어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하며 진도아리랑에 장단을 맞추어 연주자와 관광객이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일 때는 코로나로부터 움츠러들었던 우리의 몸과 마음이 해방되어 날갯짓하며 가을 단풍 속으로 날아가는 듯이 즐거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내내 환벽당에서 맛본 구수한 수수부꾸미와 댓잎 차의 향기가 입가에 감돌며, 당일의 멋진 추억이 더 많은 광주시민들에게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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