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용 광주제일교회 담임목사의 남도일보 월요아침

소경과 앉은뱅이

문민용(광주제일교회 담임목사)

소경이 길 가다가 진흙탕에 빠지고 말았다. 소경은 진흙탕에서 빠져나오려고 아무리 애를 썼지만 나올 수가 없었다. 이쪽으로 가도 진흙탕, 저쪽으로 가도 진흙탕이라서 발을 디딜 때마다 미끄러졌다. 진흙탕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도 없었고 몇 시간을 진흙탕 속에서 헤매다 보니 지치고 힘들어 한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볼 수 없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서럽구나!’

그런데 저쪽에서 사람 소리가 들렸다. 소경은 너무 반가워서 소리쳤다. “거기 누구십니까? 나는 앞을 못 보는 사람입니다. 몇 시간째 이렇게 진흙탕에서 헤매고 있으니 좀 도와주시오.”

실망스러운 대답이 들려왔다. “미안하지만 나는 당신을 도와줄 수가 없소.”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제발 부탁드리오니 앞 못 보는 이 사람을 불쌍히 여겨 진흙탕에서 나갈 수 있도록 해주시오.”

“나는 앉은뱅이라서 걷지를 못하오. 그래서 여기에 앉아서 나를 도와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소.”

소경은 짧은 순간이지만 진흙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소망에 기뻐했는데 이내 실망에 빠졌다. 언제까지 진흙탕에서 고생하며 있어야 한단 말인가? 그날따라 소경은 자꾸만 눈물이 났다. 그러면서 어찌해야 이 진흙탕에서 나갈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앉은뱅이에게 소리쳤다.

“이보시오! 당신은 앉은뱅이이지만 눈은 밝아서 볼 수 있지 않소?”

“ 예, 볼 수는 있지만 걸을 수가 없으니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구려.”

그러면서 앉은뱅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요, 나는 눈이 보이지 않지만, 다리가 튼튼하니까 당신이 내 등에 업히시오. 나는 당신의 다리가 되어주고 당신은 내 눈이 되어서 진흙탕을 빠져나가면 되지 않겠소?”

“그거야 좋은 생각이지만 나를 어찌 업고 갈 수 있단 말이요? 걱정하지 마시오. 나는 다리가 튼튼해서 당신을 업고 얼마든지 갈 수 있소. 자 빨리 내 등에 업히시오.”

그렇게 소경은 앉은뱅이를 등에 업고 우측으로, 좌측으로, 앞으로 반듯하게 가라고 길을 가르쳐 주는 앉은뱅이의 말에 힘든 줄도 모르고 진흙탕을 걷기 시작했다. 앉은뱅이도 자기를 업고 땀을 뻘뻘 흘리며 진흙탕을 걸어서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주는 소경이 고마워 눈물이 났다.

앉은뱅이와 소경은 혼자서는 도저히 진흙탕을 벗어날 수 없었는데 자신과 상대방을 상처투성이의 불쌍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되니 그는 나의 사랑과 섬김이 필요한 사람이고 그는 나를 함께 하고 싶은 사람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렇게 둘이서 지혜를 모으니 어려움을 충분히 벗어날 수 있었고 친구가 되었다.

사람에게는 몸과 마음이 있다. 몸만 가지고 살 수 없고 마음만 가지고 살 수 없다는 의미다. 몸은 움직일 수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앞을 내다보는 기능은 없다. 그럴 때 어디든지 갈 수 있고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기능을 가진 마음의 도움을 받으면 어떤 일이든지 잘할 수 있다. 소경과 앉은뱅이가 서로 합해서 진흙탕에서 벗어난 것처럼 우리가 몸과 마음의 기능을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어려운 문제들을 이겨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선다 싱이라는 사람이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치는 네팔의 산길을 걷고 있었다. 그날따라 멀리서 여행자 한 사람이 다가왔는데 가는 방향이 같아서 그들은 동행자가 됐다. 살을 에는 추위와 거친 눈보라 속에서 부지런히 발길을 움직였지만, 인가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쯤 걷다 보니 노인 한 사람이 눈 위에 쓰러져 있었다.

선다 싱은 “우리 이 사람을 데리고 갑시다. 그냥 두면 죽고 말 겁니다”라고 제의했다.

동행자는 버럭 화를 냈다. “우리도 죽을지 모르는 판국에 저런 노인네까지 끌고 가자고요? 그러면 모두 다 죽게 될 거요.”

그렇긴 했지만 선다 싱은 불쌍한 노인을 눈 위에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어서 노인을 업고 눈보라 속을 한 걸음 한 걸음씩 걷기 시작했다. 앞서서 가버린 동행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노인을 업은 선다 싱은 갈수록 지치고 힘들었다. 참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선다 싱의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그런데 선다 싱의 몸에서 더운 기운이 발산되어서인지 등에 업힌 노인이 의식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기고 마침내 마을에 도착했다. 그런데 마을 입구에 한 사람이 꽁꽁 언 채로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시체를 살펴본 선다 싱은 너무 놀랐다. 자기 혼자 살겠다고 앞서가던 그 동행자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함께 가야 하고 서로 도와야 한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한 이기주의의 종말이 어떠한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를 많이 좇아가고 있는데 사실은 이기주의는 자신에게도 인류에게도 최대의 재앙이다. 창조주께서 지으신 자연과 사람은 서로 돕고 협력하며 공존할 때에 건강하고 질서가 바로 잡힌다. 서로 돕고 공존할 때 모든 관계가 아름답고 인간의 삶이 행복하도록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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